문학방/수필

옆 사람 175 / 얄미운 할배와 경로석 심정

웃는곰 2026. 4. 11. 20:37

 

65세짜리는 경로증 있다고 경로석으로 가면 불편하다.

경로석에는 초짜 노인 위에 할배가 있고,

그 위에 할아버지가 또 위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계시다.

 

초딩은 젊은이 석으로 가자니 젊은이들 눈치 보이고

경로석은 또 그렇고.

그래도 65세가 되면 경로석 쪽에 가 있는 것이 편하다.

내가 경로석으로 가자 28세쯤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다가

나를 바라보는데

그 눈이 굶은 공룡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 아가씨가 많이 아파서 저러는구나 하고 바라보니

눈에 빛이 전혀 없는 그로기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눈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편히 앉아 있어요라고.

 

그 아가씨눈 내 눈을 읽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영감이 타더니

당당하게 그녀 앞에 딱 버티고 섰다.

내가 무슨 말이든 해드리고 싶은데

영감의 눈이 아가씨한테

당장 일어서지 못해?”

하는 기세였다.

그 서슬에 아가씨는 비실비실 일어서서

배를 움켜쥐고 승객들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감을 보자니

아가씨가 떠난 자리에 앉은 그 꼴이 얄미웠다.

그 아가씨는 괴로운 몸으로 어떻게 되었을까?

 

영감은 얄밉고 아가씨 걱정은 내 속을 휘저었다.

나이가 많다고 목에 힘을 줄 것이 아니라

노인은 노인답게

주변을 살피는 배려심도 있어야 하리라.

 

******

이런 상황을 시로 쓴 시인의 진솔한 심정을

그린 시가 있어 인용한다.

 

시 제목 : 빚지며 사는 인생

 

넥타이 느슨하게 풀고

안경 벗어 와이셔츠 왼쪽 주머니에 꽂는다

눈을 감는다

오늘도 전철은 피곤하다

누군가 저쪽엔

나보다 더 피곤한 사람 고단하게 서 있을 게다

 

그래도

눈 질끈 감고 고달픈 잠에 빠져 든다

그러나 아주 잠들어선 안 된다

내려야 할 역

지나치면

인생은 더 피곤해진다

 

전철 잠은 꿀잠이지만

귀 열고 자야 한다

다음은 신도림역입니다

신촌, 잠실 방면으로 가실 손님은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소리 놓치면

지난 번 걸었던 그 많은 계단

다시 걸어야 한다

 

매일 빚지며 사는 인생

누군가 저쪽엔

나보다 더 피곤한 사람

아직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