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짜리는 경로증 있다고 경로석으로 가면 불편하다.
경로석에는 초짜 노인 위에 할배가 있고,
그 위에 할아버지가 또 위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계시다.
초딩은 젊은이 석으로 가자니 젊은이들 눈치 보이고
경로석은 또 그렇고.
그래도 65세가 되면 경로석 쪽에 가 있는 것이 편하다.
내가 경로석으로 가자 28세쯤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다가
나를 바라보는데
그 눈이 굶은 공룡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아, 아가씨가 많이 아파서 저러는구나 하고 바라보니
눈에 빛이 전혀 없는 그로기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눈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편히 앉아 있어요”라고.
그 아가씨눈 내 눈을 읽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영감이 타더니
당당하게 그녀 앞에 딱 버티고 섰다.
내가 무슨 말이든 해드리고 싶은데
영감의 눈이 아가씨한테
“당장 일어서지 못해?”
하는 기세였다.
그 서슬에 아가씨는 비실비실 일어서서
배를 움켜쥐고 승객들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감을 보자니
아가씨가 떠난 자리에 앉은 그 꼴이 얄미웠다.
그 아가씨는 괴로운 몸으로 어떻게 되었을까?
영감은 얄밉고 아가씨 걱정은 내 속을 휘저었다.
나이가 많다고 목에 힘을 줄 것이 아니라
노인은 노인답게
주변을 살피는 배려심도 있어야 하리라.
******
이런 상황을 시로 쓴 시인의 진솔한 심정을
그린 시가 있어 인용한다.
시 제목 : 빚지며 사는 인생
넥타이 느슨하게 풀고
안경 벗어 와이셔츠 왼쪽 주머니에 꽂는다
눈을 감는다
오늘도 전철은 피곤하다
누군가 저쪽엔
나보다 더 피곤한 사람 고단하게 서 있을 게다
그래도
눈 질끈 감고 고달픈 잠에 빠져 든다
그러나 아주 잠들어선 안 된다
내려야 할 역
지나치면
인생은 더 피곤해진다
전철 잠은 꿀잠이지만
귀 열고 자야 한다
다음은 신도림역입니다
신촌, 잠실 방면으로 가실 손님은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소리 놓치면
지난 번 걸었던 그 많은 계단
다시 걸어야 한다
매일 빚지며 사는 인생
누군가 저쪽엔
나보다 더 피곤한 사람
아직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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