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77 / 나이와 아름다운 양보
마포 망원동에서 아현동 출판사로 출근하던 3년 전 이야기.
나는 출근할 때
마을버스 5분→ 6호선 5분→ 2호선 13분→ 또 마을버스 5분 →
총 28분 사무실 도착
누가 그랬다. 그 짧은 시간에 뭘 그리 많이 보느냐고.
그런데 28분 동안 차를 4번 갈아타자니 사연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전철 2호선 경로석 언저리로 겉도는데
바로 그 앞에 나보다 위로 보이는 사람이 섰다가
나를 부르며 거기 앉으라고 했다.
나는 사양했다. 그 사람이 또 손짓으로 앉으라 하기에 내가 말했다.
“그러시면 누가 위인지 나이를 따져 봅시다.”
그 사람.
“저는 뱀띠입니다. 이리 앉으세요.”
이때 가운데 자리에 앉아 듣고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
“저는 말띠입니다. 두 분 앉으시지요.”
나는 다시 사양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아닙니다. 그러면 가장 멀리 가는 사람 순으로 앉으십시다. 나는 두 정거장만 가면 됩니다.”
말띠,
“저는 다섯 정거장……”
뱀띠,
“저는 종점까지 갑니다.”
나,
“됐습니다. 두 분이 앉으시면 됩니다.”
우리는 서로 밝고 정감 넘치는 눈길로 바라보다가 내가 내리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두 사람 동시에 일어서 허리를 꺾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나는 차에서 기분 좋게 내려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내 나이는 못 보고 남의 나이만 많게 볼까?
내 얼굴은 못 보고 남의 얼굴만 보기 때문이겠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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