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옆 사람 179 / 친구를 외면하고

웃는곰 2026. 4. 27. 19:03

옆 사람 179 / 외면한 얼굴

 

15년 전 복잡한 2호선 전철 속 기억

사람을 비집고 다니며 선반 위의 신문을 거두고 있는 사람.

아래는 보지도 않고 천장만 바라보며 더듬어 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그 사람이

내 바로 위에서 신문을 내리다가 흘린 땀방울이

내 앞으로 똑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다 깜짝 놀랐다.

 

! 저 얼굴!

전에는 잘 나가는 회사를 다니다가

개인 사업을 하다 어렵게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떻게 되었기에 전철 안에서 신문을 모으고 있는가?

문득 인사를 하려고 일어나려다 주저앉고 말았다.

만약 그가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반가우면서도 말을 못했다.

함께 놀러도 가 보았고 교회에서 한 구역 식구로

예배도 드린 형제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가

나를 본다면 민망해할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런 나를 모르고 그는 넝마 자루를 끌고

승객들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신문을 주워다 팔면 5천 원을

번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한때는 건설사 사장을 한 사람이…….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무엇이든 할 만한 일이 없을 것이다.

노느니 그런 것이라도 해 보겠다고 나선 거겠지.

건실하고 착한 사람이라 번둥번둥 놀며 밥그릇이나 죽일

그가 아니다.

어쩌면 은행에 쓸 만큼은 저축을 하고도 일하는 것이 좋아

저렇게 땀을 흘리는지도 모른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빌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사라져 가는

전동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의 주소도 모른다.

전화도 무른다.

7년 전에 헤어지고 지금 만나서 반가웠는데…….

 

언제 다시 옛날처럼 기도하는 자리에서

웃으며 말날 수는 있을까.

인사를 하지 않은 내가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인사 안 한 것이 후회도 되고

짧게 스친 시간이 야속스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