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담배냄새를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다.
역시 3호차 31번석.
한 젊고 꺼벙한 키다리 승객이 32번으로 다가왔다.
눈썹은 여덟팔자에 눈은 새우젓.
턱에는 아래쪽에만 다 닳은 솔처럼
새까만 염소수염이 많아야 120포기?
고전극에 나오는 아전처럼 생긴
인상이 영 노굿.
그런데 그 염소가 내 바로 앞에 와서 섰는데
콧구멍에서 바람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원자폭탄 같은
담배 냄새가 쏟아져 내려 나를 놀라게 몰아붙였다.
그게 싫다고 다른 자리로 갈 수도 없었다.
염소는 소 혓바닥 같은 큰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 가방 끝이 나한테 치근덕거리며 시비를 걸었다.
그래도 참고 염소와 헤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담배 냄새에 기절할 지경.
참고 견디고
수원역입니다만 기다리는데
그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 통로로 나갔다.
먼저 나가는 그가 반갑지도 않았다.
염소 궁둥이에는 큰 가방이 매달려 있고
개 목걸이 같은 줄이 주머니에서 덜렁거렸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옆 사람.
잘 가라 염소.
다시는 만나지 말자.
고역스런 퇴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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