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옆 사람 168 / 돌부처만도 못한 인물들이

웃는곰 2026. 4. 3. 20:10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보는 신문을 훔쳐보았다.

어디서 났는지 아주 오래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 신문에 대선 출마자들 다섯 명이

조계사 법회에 조르르 참석하여 나란히

합장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 사진 인물들에는 불자도 있고 크리스천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저 인물들은 불자나 기독교 신자나

모두 이런 소원을 빌고 있을 것이다.

부처님 한 표 줍쇼, 한 표 줍쇼.”

 

나는 이런 상상을 했다.

내가 부처님한테 물어보았다.

누구를 찍으시겠습니까?”

부처는 고민에 빠진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부처는 누구나 사랑하기 때문에

누구를 더 주고 덜 주고

할 수가 없어 이런 결단을 내렸다.

 

좋다, 내가 누구냐. 대자대비 아니냐?

너희 소원대로 공평하게 똑같이 한 표씩 고루 찍어주마.”

부처는 다섯 명 이름 아래 동그라미표를

똑같이 찍겠다고 했다.

내가 말렸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그건 찍으나 마나입니다.”

난 모르겠다. 똑똑하다는 것들이 왜 나한테까지 와서

괴롭히는지…….

내가 이렇게 곤고한데 중생이야 오죽하겠느냐.”

부처는 눈을 감고 돌덩어리로 돌아가 다시는 뜨지 않았다.

 

나는 부처 대신 이런 소리를 한 번 해 보았다.

저 예수 믿는 목사 들어라. 넌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까지 온 거냐?

교회에서는 나를 비난하고 하나님만 찾다가

네가 궁하니 아무나 잡고 소신 없이 표를 구걸하지 않느냐?”

부처님 저는 목사가 아니고 장로입니다.”

부처가 단호히 꾸짖었다.

 

장로든 목사든 상관없다. 지금 국회에서는 기독교 폐쇄를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줄을 섰다. 너는 어느 편 장로냐?”

저는 아무 편도 아닙니다. 중도입니다.”

예수가 뜨겁든지 차든지 분명히 하라고 했다.

너 같은 인물은 박쥐같아서

아무도 너를 믿을 수 없어서 표 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일찌감치 물러가라.”

 

이렇게 상상을 하다가 정거장 하나를 지났다.

되돌아가야 한다.

옆 사람 신문 때문이었다.

 

요새 중도라는 목사님들, 그들은 목사가 아니다.

진짜 목사라면 중도가 아니라 기독교 폐쇄를 주장하는

국회의원 멱살을 잡는 기개를 보일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