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옆 사람 164 / 쥐어박고 싶은 고약한 영감

웃는곰 2026. 3. 22. 08:51

 

평택역서 급행전철을 탔다.

차는 만원인데 딱 한 자리, 경로석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내가 다가가도 한 영감은 다리를 쩍 벌린 채 꼼짝 않고

말끔한 신사분이 옹크리며 내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분한테 감사하다 눈인사를 하고 비집고 앉았으니

영 불쾌하고 옆 늙은이가 비위 상했다.

 

벌린 다리 단정히 앉으면 좋으련만 벌린 채 꿈쩍 않았다.

얼굴을 보니 백발에 콧수염이 길게 나왔는데

콧수염 끝에 코딱지가 붙어 콧바람에 그네를 타고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아 그 얼굴 콧구멍에 신경이 쓰여서

얼굴을 말끔한 신사 쪽으로 돌렸다.

이크 이건 또 무슨 냄새야?

내가 아주 싫어하는 향수를 바른 모양이다.

얼굴은 잘 생겨서 좋은데 향수 냄새에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머리를 수그리고 앉아 이것이 바로 지옥 아닌가.

일어설까 말까 망설이는데

수원서 할머니 한 분이 올라왔다.

나는 자리를 내주고 일어섰다.

 

차는 안양을 지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다리 벌린 영감한테 한 마디 했다.

"다리 좀 오무리시소."

영감은 고개 돌랜 채 대답

"못하오. 간섭 마시오."

"간섭이 아니라에. 가운데 자리는 내 자리 아닌교?"

"그래서?"

"다리 좀 이렇게 앉으소."

"못하오."하고 중얼거리는 말

"가운데 다리도 없는 게#@$%^$%"

"뭐락했노?"

"......"

"가운데가 우쨌다꼬?"

"....."

차는 도림역에 도착했고 할머니는 화가 나서 불만인데

영감은 날 잡아 잡수 하는 듯 다리를 더 쩍 벌리고 눈을 감았다

콧구멍에서는 코딱지가 그네를 열심히 타고

차는 씽씽 잘도 달렸다.

 

불쾌한 영감 한 대 쥐어박았으면!

불쾌한 향수냄새 무너지는 신사에 대한 호감!

난 다 보기 싫어서 내리고 말았다.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좋은 분도 많지만

무리한 물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