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63 / 31번석의 망신
나는 언제나 열차를 예매할 때 15시 3호차 31번석이다.
그런데 며칠 전 금요일인 오늘 20일자 예매를 하려 하니
예매 만석에 15번석이 하나 남아서 그것으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무궁화 3호차 31번석에 올랐다.
내 자리로 가보니 영감이 차지하고 있어서
내가 그 자리라고 손짓을 하자 영감이 32번석으로 옮겼다.
영감이 착하게 생겨서 앉자마자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영감은 얌전한 자세로
“대전까지 가유.”
했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서 수원까지 간다고 했더니
동석하여 반갑다고 웃어보였다.
기차가 출발하자 어떤 청년이 나타나
“32번석은 제자리입니다.”
라면서 영감한테 자리를 내달라고 했다.
영감이 차표를 보여주며
“난 31번석이유.”
하기에 내가 말했다.
“31번석은 내 자리입니다. 영감님이 잘못 앉으셨습니다.”
영감이 또 말했다.
“내 표는 정말 31번석이여유.”
청년이 말했다.
“그럼 31번석에 앉으셔야지요.”
“31번석은 이 어른 자리입니다.”
그렇게 돌아가도 나는 태연히 이 사람들이 왜 이래? 하고 생각하며
“영감님 자릴 잘못 앉으셨으니 자리를 내드리세요.”
그랬더니 영감이
“31번 석을 두고 어디로 가유?” 했다.
그렇게 말씨름을 하는 동안도 나는 태연히
난 31번석이 내 자리라고 생각하며 두 사람 실랑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젊은이가 나한테 물었다.
“선생님 31번석이 맞습니까?”
그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예매할 때 자리를 놓쳐서 15번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예매 화면을 눌렀다.
이런 망신이 있나!
15번석을 가지고 31번석에서 주인행셀 했으니
쪽팔리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자리를 뜨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날마다 이 자리를 예매하고 탔는데
오늘은 번호가 15석인 것을 모르고
되어 이리로 왔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하여 영감은 31번석을 차지하고 청년은 32번 석에 앉았다.
그리고 15번석으로 갔더니 15번석은 비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16번석에 며칠 전에 32번 석에 동석했던 뚱뚱이 아줌마가
떡하니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인상 참 고약하다고 생각했던
할망이 버티고 앉아 있어서 기분이 제로였다.
별로 반갑지 않게 만난 두 번째 재회 동석!
난 기분 다운 상태로 내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생각했다.
옛날 장군이 술에 취해 말을 타고 가자 했더니
말이 평소에 들락거리던 기생집으로 갔다더니
나야 말로 말처럼 31번석이 내 집인 양 가서 앉아
충청도 영감만 괴롭혔으니 나도 미련 곰탱이가 아닌가.
허허 31 영감님, 32 젊은이님 모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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