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옆 사람 164 / 사람은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웃는곰 2026. 3. 24. 21:03

 

버스에 올랐다.

한 좌석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앉으며 앞 승객한테 살짝 웃어 보였다.

같이 앉아 가자고.

그 사람도 나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마주보며 환하게 웃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더는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사람 얼굴을 곁눈질로 뜯어보았다.

주름살이 두꺼운 피부, 우중충한 검버섯, 빨간 대머리, 합죽이 턱, 반 백발,

그래도 웃음을 나눈 사이라 그런지 오랜 친구 같기도 하고 친숙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그 사람의 외모를 보다가 속사람을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처녀들은 총각을 보면 이런 점에 매력을 느낄 것 같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가슴이 떡 벌어져 늠름해 보이고,

두툼한 입술이 과묵해 보이고, 부드럽고 시원한 눈은

사랑과 이해가 넘쳐 보이는.그런 사람이라면 신랑 삼아도 좋을 것이라고.

 

또 총각은 처녀를 볼 때 무엇을 보고 매력을 느낄까?

약간 긴 목, 시원한 눈매, 하얀 피부, 뽀얀 볼과 도톰하고 빨간 입술

나릿한 허리, 웃을 때 보이는 박속같은 치아, 꾀꼬리 목소리.

그 정도면 성질이 좀 까탈스러워 보여도 이해하고.

가정이 좀 어려운 환경의 사람이라도 도와주며 살고 싶고,

어디든 여행을 하자면 즐겁게 가고 싶은 충동을 주는

아가씨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

결국 젊어서는 외모만 보고 속사람 됨됨은 접어둔다.

그러나 인생 늙고 보면 무엇을 보고 이성을 판단하는가?

 

할멈은 할범을 볼 때 이제 얼마나 더 살 것 같은가?

무엇을 하다가 저렇게 늙었는가. 자식들은 얼마나 있는가?

재산도 넉넉한가? 인간성은 어떨까?

내 보기는 선하게 보이는데.

 

할범은 할매를 볼 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늙어서 그렇지 젊었을 때는 예쁜 얼굴이야,

다 빠졌어도 입술이 귀여워, 백발이라도 고운 피부에 어울려,

허리를 펴고 걸으니 건강한 신체, 어디든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매력이 남았어. 저 모습으로 보면 착한 심성일 거야.

 

인생은

젊어서는 겉 사람만 보고 사랑하고

늙어서는 속사람을 보고 존경한다

 

이런 생각에 빠졌다가 차에서 내리면서 옆 사람과 인사도 못하고 내렸다.

웃음까지 나눈 사이에 인사는 꼭 했어야 하는데

무례를 한 퇴근길이었다.

 

피차 누군지도 모르면서 말 한 마디 없이 웃어보였다는 것 하나로

마음의 양식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