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소설

종자돈 42 /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웃는곰 2025. 12. 10. 18:31

종자돈 42 /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그 아가씨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목소리만 고운 게 아니고

말씨도 예쁘다

 

아가씨가 골프채를 잡고

골프채는 요렇게 잡으시고요

다리는 요렇게 벌리고

허리는 요렇게 돌리세요

 

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만

골프채 잡은 야들한 고운 손

벌리고 선 쪽 빠진 우윳빛 다리

가볍게 돌리는 나긋한 허릿매

 

허허, 내가 왜 이러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눈은 엉뚱한 데를 더듬지 않는가

장미꽃 입술

보조개 볼웃음

은빛 치아

하늘 눈빛

 

허허, 내가, 내가

내가 허물어지는 모래성이 아닌가

날마다 보는 게 사람인데

어찌 이 아가씨를 오늘에야 보는가

날아가던 기러기가 떨어지고

나라가 기울만큼 예쁜 미인이 있다더니

내가 그 여자를 만났나 보다

 

아가씨의 예쁜 짓만 보다가

하루가 가고

골프 마친 은행장이 와서 물었다

회장님, 재미있으셨습니까?

그렇소

아가씨가 마음에 드십니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