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돈 42 /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그 아가씨
예쁘기만 한 게 아니고
목소리만 고운 게 아니고
말씨도 예쁘다
아가씨가 골프채를 잡고
골프채는 요렇게 잡으시고요
다리는 요렇게 벌리고
허리는 요렇게 돌리세요
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만
골프채 잡은 야들한 고운 손
벌리고 선 쪽 빠진 우윳빛 다리
가볍게 돌리는 나긋한 허릿매
허허, 내가 왜 이러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눈은 엉뚱한 데를 더듬지 않는가
장미꽃 입술
보조개 볼웃음
은빛 치아
하늘 눈빛
허허, 내가, 내가
내가 허물어지는 모래성이 아닌가
날마다 보는 게 사람인데
어찌 이 아가씨를 오늘에야 보는가
날아가던 기러기가 떨어지고
나라가 기울만큼 예쁜 미인이 있다더니
내가 그 여자를 만났나 보다
아가씨의 예쁜 짓만 보다가
하루가 가고
골프 마친 은행장이 와서 물었다
회장님, 재미있으셨습니까?
그렇소
아가씨가 마음에 드십니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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