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돈 40 / 돈은 의리도 체면도 말아먹는다
이보시오 은행장, 어디로 가오?
가보시면 압니다
차는 순식간에 낯선 도로를 달렸다
은행장이 물었다
회장님은 무슨 일로 소일을 하십니까?
이래봬도 나는 바쁜 사람이오
회장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조그만 출판사를 하고 있소
요새 출판 사업이 사양사업이라고 하는데
회장님은 어떻습니까?
남이 사양사업이라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소?
얼마 전 신문에서 보았는데
어떤 출판산지 모르지만 대 히트를 쳐서
그 출판사는 돈방석에 앉았다는데 아십니까?
난 모르오. 내 일이 바쁘니까.
회장님도 그런 책 하나 출판하시지요
그러시면 우리 은행에서
대량으로 구입해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주머니에서 오만 원이 깔깔거렸다
저런 멍청이 지점장,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로 우리 아저씨가 그 사람인데 그것도 모르고
호호호호
아저씨, 참 재미있네요
아저씨가 누군지도 모르는 멍청이 은행장....
아저씨, 요새 출판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아셔요?
모른다. 다 잊었다
잊으시면 안 되어요
은행 이자가 오억씩 새끼를 치는 판에
출판으로 들어오는 게 고작 오천 만원!
그게 돈이냐?
오만 원이 팔짝팔짝
아저씨. 정신이셔요?
한 달에 천만 원만 들어와도 좋겠다고
애태우시던 때가 언제였는데
그때 생각 안 나셔요?
아, 그랬구나. 내가 돈에 홀려서
잠시 이성을 잃었구나(계속)
돈은 의리도 체면도 말아먹어요
많은 사람이 돈의 종이 되어서 그래요
아저씨만은 안 그러셔야 해요
아셨죠?
알았다 알았다
운전대를 잡은 은행장이 물었다
회장님, 왜 갑자기 엄숙해지셨습니까?
엄숙해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꾸짖는 중이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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