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돈 37 / 돈 만큼이나 예쁜 얼굴
다음날 은행으로 갔다
은행 문을 들어서자마자
은행장이 달려와 행장실로 들란다
행원이 나긋한 허리를 납신
무슨 물인지 향기 그윽한 차를 내놓으며
돈 만큼이나 예쁘게 생끗 웃고 나갔다
회장님,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습니까?
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을 주시지요
그러면 차를 보내드릴 텐데
고맙소, 나는 차보다 튼튼한 두 다리를 더 믿소
하하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회장님?
통장에서 천만 원만 꺼내 주시오
행장이 직원 불러
정회장님께 천만 원을 신권으로 준비해 와요
주머니 속 오만 원이 질투했다
아저씨, 나보다 더 젊은 것들이 오겠네요
호호호
너보다 젊은 것들이 와도 너만 하겠느냐?
너는 내 종자돈이 아니더냐?
아저씨, 그렇게 말씀하시니 눈물이 나요
오만 원짜리 잉크냄새가 풍기는
돈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하늘을 보았다
아아! 참 맑고 높은 하늘이로다
십만 원도 넣어 보지 못한 내 주머니에
천만 원이 들다니!
하늘이 높은들 내 기쁨만큼 높을까
하하하
마누라가 고추를 다듬고 있기에
돈 봉투를 쑥 내밀며
자, 받으시오
당신이 소원하는 천만 원이오
마누라가 깜짝 놀라 한 마디
내가 속을 줄 알고
무슨 장난을 이렇게 쳐요
봉투를 받아든 마누라
돈이 정말 들었다고요?
갑자기 전에 없이 감격한 마누라
잃어버렸던 착하고 고운 눈빛
그동안 나는
마누라한테 신용불량자 아니었나
하하하
마누라 소원 한번 풀어주리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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