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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30-235

웃는곰 2025. 10. 22. 10:43

한 여자에 두 남자

 

하필은 품고 있던 사전을 얼른 내려놓으며 어물어물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녀.”

하우두유두 했잖아?”

 

딸이 묻는 말에 하필이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나도 하우두유두 혔다.”

하우하고 허당이 부둥켜안은 것을 볼 때는 3억짜리를 잡는구나 생각하여 좋았는데

갑자기 생각하니 큰 문제가 더 있는 거다.

하우가 신랑감으로 찍어 놓았다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허당보다는 월등히 잘난 인물이 아니겠는가.

 

하우가 오늘은 티브이에 나오는 허당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둘이 하우두유두를 했겠지만 언제든 그 넷째 인물이 등장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라 큰 싸움도 일어날 일이다.

그 날은 그렇게 지냈지만 다음날은 하우가 찍었다는

그 사람이 몹시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우하고 허당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실히 하려고

두 사람 앞에서 문제를 꺼냈다.

하우한티 물어보는디.”

하우가 대답했다.

?”

하필이 허당한테 엉뚱한 소리를 했다.

지난번에 어딘가 가서 하우가 총각들을 보았다는디 자네도 본겨어?”

.”

본대로 말허면 쓰것는디. 첫 번째부터 넷째 인물에 대하여 말좀 혀봐.”

 

허당이 입도 열기 전에 하우가 먼저 가로막았다.

아빠, 그게 그렇게 궁금해?”

궁금한 정도가 아녀. 특히 네가 넷째 사내를 찍었다는디 우티기 생긴 인물여?”

그 인물이 그렇게 보고 싶어?”

그렇다니께.”

 

하필은 넷째 사내가 나타나면 허당을 빼앗기게 되고

허당은 3억을 가지고 달아날 것이니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을까.

또 한 가지 걱정은 하우가 오늘 허당을 끌어안고 요란을 떨었는데

허당하고 그 넷째하고 어떤 인물이든 하나를 정해야 할 텐데

그러다 사랑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우가 허당이를 끌어안은 게 보통 허물이 아니다.

 

잠깐 눈이 멀었어

 

이러고 있는데 느닷없이 국자가 나타났다.

하필이 달갑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뭔 일로 벼락같이 나타난 겨?”

다들 텔레비전 봤지?”

하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걸 보던지 말던지 왜 묻는 겨?”

내가 잠깐 눈이 멀었어, 태풍이가 나한티 바람을 넣어서

내가 허당 총각한티 큰 실술 했구먼.”

 

하필이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태풍이가 우쨌다는 겨?”

그 태풍이 아들이 잘나긴 잘났더라니께.”

이 무신 귀신 잡는 소려?”

 

국자가 허당한테 말했다.

허총각 전에 내가 좀 너무했지? 이해혀.”

허당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시유.”

아이고 고마워라. 속이 바다보다 넓은 사람이여.”

 

하필이 지렁이 씹은 기분이 들어서 물었다.

허당한티 국자가 뭘 잘못한 겨?”

국자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우리끼리 비밀여.”

우리끼리라는 말에 하필이 불끈했다.

뭐여? 우리 허당이하고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겨?”

 

국자가 눈을 흘기고 대들었다.

우리 허당이라구? 언제부텀 우리여?”

허당인 우리 곳간 사람이여. 더 이상 우리 곁에 얼씬거리지 말고 가봐.”

 

국자가 허당을 향해 말했다.

허총각, 내가 할 말이 있응게 우리 식당으로 잠깐 와아.”

.”

허당이 간단히 대답하고 국자 뒤를 따랐다.

그 꼴을 보자니 하필이 가슴에 불이 났다.

그래서 욕이라도 하려는데 하우가 말렸다.

아빠, 화내지 마.”

저 꼴을 보고도 화 안 나게 생겼어?”

 

화내면 손해야. 허당 씨만 믿어.”

뭘 믿으라는 겨? 저 여편네 하는 짓 보고도 그려?”

허당만 믿으면 돼. 허당은 박사야 박사.”

박사면 다랴? 사람 맴은 모르는 겨.”

허당 씨는 금방 돌아올 거야.”

 

국자가 허당을 식당으로 데려가 아양을 떨며 말했다.

내가 엊그제 잘못한 거 이해 허지?”

.”

나는 총각이 그렇게 유명한 박사인 줄 몰랐구먼.”

…….”

내가 허박사를 을마나 좋아허고 사랑허는지 알지?”

…….”

우리 윤달이가 허박사인 줄 알면 달라질겨. 그렇지?”

…….”

참말로 박사라 생각허고 보니께 인물이 보통이 아녀.”

…….”

오늘 뭐 먹을겨? 다 해줄게.”

…….”

하필 영감이 허 박사를 거저 부려먹으면서 하는 짓거리는.”

…….”

왜 그렇게 말이 없어어?”

…….”

너무 말이 없응게 내가 솔찬히 답답혀.”

…….”

무슨 말이든지 해 봐아.”

 

사람은 겉만 보는 눈, 속만 보는 눈이 있지유.”

갑자기 그건 뭔 소려?”

마음만 보는 눈, 빛깔만 보는 눈이란 말이쥬.””

난 들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구먼.”

허당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것슈.”

뭐라도 들고 가. 그냥 가면 섭혀 우째.”

안녕히 계셔유.”

 

허당은 그렇게 돌아갔다.

국자는 자기가 한 말이 서운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 입을 꼭꼭 찍으며 중얼거렸다.

요놈의 주둥이가 싸서 산통을 깬겨.”(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