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에 두 남자
하필은 품고 있던 사전을 얼른 내려놓으며 어물어물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녀.”
“하우두유두 했잖아?”
딸이 묻는 말에 하필이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나도 하우두유두 혔다.”
하우하고 허당이 부둥켜안은 것을 볼 때는 3억짜리를 잡는구나 생각하여 좋았는데
갑자기 생각하니 큰 문제가 더 있는 거다.
하우가 신랑감으로 찍어 놓았다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허당보다는 월등히 잘난 인물이 아니겠는가.
하우가 오늘은 티브이에 나오는 허당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둘이 하우두유두를 했겠지만 언제든 그 넷째 인물이 등장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라 큰 싸움도 일어날 일이다.
그 날은 그렇게 지냈지만 다음날은 하우가 찍었다는
그 사람이 몹시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우하고 허당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실히 하려고
두 사람 앞에서 문제를 꺼냈다.
“하우한티 물어보는디.”
하우가 대답했다.
“뭘?”
하필이 허당한테 엉뚱한 소리를 했다.
“지난번에 어딘가 가서 하우가 총각들을 보았다는디 자네도 본겨어?”
“야.”
“본대로 말허면 쓰것는디. 첫 번째부터 넷째 인물에 대하여 말좀 혀봐.”
허당이 입도 열기 전에 하우가 먼저 가로막았다.
“아빠, 그게 그렇게 궁금해?”
“궁금한 정도가 아녀. 특히 네가 넷째 사내를 찍었다는디 우티기 생긴 인물여?”
“그 인물이 그렇게 보고 싶어?”
“그렇다니께.”
하필은 넷째 사내가 나타나면 허당을 빼앗기게 되고
허당은 3억을 가지고 달아날 것이니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을까.
또 한 가지 걱정은 하우가 오늘 허당을 끌어안고 요란을 떨었는데
허당하고 그 넷째하고 어떤 인물이든 하나를 정해야 할 텐데
그러다 사랑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우가 허당이를 끌어안은 게 보통 허물이 아니다.
잠깐 눈이 멀었어
이러고 있는데 느닷없이 국자가 나타났다.
하필이 달갑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뭔 일로 벼락같이 나타난 겨?”
“다들 텔레비전 봤지?”
하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걸 보던지 말던지 왜 묻는 겨?”
“내가 잠깐 눈이 멀었어, 태풍이가 나한티 바람을 넣어서
내가 허당 총각한티 큰 실술 했구먼.”
하필이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태풍이가 우쨌다는 겨?”
“그 태풍이 아들이 잘나긴 잘났더라니께.”
“이 무신 귀신 잡는 소려?”
국자가 허당한테 말했다.
“허총각 전에 내가 좀 너무했지? 이해혀.”
허당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시유.”
“아이고 고마워라. 속이 바다보다 넓은 사람이여.”
하필이 지렁이 씹은 기분이 들어서 물었다.
“허당한티 국자가 뭘 잘못한 겨?”
국자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우리끼리 비밀여.”
우리끼리라는 말에 하필이 불끈했다.
“뭐여? 우리 허당이하고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겨?”
국자가 눈을 흘기고 대들었다.
“우리 허당이라구? 언제부텀 우리여?”
“허당인 우리 곳간 사람이여. 더 이상 우리 곁에 얼씬거리지 말고 가봐.”
국자가 허당을 향해 말했다.
“허총각, 내가 할 말이 있응게 우리 식당으로 잠깐 와아.”
“야.”
허당이 간단히 대답하고 국자 뒤를 따랐다.
그 꼴을 보자니 하필이 가슴에 불이 났다.
그래서 욕이라도 하려는데 하우가 말렸다.
“아빠, 화내지 마.”
“저 꼴을 보고도 화 안 나게 생겼어?”
“화내면 손해야. 허당 씨만 믿어.”
“뭘 믿으라는 겨? 저 여편네 하는 짓 보고도 그려?”
“허당만 믿으면 돼. 허당은 박사야 박사.”
“박사면 다랴? 사람 맴은 모르는 겨.”
“허당 씨는 금방 돌아올 거야.”
국자가 허당을 식당으로 데려가 아양을 떨며 말했다.
“내가 엊그제 잘못한 거 이해 허지?”
“야.”
“나는 총각이 그렇게 유명한 박사인 줄 몰랐구먼.”
“…….”
“내가 허박사를 을마나 좋아허고 사랑허는지 알지?”
“…….”
“우리 윤달이가 허박사인 줄 알면 달라질겨. 그렇지?”
“…….”
“참말로 박사라 생각허고 보니께 인물이 보통이 아녀.”
“…….”
“오늘 뭐 먹을겨? 다 해줄게.”
“…….”
“하필 영감이 허 박사를 거저 부려먹으면서 하는 짓거리는.”
“…….”
“왜 그렇게 말이 없어어?”
“…….”
“너무 말이 없응게 내가 솔찬히 답답혀.”
“…….”
“무슨 말이든지 해 봐아.”
“사람은 겉만 보는 눈, 속만 보는 눈이 있지유.”
“갑자기 그건 뭔 소려?”
“마음만 보는 눈, 빛깔만 보는 눈이란 말이쥬.””
“난 들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구먼.”
허당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것슈.”
“뭐라도 들고 가. 그냥 가면 섭혀 우째.”
“안녕히 계셔유.”
허당은 그렇게 돌아갔다.
국자는 자기가 한 말이 서운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 입을 꼭꼭 찍으며 중얼거렸다.
“요놈의 주둥이가 싸서 산통을 깬겨.”(계속)
'문학방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돈 1 / 타고난 복 (0) | 2025.10.28 |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35-끝 (0) | 2025.10.23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19-225 (0) | 2025.10.20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12-217 (0) | 2025.10.19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06-211 (0) | 202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