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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212-217

웃는곰 2025. 10. 19. 10:17

212-217 / 우리 사이에

 

우리 윤달이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아이여.

속으로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여우 짓을 한당게. 그런 줄은 알지?”

.”

고마워. 오늘이 내 생일여.

우리 집은 생일날 좋아하는 사람허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혀왔어.

허총각은 우리 가족여.”

 

허당은 아무 말 않고 식사를 마쳤다.

국자는 허당의 등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하는 친절한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 언제고 배고프면 와서 국밥도 먹고 곱창도 맘껏 먹어 잉?”

 

허당은 과한 친절을 받고 돌아왔다.

하필은 국자하고 허당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고 허우가 빨리 퇴근하기만 기다렸다.

허당이를 꼭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하우뿐이기 때문이다.

 

하우가 다른 날보다 좀 늦게 돌아왔다. 하필이 반겼다.

오늘은 많이 늦었구먼.”

십 분밖에 안 늦었는데 뭘 늦었다고 그래?”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한테 십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아버지 속을 모르는 하우는 허당을 먼저 찾았다.

오빤 어딨어?”

이층에서 책 찾어. 올라가 봐.”

 

하우가 이층으로 올라가더니 허당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꾀꼬리처럼 조잘거렸다.

전 같으면 벼락을 칠 일이지만 그렇지 않고 속으로

그려 잘 하고 있는겨. 하우야 그리 혀

하고 응원을 하고 있었다.

 

꿔간 돈은 가져왔어?

 

한편 국자네 집에 놀랄 일이 벌어졌다.

쨍하고 해 뜰 날 온다던 태풍이 닷새 만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국자는 태풍이 꼴이 보기 싫어서 얼굴을 돌리고 눈을 흘겼다.

아아니, 우쩌자고 금방 오는겨?”

 

태풍이 큰 입을 쩍 벌리고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이 할망이 날 안 기다렸단 말인가?”

워디가 이쁘다고 기둘려?”

그러지 마. 내가 왜 왔는지 알기나 하는가? 하하하.”

웃는 소리 안 방가웅게 입 봉혀.”

하하하, 내가 다시 왔는데 안 반가워?”

안 방갑다니께.”

 

소주, 아니 맥주 한 병 가지고 이리 와서 내 말좀 들어봐.”

맥주꺼정?”

내가 팔자 고쳐가지고 왔으니 들어보시라고 할망구야.”

국자는 얼굴까지 찡그리고 물었다.

맥주 값은 가지고 온겨?”

.”

내가 꿔준 돈도?”

. 이자까지 갚을 테니 맥주에 마른안주 특으로 가져와.”

 

웃기는 소릴 허고 자빠졌네.”

꿔준 돈 받으려면 알아서 해.”

국자가 억지로 맥주와 안주를 가져다 놓고 물었다.

그새 쨍허고 해가 떠서 온겨?”

그렇당게.”

바로 말혀. 거짓말 아녀?”

 

잘 들어봐. 내가 고향으로 갔다가 돈벼락을 맞았어.

고향집을 지키고 있던 아들이 몇 달을 기다렸다는데…….”

아들이 있었댜?”

올해 서른 살 먹은 애가 있는데 저 혼자 돼지며 소를 기르고 있었지.”

장개는 갔는겨?”

아직.”

홀애비에 노총각 아들이 불쌍쿠먼.”

잘 들어봐. 우리 동네 뒷산이 우리 산이었는데

그 자리가 공장 부지가 되어 보상을 받았다는 거야.

보상금을 내가 있어야 내준다고 하여 아들이 기다리다가 나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국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상금이 을마나 된댜?”

“9!”

“9? 태풍이 부자 된 거 아닌가베?”

큰 부자는 아니지만 숨통은 틀만 하지.”

국자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맥주를 따르면서 물었다.

그 돈을 다 찾은겨?”

찾아서 이 통장에 넣었지. 볼라나?”

 

태풍이 개비에서 통장을 꺼내어 보여주자 국자 얼굴이 달라졌다.

어매, 참말이네. 난 평생에 천만 원 든 통장도 못 만져 봤는디

억짜리 통장을 만져봉게 가슴까지 벌렁거려.”

 

태풍이 어깨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폈다.

똑똑히 봤지? 전에 꾼 2만원 이자까지 3만 원 받어.”

아녀, 안 주어도 좋응게 오늘 맥주 값이나 줘.”

조금 있으면 우리 아들이 주차장에 차 세우고 올 거야. 국밥 하나 특별로 말아 줘.”

아들도 왔다는 겨어?”

왔어. 저기 들어오네.”

국자가 태풍이 아들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돼지나 치고 살았다는 홀아비 아들이 쑥 빠진 미남으로 보였다. 9억짜리 위력에 그만 국자가 눈이 멀고 만 것이다.

저 청년이 태풍이 아들여?”

그렇다니까.”

 

오메, 잘도 생겨버렸네에.”

정말 잘생겼지? 윤달이하고 뭐뭐하면 안 좋을까?”

안 좋은게 아녀. 뭐뭐하면 좋지이.”

언제 유달이하고 우리 아들 평하고 만나게 해 볼까?”

아들 이름이 평이면 태평이 아녀?

태풍보다 엄청 좋네. 당장에 윤달이 오라고 할겨.”

 

태풍이 부자가 된 것을 안 국자 맘이 좌에서 우로 발라당 뒤집혔다.

국자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조금 있으면 온댜. 식사허면서 기둘려.”

 

태풍이 껄껄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사둔되는 거 아닌가?”

, 우리 윤달이도 스물 여섯이니께 나이도 맞구먼.”

태평이 식사를 끝낼 때 윤달이가 왔다.

윤달이 태풍이 와 있는 것을 알고 바락 소릴 질렀다.

또야? !”

 

국자가 전에 없이 얌전한 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신 소려. 이 어른으로 말하면…….”

윤달이 태평이를 보자 목을 쏙 들이밀고 물었다.

그래서?”

이 청년은 태풍 아저씨 아들여. 인사혀.”

윤달이 참새처럼 까딱 고갯짓을 하고 쪼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국자가 따라가 물었다.

총각 봤지? 우뗘?”

어떻긴 뭐가 어떻다는 거야?”

허당보다 좋지?”

약간.”

약간 좋으면 된겨. 내가 그 청년허고 해 볼겨.”

뭘 해?”

넌 시집 안 갈겨? 난 저 청년이 맴에 꼭 들어.”

알았어. 생각해 볼게.”

 

국자는 그만하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와서 말했다.

저것이 태평이한티 한눈에 반혀서 달아난겨.

처녀 적엔 맴에 들면 달아나잔여?”

 

태풍이 한술 더 떴다.

여자들이란 다 그렇더라구.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달아나는

꿩이 대가리를 땅에 박듯 싫어싫어 난 몰라 하면서

궁둥이를 내놓고 내숭을 떨더라 이 말이야.”

그렇지이? 갸가 태평이가 맘에 든다는 몸짓이 아닌가베.”

일이 잘 될 것 같구먼. 오늘은 이만 가 봐야 하고

수일 내로 아들과 상의하고 올 테니 그리 알고 기다려.”

태풍이 개비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맥주 값하고 전에 꾼 돈.”

국자가 손사래까지 쳤다.

아녀, 안 받을겨. 우리 사이에 그럼 쓰나?”(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