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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57-163

웃는곰 2025. 10. 10. 10:25

157-163 / 나 잉어 잡았다

 

허당이 물었다.

“그게 뭔 소려?”

오빠 멤버들이 다 내 이상형이야. 호호호.”

 

허당은 기가 막혀 말도 못했다.

주위 멤버들이 좋아서 모두 와아 하고 웃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짓궂게 물었다.

아가씨 성함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하우가 간단히 대답했다.

우예요. 우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허당 동생 허우라는 말씀인가요?”

하우가 웃으며 받았다.

허우나 하우나 우는 맞아요.”

 

난처해진 허당이 목청을 높여 큰소리를 질렀다.

바다다, 파란 바다가 부른다아!”

 

완전한 공짜는 없는겨

 

허당이 분위기를 바꾸느라 헛소리를 친 것이다.

해변 세미나라는 바람에 기대했는데 겨우 공짜심리와 욕심이라는 주제로

강사도 없이 돌아가며 모두 자기 경험담을 털어놓는 대회였다.

다들 경험담을 신나게 쏟아놓는데 허당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우가 답답하여 입을 열었다.

오빠, 뭘 해 한 마디 해.”

이때 한 멤버가 끼어들었다.

허박사는 원래 그래요. 그래서 촌놈 소리를 듣고도 허허거리는 허박사지요.”

 

이윽고 허당이 유머 비슷한 한마디를 던졌다.

세상에서 공짜로 얼마든지 나누어 줄 수 있는 건

웃음과 책뿐이여. 하하하.”

 

그리고 한 마디 더.

공짜로 준다면서 속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 앞으로!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는겨. 알겠나 제군!”

 

멤버들이 박수를 치면서 와아하고 웃으며 화답했다.

허박사 말이 명답이야. 오늘 세미나 톱 아웃!”

이렇게 해변 세미나는 끝나고 진한 노을이 바다 끝에 다홍치마 펼쳐놓듯

황홀한 그림을 그려놓고 태양은 대머리를 바다 속으로 숨겼다.

 

멤버들은 다 전세 버스로 떠나고 하우와 허당만 남았다.

오빠, 우리 저쪽 잔디밭에 가서 놀다 가자.”

안 되어. 싸게 가야 혀.”

뭐가 안 돼, 저 아름다운 잔디밭에서 바닷바람도 실컷 쐬고 가자, 오빠아.”

 

허당은 못 들은 척하고 주차해 놓은 방향으로 걸었다.

하우가 달려와 팔짱을 끼며 불만했다.

오빠, 이제부터 내 맘에 안 들 땐 허박사 하고 부를 거야. 그래도 좋아?”

맘대로 혀. 난 박사가 아닌게.”

 

허당도 속으로는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 아픈 추억만 만들 것이 빤하기 때문에

눌러 참고 모르는 척하고 차 앞까지 걸어가며 말했다.

너무 늦으면 아저씨한티 지청구 맞어.”

우리 아빠가 그렇게 무서워?”

무섭지는 안혀도 그런게 있어.”

 

결국 차에 올랐고 하우가 운전대를 잡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 말만 들어야 해, 오빠 알았지?”

 

나 잉어 낚았다

 

하우가 운전을 하면서 얄밉게 자랑을 했다.

오빠, 나 오늘 큰 잉어 낚았다.”

뭔 소려?”

멤버 중에 얼굴 하얀 키다리.”

그 사람이 맘에 들었던 겨?”

그리고 또 한 사람.”

그건 누구여?”

키는 작지만 생글생글 웃는 사람.”

 

그 사람? 사람 괜찮여. 키다리보다는 좋은 사람이여.”

그런데 또 한 사람 더 있는데. 말해도 될까?”

말혀.”

배가 약간 나오고 웃을 때 입을 가리는 사람.”

 

, 그 사람이 가장 모범생이지. 아저씨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실 것 같은디.”

그럴까? 그 사람 나하고 어울려?”

하우는 아무나 다 어울려.”

왜 그래? 내가 바보 같아서?”

아녀. 그런게 아녀.”

오빠, 내가 낚은 잉어 중에 어떤 잉어를 잡을까?”

 

허당은 대답하기가 싫었다.

하우를 누구한테도 주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무에 달린 사과를 주인이 허당한테는 못 따먹게 하고

사과 따먹을 사람을 따로 찾고 있으니 솔직히 마음이 심란했다.

오빠, 어떤 잉어를 잡아야 해?”

…….”

키다리야, 생글이야, 아니면 배불뚝이?”

…….”

오빠. 누가 좋으냐고?”

난 몰러. 하우 맘 가는 대로 혀.”

 

그러다가 차가 책 곳간에 당도했다.

해가 저물도록 두 사람이 납품가서 빨리 오지 않아

화가 잔뜩 난 하필이 대뜸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그들 왜 이렇게 늦는 겨?”

 

하우가 아양을 떨었다.

아빠, 내 걱정을 그렇게 했어엉?

그려. 너 혼저 같으면 걱정도 안 혀.

둘이 시시덕거리며 뭘 하다가 이저 온 겨?”

우리 바다 구경하고 왔어 아빠.”

 

하필이 기가 차서 목청을 높였다.

, 뭐여? 둘이 바다꺼정 갔단 말여?”

그랬어, 아빠 내 말 들어봐.”

뭔 소려?”

오늘 허당 씨하고 신랑감 미팅하고 왔어어.”

미팅이 뭐여?”

신랑감 보고 왔다고.”

그려? 맘에 드는 신랑감을 보고 온 겨?”

그렇다니까. 잘했지?”

 

하필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화를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어떤 사람을 보고 온 겨?”

신랑감이 수두룩했는데 그 중에 네 사람을 골랐지롱.”

넷씩이나?”

.”

그 중에 젤 맘에 드는 놈이 있었던겨?”

그럼. 최고로 좋은 사람 하나 골랐어.”

 

잘혔어. 싸게 한번 델려와.”

알았어. 데려다 아빠 품에 안겨 줄게.”

하필은 괜히 좋아서 허허대는데 허당은 하우가 무슨 맘을 먹고 저러는지 궁금했다.

또 이상한 것은 세 사람을 정했다고 했는데 아버지한테는

네 사람이라고 하여 또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하고

멤버들을 점검해 보자니 어지러웠다.

 

기분이 붕 뜬 하필이 이런저런 군소리 않고 간단히 말했다.

두 사람 대간하겠구먼. 하우도 허당도 일찍 돌아가 쉬오록 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다.

허당은 날마다 고서를 들고 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 즐거웠는데

이젠 갈 데가 없으니 가슴이 허당이었다.

 

그래도 날마다 하던 대로 책 열 권을 들고 정거장에 가서 거저유 거저하면서

책값을 받아들고 돌아와 이층에서 주문받은 책을 찾자니 따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 이층으로 올라와 말을 걸었다.

허당, 나허고 야기 좀 혀.”

. 말씀하세유.”

어제 하우가 신랑감 넷을 보고 온 모양인디, 자네 보기에는 누가 젤 맘에 들던겨?”

 

허당은 아무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답 흉내라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 맘에 든다고 하우 맘에도 들까유.”

그건 그려, 그래도 하우 신랑감이 누가 좋을지 자네가 점찍은 대로 말혀 봐.”

그런 건 하우가 퇴근하여 오거든 조근조근 물어 보세유.”

그래야 것지? 어떤 사람을 맴에 둔겨. 솔찬히 궁금하구먼.”

 

하우를 누군가가 채간다고 생각하니

허당은 하루 종일 맘이 산란해서 책도 제대로 찾아지지 않았다.

전에는 150평 곳간이 그다지 넓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 따라 아래 위층 300평이 바다같이 넓게 느껴지고 일도 하기 싫어졌다.

 

하우가 누구를 찍었다는 걸까? 그 세 사람이 다 하우 신랑감은 못 되는디…….

나도 모르는 또 한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점심때가 되어 자주 안 가던 국자국밥집으로 갔다.

국자가 허당이 오는 걸 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주문도 하지 않은

국밥에 곱창까지 곁들어 상을 차려주며 수다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