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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26-130

웃는곰 2025. 10. 5. 09:22

 

허당은 허당일 뿐이여. 하우두유두!”

호호호, 하우두유두. 오빠 우리 부자 되는 거지?”

난 우리가 아녀. 허당일 뿐이여.”

아니야, 나하고 오빠는 우리야.”

하나 물어볼껴.”

뭔데?”

하필 아저씨 연세가 몇이시랴?”

일흔 다섯.”

 

그렇게 많다구? 전에는 어디서 서점을 하셨댜?”

서울 합정동.”

허당은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아찔했다. 회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이 촌구석으로 오신겨?”

우리 아빠는 시대를 보는 눈이 있으신 거 같아.”

무슨 눈?”

 

출판업계가 스마트 폰 때문에 무너지는 걸 보시고 이리 내려와

이 건물이 싼 것을 알고 고서점을 팔고 책과 각종 그림과 고물들을 모두 가지고

이리 오신 거야. 그리고 아는 출판사와 서점들이 버리는

책들을 있는 대로 다 모아들인 거지. 그러면서 언젠가는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고 하셨거든.”

허당은 하필 영감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젠가 회장이 고서점을 몽땅

사기 위해 10억이나 준비했었다는 말을 떠올렸다.

 

오빠, 오늘 그거 할래?”

그게 뭐여?”

독서놀이, 전에 내가 숙제 내줬잖아, 준비했어?”

내가 할 말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책에 다 있으니께 거기서 찾아 봐.”

그게 뭐야? 정말 그럴 거야? 오빠.”

했잖여.”

 

진짜로 하자 오빠.”

이때 우체국을 다녀온 하필이 두 사람이 하는 소릴 듣고 귀를 바짝 세우고 생각했다.

뭣이? 이것들이 뭘 진짜로 하자는 겨?’

하필이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하우, 뭘 혀?”

하우가 얼굴을 내밀고 대답했다.

아빠가 오시기 전에 책을 누가 먼저 찾나 해보자는 거야.”

하필은 불끈 솟은 노기에 김이 푹 빠졌다.

그려? 뭔 책을 찾는 겨?”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라는 책.”

하필은 자기의 애독서라 따로 두고 읽는 터라 큰소리로 대답했다.

잘 찾아 봐. 누가 먼저 찾는지 볼겨.”

 

다음 날 허당은 하우하고 한 차를 타고 책을 도서관에 납품하고 곧바로

돌아와 고서 두 권과 동화책 왕호랑이와 임금님두 권을 가방에 넣고 서울로 향했다.

회장 회사 빌딩 앞에 이르자 경비실장이 달려 나와 반겼다.

어서 오시오. 책선생.”

? 그 뭔 소류?”

 

날마다 좋은 책을 주시니 선생님으로 모십니다.”

안 되쥬. 그냥 허씨 허고 불러 주세유.”

그런 좋은 책을 주시는 분인데 허씨가 뭡니까. 책선생.”

책이 그렇게 재미있었어유?”

그럼요.”

허당이 은근히 실장 속을 떠 보았다.

어제 드린 나는 어린 왕자가 재미있었다규?”

,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귀여운 어린왕자가 오줌 싸놓고 뭐라고 했지유?”

숨었지요.”

 

손자가 오줌 싸고 하는 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셨쥬?”

이 녀석아 이게 뭐야…….”

허당은 가방속의 책을 꺼내지 않았다.

경비실장은 믿을 사람이 못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장 회장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실장이 어이없는 소리를 했다.

오늘은 그냥 가시나요?”

.”

 

허당이 회장실에 들어서자 비서도 회장도 반겼다.

어서 오시오. 허선생.”

회장님, 전 선생이 아니쥬.”

아니오. 내가 판단하는 선생은 빈 허당이 아니시오.”

아녀유. 전 찐짜 허당이여유.”

 

회장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전에 말씀드린 서점주인 어른과 상의해 보셨나요?”

서점은 아니구유. 책 곳간인디, 아즉 말씀을 못 드렸네유. 오늘 가서 여쭈어 보겠어유.”

그렇게 하시지요. 오늘도 약속한 대로 두 장만 넣었습니다.”

회장은 봉투를 내주고 허당의 얼굴을 살피며 생각했다.

이 청년이 보통 인물은 아니야…….

내가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도 거부하고…….

어째서 이런 일을 할까?’

 

허당은 봉투를 받자마자 자리를 떴다.

그리고 경비실에 나오다 김씨를 만나 인사도 하기 전에 질문 먼저 던졌다.

어제 드린 나는 어린 왕자가 재미있었나유?”

,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어린왕자가 오줌 싸놓고 뭐라고 했지유?”

할머니, 나 오줌 쌌어 하고 당당하게 말했지요.”

손자가 오줌 싸고 하는 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셨나유?”

아이구, 이 귀여운 우리 왕자님…….”

 

허당은 만족하여 웃으며 가방을 열고 가지고 온

왕호랑이와 임금님을 꺼내 주면서 말했다.

하나는 실장님 드려유.”

왜 직접 주시지 않고……?”

이유가 있어유.”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허당은 경비실을 나와 부지런히 버스터미널로 가 책 곳간으로 돌아왔다.

하필은 허당을 꼬박 기다리다 반겼다.

이제 오는 겨?”

. 이거나 받으슈.”

하필은 돈만 주면 입을 찢어지게 벌리고 허허거린다.

하필이 기분이 좋아 허당을 추켜올렸다.

허당이 젤여!”

 

하필이 기분 좋아할 때 궁금한 건 물어야 한다.

아저씨, 뭐 물어봐두 될까유?”

뭐여? 뭐든지 물어. 아프지만 않게 물으면 돼야.”

제가 서울에 큰 회사 회장님한티 고서를 드리고 봉투를 받아오는디…….”

그려, 말혀.”

그분이 우리 곳간을 좀 보고 싶은디 구경 한번 시켜달라는디 우쩌지유?”

그건 절대 안 돼.”

 

허당이 진짜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아저씨는 공부를 어디꺼정 하셨대유?”

그건 왜 묻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