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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21-125

웃는곰 2025. 10. 4. 09:35

121-125

 

하필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물었다.

그렇지? 허당이하고 결혼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안 혔지?”

그런 건 꿈도 꾸지 마, 아빠.”

네 속이 그렇다면 안심혀. 허당은 국자 사위니께.”

 

하우가 까르르 웃었다.

호호호, 허당 씨가 아무 사위나 된다고!”

그려. 국자가 찍었는디.”

그럼 잘 되었네. 우리 곳간에 두지 말고 국밥집으로 보내면

더 좋을 텐데. 아빠, 그렇게 해!”

 

하필은 정신이 고추장독에 빠진 듯 어지러웠다.

하우하고 때어 놓자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은데

책을 잘 찾고 공짜로 일 부려 먹자면…….

젊은 일꾼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세상인데

공짜 일꾼이 굴러들어온 건 홍복이 안니가.

 

하우가 허를 찔렀다.

아빠는 욕심쟁이야.”

욕심쟁인 아녀.”

하필은 속으로 허당 앞으로 만들어 숨겨놓은 통장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우가 허당씨 어쩌구 하지만 신랑감으론 생각도 말라는 말은 반가웠다.

허당한테 다른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여겨져서 다행스럽기도 했다.

 

허당은 서울 가는 차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참 이상한 일이야. 이런 고물 책을 그렇게 비싸게 사는 이유는 무엇이며

고서를 사가던 그 신사는 누구인가?’

그러면서 회장님을 만나면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분 같아 신기하고 궁금했다.

고서를 어떻게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비싸게 사들이는 것인가?’

궁금증을 가지고 회사 빌딩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실장이 따라왔다.

실장은 인사보다 책을 먼저 물었다.

오늘도 동화책 가지고 오셨지요?”

.”

 

허당이 동화책 나는 어린왕자두 권을 내밀었다.

형씨, 오늘도 똑같은 책만 가져오셨소?”

. 김씨 것허고.”

그 사람은 동화 같은 건 보지 않는 것 같던데…….”

그래도 드려보세유.”

 

이 말을 남기고 허당은 능숙하고 당당하게 회장실로 갔다.

회장은 허당을 보자 반겼다.

어서 오시오.”

허당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들고 온 고서를 내밀었다.

회장은 어제 내밀었던 헌책방 할아버지를 응접 탈자 위에 펼쳐놓고 물었다.

이 책 읽어보셨소?”

 

허당은 민망하여 어깨도 못 펴고 대답했다.

지는 아즉 못 읽어 봤는디유.”

이 할아버지가 하던 책방이 어디 있었는지 아시겠소?”

책도 못 읽어 봤는디 그런 책방이 어디 있는지는 더 모르지유.”

그렇구려. 내가 찾고 있던 그 책방이 어딘가 있을 것인데…….”

회장님, 동화책 속의 할아버지를 찾으시는 건 아니시쥬?”

 

그렇소, 그 책방이 합정동 감거리 귀퉁이에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고

그 자리에 스마트 폰 가게가 들었소.

그래서 그 고서점 주인을 찾던 중이었는데…….”

회장님은 워째서 이런 책을 비싼 돈을 주어가며 구하시는디유?”

이 책이 비싸다고 생각하시오?”

, 이런 고물 책을 회장님께서 주시는 대로 백만 원씩 받아 가면서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유.”

지금 일하고 있는 곳간에 이런 고서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책 곳간엔 전국 서점과 출판사에서 내버린 책을

억수로 주서다 뫄놔서 무슨 책이 을마나 있는지 몰르쥬.”

내가 한번 찾아가 보아도 괜찮겠소?”

그건 안 되쥬.”

왜요?”

 

우리 책 곳간 주인이 절대로 아무나한티 알려주지 말라고 했거던유.”

왜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라고 한 것 같소? 만약 말이오.

내가 가서 거기 있는 고서를 몽땅 다 산다고 하면 파실는지 그것이나 알아보시오.”

.”

 

허당이 회장실에서 나오자 김씨가 밖에서 기다렸다가 인사를 했다.

어제는 못 뵈어서 오늘은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고마워유. 어제 드린 키다리 바보 삼촌 재미있었나유?”

?”

못 보셨구먼유.”

 

허당은 경비실장이 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연히 경비실로 가서 말했다.

실장님, 오늘 드린 동화책 나는 어린 왕자를 김선생님께 드리세유.”

 

경비실장이 동화책을 내밀자 김씨는 겸손히 받아 들고 허당한테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허당이 경비실장한테 물었다.

실장님 키다리 바보 삼촌재미있지유?”

, 아주 재미있습니다.”

키다리 바보 삼촌 이름이 뭐지유?”

 

경비실장은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 그건…….”

이때 김씨가 얼른 도왔다.

동길이 생각이 빨리 안 나시나 봅니다. 실장님.”

그래, 동길이었어. 박동길.”

 

허당은 촌스럽게 굴지만 지혜는 촌놈이 아니었다.

실장이 성까지 틀리게 대는 걸 보고 한심하여 또 물었다.

실장님, 그 과수원집 딸이 다니던 은행이 어디라고 했쥬.”

실장은 흔한 것이 국민은행이니 그러려니 하고 대답했다.

국민은행이지요.”

 

허당은 상대가 동화를 전혀 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태연히 대답했다.

잘 아시네유. 안녕히들 계시유.”

허당은 곧 자리를 떠나 돌아왔다.

책 곳간에서 하필이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오늘도 두 장이지?”

, 받으시유.”

하필은 수표 두 장을 받자마자 우체국으로 달려가고 허당은 하우가 가져다 놓은

주문장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가 책을 찾았다.

날마다 주문량이 늘었다.

내일도 한 차를 끌고 가야 할 분량이었다.

하우가 퇴근하는 길로 이층으로 오르며 소리쳤다.

오빠!”

…….”

오빠, 왜 또?”

?”

난 오빠가 대답 안 할까 봐 겁나.”

말혀. 뭐 급한 겨?”

아냐. 그냥 오빠, 허당 오빠, 하고 부르고 싶어서.”(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