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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11-115

웃는곰 2025. 10. 2. 11:37

하필이 물었다.

잘 댕겨온 겨?”

.”

허당이 봉투를 내밀자 받아든 하필이 그 안의 것을 꺼내 보더니 눈알이 뱅그르르 돌았다.

허당, 이게 뭐여?”

돈이쥬.”

 

돈은 맞는디 동그라미가 하나 덜 붙었어.”

알어유.”

그 동그라미 하난 어디 간겨?”

그게 단디유.”

이런 곰탱이 십만 원도 모르고 백만 원도 모르는 겨?”

알지유.”

 

동그라미 하나는 삥땅 친겨?”

삥땅이 뭔디유?”

이건 이십만 원이여. 백팔십만 원을 어쨌냐구?”

아저씨가 저한티 맡겼던 건가유?”

허허, 내가 내가…….”

 

하필이 할 말이 없게 되자 헛기침을 하고 구석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이층에 하우가 가져다 놓은 주문서 보고 찾아 봐.”

 

이번에는 주문 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참 동안 찾아 쌓아놓고 보니 하우가 타고 다니는 마티스에는 실을 수가 없을 만큼 많았다.

하필이 쌓아놓은 책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어매! 책이 솔찬히 많어서 하우 차에는 못 다 실을 거 같은디

내일은 자네가 내 차에다 싣고 도서관꺼정 댕겨와야 것구먼.”

.”

 

이때 하우가 퇴근하여 돌아왔다.

수두룩한 책 더미를 보고 하우도 놀란 소리를 질렀다.

어마! 이렇게 많은 책을 오빠 혼자 다 찾아놓은 거야?”

 

허당 대신 하필이 좋아서 대답했다.

그려, 허당이 한참 수고혔어. 이 책을 네 차에는 다 실을 수 없응게

낼은 허당하고 둘이 내 차에다 싣고 가야 것다.

그래야 책을 도서관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야 할 거 아닌가베.”

그래요 아빠. 이 많은 책을 저 혼자는 다 서고까지 옮길 수가 없어요.”

그렇지이. 허당일 델고 가면 수월할 겨.”

 

그렇게 되어 다음 날 아침 허당이 책을 봉고에다 싣고

하우와 한 차를 타고 도서관까지 갔다. 서고는 이층에 있었다.

하우는 책을 내려주고 허당은 책을 다섯 번째 둘러메고 올려다 주고 내려왔을 때다.

제비처럼 깔끔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 다가와 하우한테 말을 건넸다.

미스 하. 수고 많아. 저 사람은 누구?”

. 우리.”

 

우리? 그게 무슨 대답이 그래?”

우리라고.”

미스 하. 농담이지? 우리가 무슨 뜻이야?”

그런게 있어.”

아니, 미스 하 나하고 그런 사이야?”

그게 무슨 말?”

 

우리라면 미스 하하고 나잖아?”

싱거운 소리 노 땡큐.”

미스 하, 내 맘을 그렇게 모르는 척하기야?”

그게 뭔데?”

알았어. 나중에 책 다 올리고 나서 나 좀 봐.”

 

제비는 불만스런 듯 돌아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허당은 그 젊은 사람이 아주 멋지고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사실이 그랬다.

자기하고 그 사람하고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제비 같고 자기는 뜸부기 같다고 생각했다.

 

하우한테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주머니에 든 보물이

달아나는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하필 영감을 생각해서라도 다른 맘을 먹으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우가 사무실에 들어가 일을 다 마치고 나와

백일홍처럼 예쁘게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아, 기분 짱!”

짱이 뭐여?”

오빠, 나 오늘 휴가 받았다.”

휴가가 뭐여?”

내 시간 내 맘대로 쓰는 거.”

그럼 나는 날마다 휴간가베?”

 

오빠는 휴가를 자진 반납하고 살잖아?”

그 뭔 소려?”

오빠는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데도 우리 곳간에 와서

아무 조건도 없이 봉사하고 있잖아?”

봉사가 무신 봉사여, 직업이 없으니께 놀이삼아 좋아서 하는 일이지.”

아무튼 좋아. 지금부터는 내가 운전할 테니 오빠는 내가 하는 대로만 해.”

 

하우가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다.

할 수 없이 허당은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 솜씨 좋은 하우는 차를 신나게 몰고 달렸다.

어디로 가는 겨?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디.”

알아, 오빠.”

 

차는 시내를 벗어나 서쪽으로 달렸다.

한 시간쯤 걸려 섬이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고 바닷바람이 노래처럼 지나가는 모래밭으로

하우가 앞장서 걸었다.

허당은 하우 이마에 흘러내린 머릿결을 보고 참 예쁘다, 예뻐하고 생각했다.

 

마침 모래 밭 한 곳에 넓적한 바위가 있었다.

둘이는 바위를 타고 앉아 바다 끝에서 하얀 돛대를 달고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돛단배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하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기분 좋아?”

, 그렇지…….”

무슨 대답이 그래?”

바다 끝으로 흘러간 맴이 돌아오질 안 혀.”

안 돼, 오빠 마음은 내 가슴 속에만 있어야 해.”

 

허당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바다 끝 수평선 너머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행복이 있을 것 같여.”

오빠 맘은 내가 갖고 싶어.”

그건 안 돼야.”

왜 안 되는 거야?”

우리는…….”

 

허당이 말끝을 흐리다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아까 그 잘생긴 직원을 아저씨가 보시면 좋아할겨.”

그 직원?”

내가 보기에 인물도 잘났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였어.”

그런 건 겉물만 본다는 거야.”

그기 뭔 소려?”

껍데기만 보는 눈이 있고 속만 보는 눈이 있는 거 몰라?”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말도 있잖여?”

내가 사람 보는 눈은 달라. 그런 사람 트럭으로 주어도 노굿이야.”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겨?”

그건 내 맘에 가둬 놓고 싶은 사람.”

 

허당은 조금 전에 하우가 오빠 마음은 내 가슴 속에만 있어야 해

하던 말이 떠올라 고개를 저으며 다짐했다.

안돼, 그건 안 되는 거여,

나는 하우 상대가 절대 아녀, 아저씨가 아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