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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01-105

웃는곰 2025. 9. 30. 19:52

101-105 / 공짜 병 조심혀

 

회장은 속으로 놀랐다. 주는 돈을 되돌려주는 거래는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적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 더 고집을 부려 보았다.

내가 주는 대로 받으시는 게 예의여유. 도로 받으세유.”

아녀유. 절대 못 받어유.”

 

회장은 이 욕심 없는 젊은이의 정체가 궁금하여 물었다.

학교는 어디꺼정 댕겼대유?”

별로유, 봉담대학이라고 하는디유, 혹시 아시나유?”

그 대학이라면 유명한 대학인디 알고말고지유. 전공학과는 우떻게 되시나유?”

심리학을 좀 했지유.”

 

회장은 은근히 놀라며 엉뚱한 제안을 해 보았다.

마침 잘 되었네유. 우리 그룹에 회사원을 위한 상담실을 하나 마련하려던 찬디,

나허고 일해 보지 않으실래유?”

 

허당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건 안 되쥬. 회장님허고 저는 상거래를 하는 사이인디 허면 안 되지유.”

회장이 정색을 하고 서울말로 말했다.

허선생, 그러지 말고 나하고 손잡고 일합시다.”

지가 무신 선생이유. 책 곳간 심부름꾼인디유.”

 

학교에서 그만큼 배우고 연구한 것이 있을 텐데

그 실력을 썩히면 되겠어요? 그건 국가적 손실이지요.”

저 같은 건 세상에 가을 낙엽보다 많어유.

회장님이 서울말을 하시니께 제 맴이 편해지내유.”

그래요? 그렇지만 허선생이 좋을 땐 사투리를 쓸 테니 그리 아시오.”

, 고마워유.”

 

오늘 거래는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또 보물을 가지고 만납시다.

그리고 우리 회사 상담실 문제도 연구해 보시오.”

고서는 을마든지 갖고 오것지만 심리상담실은 연구할 게 읎시유.”

알았어요. 내일 봅시다.”

안녕히 계셔유. 내일 또 뵙것시유.”

 

허당이 회장실을 나와 정문을 나설 때 경비원이 불렀다.

저 좀 보시지요.”

?”

아까 주신 동화책 행복을 파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저 장사꾼 아녀유. 그 동화책이 재미있어서 드린 거여유.”

거저요?”

, 거저유. 거저 드린 거유.”

 

경비원이 주머니에서 5천 원을 꺼내어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가진 것이 이것밖에 안 되어서…….”

저는 돈 안 받어유. 좋은 책을 좋은 맴으로 드리는 것이니께 좋게 받아주세유.”

귀한 것을 거저 받으면 공짜 병에 걸린다는 거 모르시나요?”

 

허당이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눈을 번쩍 뜨고 물었다.

? 공짜병이라고 하셨나유?”

, 공짜병을 퍼뜨리는 것도 죄입니다. 작지만 받으세요.”

 

허당은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돈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인사를 했다.

고마워유. 이 돈 아주 요긴한 데 쓸래유. 그래도 되지유?”

그럼요. 그러시면 제가 고맙지요.”

알았시유. 이 돈은 제 돈이 맞지유?”

, 맞습니다.”

이제 지 맘대로 써도 되쥬?”

물론입니다.”

 

허당은 돈을 경비원 손에 잡혀 주면서 말했다.

내 돈 내 맘대로 주고 싶은 사람한티 주는 건 죄가 안 되쥬?

받으세유. 내 돈 드리는 건게 받으세유.”

 

경비원은 어이가 없어 돈을 되받으면서 크게 웃어 제쳤다.

하하하 세상에 이런 일이?”

그 소리에 경비실장이 다가오며 물었다.

김씨, 뭘 가지고 그렇게 웃으시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 돈은 뭐고 동화책은 왜 들고 그러시오?”

 

그러다가 실장이 허당한테 말했다.

손님이 주신 동화책 귀 밝은 임금님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 경비원들이 읽고 맘에 새길 교훈인데 아이들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우리 아들한테 주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지요?”

, 그러시면 고맙지유.”

 

세상이 많이 변했어. 옛날 같으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책을

이제는 아무나, 아무한테나 책을 뿌리고 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스마트 폰이 만든 선물인가 병인가. 안 그런가 김씨?”

 

허당은 아무나가 아무한테나 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참고 말했다.

그 책은 애들보다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할 내용이지유.”

맞아요. 댁은 어디서 그런 책이 나서 이렇게 공짜로 나누어 주나요?”

그런 책 많어유.”

그럼 언제든 그런 책을 많이 갖다 주실 수 있습니까?”

. 내일도 올테니께 몇 권 드리지유.”

 

경비실장은 신이 나서 말했다.

고맙소. 내가 도깨비 방망이를 만났어, 하하하.”

제가 도깨비 방망이라구유?”

동화책을 거저로 많이 주신다니 옛날이야기 생각이 나서 한 말이오. 섭섭하시오?”

아니유. 내일 뵙지유.”

 

허당은 서울에서 돌아와 버스가 정거장에 서자마자 곧바로 책 곳간으로 달려갔다.

하필이는 허당이 고서를 들고 나갔다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터라 반겼다.

오늘도 뭐 그런 거 있는 겨?”

. 이 봉투 받으시유.”

 

하필은 봉투를 받아 속을 들여다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하하하, 내가 도깨비헌티 홀린 것 같당게.”

도깨비가 뭐유?”

그런게 있어. 하하하.”

 

이층에서 책을 찾던 하우가 하필이 웃음소리를 듣고 내려다보았다.

아빠, 웬 웃음소리가 그렇게 커?”

하필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다 도깨비 때문이지. 하하하.”

 

하우가 허당한테 빨리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보나마나 주문장을 보라는 신호일 것이다.

오늘은 하필이 기분이 좋아서 한마디 했다.

허당, 빨리 올라가 봐. 하우가 부르잖여. 주문장에 꼬부랑글씨가 많었어.”

알았슈.”

 

허당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하우가 찾아놓은 책을 가리켰다.

책이 엄청 많았다.

웬 책이 이렇게 많은겨?”

오빠, 내가 다 찾았는데 원서는 못 다 찾았어.”

그려? 내가 바로 찾을겨.”(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