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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인 잠깐 사이에 책을 다 찾았다.
그 동안 하우는 전에 펴고 읽던 책을 들고 말했다.
“오빠, 독서놀이할 책 정했어?”
“아니.”
“내가 한 말 안 들어줄 거야?”
“차차 찾아 볼겨.”
“오늘은 내가 이런 센텐스를 읽어 줄게. 알았지?”
“응.”
하우가 책을 펴고 한 파트를 읽었다.
“여자는 모든 여자가 그렇듯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팔 안에 몸과 마음이 꼭 품겨져야
완전한 여자의 인격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신을 향해 제 몸과 마음이 다가서 닿을만한
항구가 되어지기를 소원하는 것은
혹시 무조작(無造作)한 생명의 요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한 번도 저에게 비겁이거나
수치의 감을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
아무 꿀림 없는 자연적 사고 내용이었습니다.”
하우가 책장을 덮고 말했다.
“오빠, 이런 글 어때?”
“노우여.”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무언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하우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듣는 마음도 야릇하기만 했다.
“오빠, 내일은 오빠 차례야. 알았지?”
“오케여.”
“오빠는 영어 잘하네. 노우 오케이만, 호호호.”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
하필이 좀 불만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다 찾았으면 둘 다 내려와!”
하필은 허당을 돈 물어오는 도깨비 방망이 같다고 좋아하면서도
하우하고 붙어 있는 건 질색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 날 허당은 고서 두 권과
‘행복이 주렁주렁’이라는 동화책 두 권을 들고 빌딩 경비실 앞으로 갔다.
경비실장이 내다보고 김씨한테 말했다.
“저기 보게. 촌뜨기가 오고 있네.”
“아무리 촌사람이라도 그러시면 안 되시지요.”
“촌뜨기는 촌뜨기지 뭐. 안 그래유우, 고맙쥬우. 히히히.”
경비실장은 촌뜨기라고 얕보면서도 알랑거리는 재주는 천재적이다.
“형씨, 반갑수다.”
허당이 똑같은 제목이 붙은 동화책을 하나는
경비실장한테 주고 하나는 김씨라는 직원한테 주었다.
경비실장이 불만스러운 듯한 말씨로 물었다.
“둘 다 똑같은 책을 주시면 재미가 없지 않나.”
허당이 대답했다.
“그래야 공평하지유.”
경비실장이 허당한테 못마땅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사람 보아가며 공평을 말하시게. 난 실장이고…….”
책을 받아든 김씨가 주머니에서 어제 그 5천 원짜리를 내밀었다.
경비실장이 보고 어깃장 소리를 했다.
“김씨, 거저 준다는데 돈은 뭔가?”
허당이 겸손히 돈을 받으며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유.”
경비실장이 김씨한테 명령조로 말했다.
“오늘도 회장님 만나러 온 것 같은데 데리고 들어가 봐.”
“예, 책 선생님 들어가시지요.”
경비원 김씨의 안내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허당이 조금 전에 받은 돈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돈은 제거 맞지유?”
“맞습니다.”
“내 돈이니께 내 맘대로 써도 되지유?”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허당이 김씨 손에다 5천 원을 넘기며 말했다.
“내 돈 받으시유.”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공짜병에 걸립니다.”
“공짜병이 아무나 걸리나유. 받으시유. 문 열려유.”
허당은 김씨한테 돈을 쥐어주고 내려서 회장실로 갔다.
기다리고 있던 회장이 반겼다.
“어서 오시오. 날마다 수고를 하게 하여 미안하오.”
“아녀유. 지는 이렇게 회장님 뵈러 오는 게 기뻐유.”
“고맙소. 차 한 잔하고 거래합시다.”
회장은 점잖기도 하지만 사리가 매우 밝은 분이었다.
고서를 받아 들고 몇 장 열어보더니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미리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고마워유, 회장님.”
허당은 봉투 속을 들여다보았다.
또 석장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10만 원짜리 수표였다.
그렇지만 허당은 그 중에 하나를 꺼내어 회장한테 내밀었다.
“저는 두 장만 가지고 갈래유. 이건 회장님 받으세유.”
회장은 기가 막혔다. 왜 오늘은 이것밖에 안 주느냐고
대들 줄 알았는데 예상이 전혀 빗나갔다.
“섭섭해서 그러시오?”
“아니유. 주시는 대로 고맙지유, 받으세유.”
“정 그러시다면 내가 도로 받겠소. 내일 또 봅시다.”
회장은 빙긋이 웃으며 수표를 받았다.
거래가 끝났으므로 허당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히 계세유.”
“잘 가시오. 내일 봅시다.”
허당이 경비실 앞에 이르자 경비실장이 먼저 말했다.
“형씨, 내일도 동화책 기다려도 되겠소?”
“야.”
경비 김씨가 달려와 인사를 했다.
“벌써 가시나요?”
“야. 수고하세유.”
허당은 그 길로 곧장 내려왔다.
책 곳간에서 기다리던 하필이 웃으며 다가와 물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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