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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06-110

웃는곰 2025. 10. 1. 17:35

106-110 / 

허당인 잠깐 사이에 책을 다 찾았다.

그 동안 하우는 전에 펴고 읽던 책을 들고 말했다.

오빠, 독서놀이할 책 정했어?”

아니.”

내가 한 말 안 들어줄 거야?”

차차 찾아 볼겨.”

 

오늘은 내가 이런 센텐스를 읽어 줄게. 알았지?”

.”

하우가 책을 펴고 한 파트를 읽었다.

여자는 모든 여자가 그렇듯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팔 안에 몸과 마음이 꼭 품겨져야

완전한 여자의 인격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신을 향해 제 몸과 마음이 다가서 닿을만한

항구가 되어지기를 소원하는 것은

혹시 무조작(無造作)한 생명의 요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한 번도 저에게 비겁이거나

수치의 감을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

아무 꿀림 없는 자연적 사고 내용이었습니다.”

 

하우가 책장을 덮고 말했다.

오빠, 이런 글 어때?”

노우여.”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무언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하우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듣는 마음도 야릇하기만 했다.

오빠, 내일은 오빠 차례야. 알았지?”

오케여.”

오빠는 영어 잘하네. 노우 오케이만, 호호호.”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

하필이 좀 불만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다 찾았으면 둘 다 내려와!”

 

하필은 허당을 돈 물어오는 도깨비 방망이 같다고 좋아하면서도

하우하고 붙어 있는 건 질색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 날 허당은 고서 두 권과

행복이 주렁주렁이라는 동화책 두 권을 들고 빌딩 경비실 앞으로 갔다.

 

경비실장이 내다보고 김씨한테 말했다.

저기 보게. 촌뜨기가 오고 있네.”

아무리 촌사람이라도 그러시면 안 되시지요.”

촌뜨기는 촌뜨기지 뭐. 안 그래유우, 고맙쥬우. 히히히.”

 

경비실장은 촌뜨기라고 얕보면서도 알랑거리는 재주는 천재적이다.

형씨, 반갑수다.”

허당이 똑같은 제목이 붙은 동화책을 하나는

경비실장한테 주고 하나는 김씨라는 직원한테 주었다.

경비실장이 불만스러운 듯한 말씨로 물었다.

둘 다 똑같은 책을 주시면 재미가 없지 않나.”

 

허당이 대답했다.

그래야 공평하지유.”

경비실장이 허당한테 못마땅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사람 보아가며 공평을 말하시게. 난 실장이고…….”

 

책을 받아든 김씨가 주머니에서 어제 그 5천 원짜리를 내밀었다.

경비실장이 보고 어깃장 소리를 했다.

김씨, 거저 준다는데 돈은 뭔가?”

 

허당이 겸손히 돈을 받으며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유.”

 

경비실장이 김씨한테 명령조로 말했다.

오늘도 회장님 만나러 온 것 같은데 데리고 들어가 봐.”

, 책 선생님 들어가시지요.”

 

경비원 김씨의 안내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허당이 조금 전에 받은 돈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돈은 제거 맞지유?”

맞습니다.”

내 돈이니께 내 맘대로 써도 되지유?”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허당이 김씨 손에다 5천 원을 넘기며 말했다.

내 돈 받으시유.”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공짜병에 걸립니다.”

공짜병이 아무나 걸리나유. 받으시유. 문 열려유.”

 

허당은 김씨한테 돈을 쥐어주고 내려서 회장실로 갔다.

기다리고 있던 회장이 반겼다.

어서 오시오. 날마다 수고를 하게 하여 미안하오.”

아녀유. 지는 이렇게 회장님 뵈러 오는 게 기뻐유.”

고맙소. 차 한 잔하고 거래합시다.”

 

회장은 점잖기도 하지만 사리가 매우 밝은 분이었다.

고서를 받아 들고 몇 장 열어보더니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미리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고마워유, 회장님.”

 

허당은 봉투 속을 들여다보았다.

또 석장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10만 원짜리 수표였다.

그렇지만 허당은 그 중에 하나를 꺼내어 회장한테 내밀었다.

저는 두 장만 가지고 갈래유. 이건 회장님 받으세유.”

 

회장은 기가 막혔다. 왜 오늘은 이것밖에 안 주느냐고

대들 줄 알았는데 예상이 전혀 빗나갔다.

섭섭해서 그러시오?”

아니유. 주시는 대로 고맙지유, 받으세유.”

정 그러시다면 내가 도로 받겠소. 내일 또 봅시다.”

 

회장은 빙긋이 웃으며 수표를 받았다.

거래가 끝났으므로 허당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히 계세유.”

잘 가시오. 내일 봅시다.”

 

허당이 경비실 앞에 이르자 경비실장이 먼저 말했다.

형씨, 내일도 동화책 기다려도 되겠소?”

.”

경비 김씨가 달려와 인사를 했다.

벌써 가시나요?”

. 수고하세유.”

 

허당은 그 길로 곧장 내려왔다.

책 곳간에서 기다리던 하필이 웃으며 다가와 물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