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이 하우를 보고 물었다
“나를 오빠라고 부른다규?”
“예스, 호호호…….”
허당은 갑자기 굉장한 대접을 받는 거 같고 기분이 업되어 소리쳤다.
“하우두유두!”
“호호호호.”
아래층에서 일하던 하필이 두 사람 웃는 소리를 듣고 귀를 바짝 세웠다.
이것들이 또 붙어서 헤헤거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호통을 쳤다.
“뭣들 혀? 책은 안 찾고 왜 또 시시덕거린뎌?”
허우가 대답했다.
“책 다 찾았어, 아빠.”
“그럼 넌 거기서 시시덕거리지 말고 어서 내려와!”
“싫어. 난 오빠하고 놀다 내려갈 거야!”
오빠? 하필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을 받았다.
허당이를 오빠라고? 누가 지 오빠여?
하필은 부아가 나서 더 큰소릴 질렀다.
“둘 다 내려와! 내가 참지 않을 겨!”
하우하고 허당이 이층에서 내려왔다.
하필이 대단한 뭐라도 할 것처럼 소리치더니 꼬리를 내렸다.
“그래 꼬부랑글씨도 다 찾은 겨?”
하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가 다 찾았어. 오빠 짱이야.”
하필이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못했다.
허당이 정말 꼬부랑글씨 책을 찾았다는 것인지 의심이 갔다.
허당이 그런 글씨도 읽을 줄 안다면?
우습게 여기던 허당이 자기보다 뭔가 더 아는가 싶었지만
그래도 하우 짝은 아니라고 머릴 저었다.
“허당이 책 찾느라고 수고한 것 같텨. 그만 돌아가 봐.”
다음 날 허당은 고서 두 권을 들고 서울 그 큰 빌딩을 찾아갔다.
빌딩 앞에는 경비원이 경찰보다 더 멋지게 차리고 엄숙하게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허당이 가까이 가서 어정거리자 어제 보았던 경비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왜 또 오셨소?”
“안녕하세유?”
“누굴 찾으시나요?”
“야.”
허당은 들고 온 고서를 내밀며 말했다.
“미안허지만 이 책을 회장님께 보여드리고 무슨 말씀을 허시는지 듣고 싶구먼유.”
경비원이 시커먼 고서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것도 책이라고 가지고 오셨소?”
“야.”
“우리 회장님이 이런 책을 보실 분 같소? 그냥 돌아가시오.”
“그러시지 말고 지가 부탁드린 대로 회장님한티 갖고 가서
안 받겠다고 하시면 도로 가지고 오세유.”
“허허, 참 별 사람 다 보겠네. 어디서 이런 고물딱지를 가지고 와서
하늘같은 회장님한테 드리라는 것이오?”
이때 다른 경비원이 다가와 물었다.
“김씨, 무얼 가지고 그러나?”
“이 사람이 구질구질한 고서를 둘씩이나 들고 와서 회장님한테 전하라고 하시네요.”
그 사람도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비서실로 전화를 했다.
“어떤 촌사람이 고서를 들고 와서 회장님을 찾는데 회장님께 말씀드려 보세요.”
비서가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잠시 후에 회장실에서
그 사람을 회장실로 안내하라는 허락을 받고 말했다.
“일단 회장님께서 보시자고 하니 날 따라 오시오.”
허당은 경비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갔다.
경비원이 비서한테 허당을 안내해 주고 돌아갔다.
깔끔하고 깜찍하게 생긴 여비서가 고서를 들고 회장실로 들어갔다.
허당은 비서실 소파에 앉아 안에서 무슨 대답이 나오나 기다렸다.
잠시 후 비서가 나와 안으로 안내했다.
“회장님이 뵙고 싶다십니다. 들어오시지요.”
허당은 회장의 얼굴을 아는 터라 부담 없이 인사를 했다.
“회장님 안녕하세유. 처음 뵙겠어유. 저는 허당이어유.”
회장이 의아한 눈으로 웃으면서 물었다.
“농담하시는 거 아니시지요?”
“야. 이름이 이상혀서 그러시지유?”
“하하하, 그렇소. 이름도 이상하지만…….”
회장은 속으로 웃었다. 촌뜨기 이름 같다고.
“회장님, 죄송혀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게 저도 우짤 수 없구먼유.”
“좋아요. 허당이란 이름이 듣기는 그렇지만 정감 가는 이름입니다.
허씨는 허가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의 성이라고 자랑한다는데 그 말이 정말인가요?”
“그렇지유. 허가 없이 되는 일 있나유.”
“하하하, 재미있는 분이시오. 그런데 이 책은 어디서 구하셨소?”
“구한 게 아니라 제가 일하는 책 곳간에 수두룩하지유.”
“책 곳간이라니 서점 창고 말씀인가요?”
“서점이 아니구유 그냥 곳간이지유.”
“거기 이런 고서가 많다는 말씀인가요?”
“야.”
“이 책값은 얼마나 받을 생각이시오?”
“거저유. 회장님한티 거저 공짜로 드리려고 가지고 왔쥬.”
“고맙소.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아왔는지는 묻지 않겠소.
고서를 가진 사람 치고 날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고마워유. 저 이만 돌아갈게유.”
“정말 책을 거저 주고 가시겠다고요?”
“야.”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공짜로 책을 받으면 도둑질입니다.
나를 도둑으로 만들고 가시겠소?”
“그러시담 죄송하구먼유.”
“잠시 기다리시오. 여기까지 왔으니 여비는 드려야지요.”
회장은 비서한테 뭐라고 일렀다.
그리고 비서가 봉투를 하나 가져다 회장한테 바쳤다.
“책을 거저 준다니 약소하지만 받으시오. 그리고 내일 다른 책을 또 가지고 오시오.”
“야, 고맙구먼유.”
허당은 회장실을 나오고 경비실을 지나 정거장으로 가서
차를 기다리다 봉투를 열어 보았다.
“어매! 이게 뭐여어?”
허당은 입을 딱 벌렸다.
'문학방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101-105 (0) | 2025.09.30 |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96-100 (1) | 2025.09.29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85-90 (0) | 2025.09.27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81-85 (0) | 2025.09.26 |
| 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76-80 (0) | 2025.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