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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85-90

웃는곰 2025. 9. 27. 14:40

신사가 파랗게 굳었다 85-90

 

다음 날 허당은 정거장에서 책 나누어주기를 마치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생각했다.

그 신사가 어제는 백삼십만 원에 책을 팔고 나한테는 오십만 원을 준 거다.

더 받았으면 나한테도 더 주어야 하지 않아. 오늘도 오십만 원만 주면…….’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자 신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고맙소. 약속을 잘 지켜주어 고맙소.”

허당이 책을 건네기 전에 입을 열었다.

선상님, 이제부터는 책을 가지고 올 수가 없는데 우짜지유?”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 우리 책 곳간 주인이 그렇게 귀헌 책을

오십만 원밖에 못 받아오려면 그만 가져가라네유.”

신사가 놀란 소리를 했다.

네에? 그러면 얼마를 받아오라시나요?”

적어도 한 권당 150만 원은 받아야 헌다네유.”

 

신사가 파랗게 굳었다.

, 그 말이 정말입니까?”

야아.”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고물을 오십만 원씩 주는 것도

내 주머니를 털어서 드리는 건데…….”

 

허당은 신사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그러시겠쥬. 나라도 그런 책 만 원에도 안 사겠구먼유.

그런데 우리 곳간 주인은 책에 대하여 빠꿈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책을 잘 알고 있어서 고서를 나한테 주면서

백만 원이 넘는 보물을 그냥 거저 주는 거다 하셨거든유.”

 

일단 오늘은 전처럼 드릴 테니 오십만 원만 받으시고 주인어른한테 잘 말씀드리세요.”

.”

신사는 책을 받아들고 역시 어제 그 다방으로 갔다.

허당도 능숙하게 뒤를 밟아 어제처럼 신사와 등을 대고 뒤에 앉아

두 사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사가 노신사한테 말했다.

회장님, 아무래도 찾으시는 고서는 더 이상 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고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돈맛을 알고 권당

삼백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제가 무슨 재주로…….”

 

그건 너무하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십시다.

혹시 선생께서 욕심을 부려 보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 오늘 것은 특별히 150만원을 쳐주겠소.”

그렇게 하고 두 사람은 다방에서 나갔고 신사는 신사대로 어디론가 갔다.

 

허당은 노신사가 어디로 가는 누구인지를 알아볼 심사로 그 뒤를 밟았다.

노신사는 바로 가까이 있는 높고 큰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빌딩 경비원들이 두 줄로 서서 노신사를 향해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경의를 표했다.

대단한 지위를 가진 사람 같았다.

 

허당이 문 앞에서 어정거리자 경비원이 다가와 물었다.

어디를 찾으십니까?”

길을 찾는 게 아니구유. 지금 막 들어가신 노신사분이 누구신지 궁금혀서…….”

그 어른은 우리 회사 회장님이십니다.”

그렇게 높은 분이신 줄 몰랐구먼유. 내일 다시 찾아올게유.”

뭐 꼭 전해드릴 말씀이 있으신가요?”

아녀유. 내일 와서 뵐 게유.”

 

허당은 돌아서서 빙긋이 웃으며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돌아와 책 곳간으로 들어서자 허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를 갔다 와요, 허당 씨.”

서울 좀 다녀 왔쥬.”

서울은 왜요?”

좋은 일이 생겨서 날마다 한 번씩 다녀올 거구먼유.”

무슨 일인데요?”

좋은 일이니께 묻지 말어유.”

 

하필이 이층에서 내려다보고 물었다.

책값은 받아온 겨?”

.”

빨리 올라와 주문서에 있는 책 좀 찾아봐.

꼬부랑글씨로 된 주문서는 뭐가 뭔지 모르것어.”

어른께서 모르는 걸 제가 아남유?”

허긴 그려, 허당이 뭘 알것어. 묻는 내가 바보지.”

 

허당이 이층으로 올라가 주문서를 들고 찾았다.

영어로 된 것이라 하필이뿐 아니라 하우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허당이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며 책을 뽑았다.

 

신기한 생각을 한 허우가 물었다.

허당 씨, 정말 다 알고 찾는 거예요?”

,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네유. 다행히 주문서에 있는 책들이 다 있어유.”

 

허우는 허당이 자기보다 실력이 월등한 인물이라는 걸 느꼈다.

그 순간 갑자기 허당 씨라고 부르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호칭을 오빠로 하기로 했다.

오빠!”

 

허당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누가 왔나유?”

호호호, 그 사람이 왔어요.”

허당이 또 두리번거렸다.

어디 있는대유? 아무것도 안 보이는구먼유.”

 

허우가 손가락으로 허당을 가리키며 깔깔거렸다.

호호호, 여기 있잖아요. 내 손가락 끝에.”

허당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안 보여서 물었다.

누가 있어유. 아무도 안 보이는대유.”

 

하우가 허당 눈을 찍듯이 가리키며 선언했다.

이제부터 허당 씨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어요.

허당 오빠, 아니 그냥 오빠라고 부를 거예요.”

허당이 놀라서 물었다.(계속 9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