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커멓고 누런 고물 책을 사는 사람이 돈을 많이 주네유. 왜 그럴까유?”
“나도 모르지. 사람마다 취미라는 게 있으니께.”
이때 하우가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하여 왔다.
허당을 보고 반가운 눈으로 인사를 했다.
허당은 궁금한 것을 다짜고짜 물었다.
“주인어른이 나한티 말씀하시는데…….”
아우가 알아듣고 금방 대답했다.
“그 말씀요? 앞으로 우리 곳간을 아무나한테 알려주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지요?”
“야, 그런디 왜 그러시쥬?”
“여러 해 동안 서점과 출판사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폐업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업을 한다고
책을 다 내버려서 도서관에서는 비치할 책을 구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그려유?”
“앞으로는 책을 버린 출판사나 서점이 우리 곳간을 알면 자기네 책이라고 빼앗으러 올 수도 있어요.”
“그럼 우쩌쥬?”
“그래서 비밀로 하려는 거예요. 아셨지요?
서점에서 못 가는 책을 날마다 우리 도서관으로 주문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어요.”
“그럼 하우두유두쥬!”
하우 얼굴이 백일홍이 되어 활짝 웃으며 받았다.
“허당 씨, 하우두유두! 호호호.”
허당도 좋아서 하하대고 크게 웃었다.
위층에서 일하던 하필이 그 소리를 듣고 호랑이처럼 내려다보고 꾸짖었다.
“뭔 소릴 그리들 허구 시시덕거리는 겨?”
하우가 대답했다.
“우리 아빠가 겉보다는 속이 깊고 너그럽다고 했어.”
하필이 그 소리는 솔깃했다.
“하하하. 그려? 내 흉은 보덜 마.”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다음 날도 하우는
책 주문서를 몇 장씩 들고 왔다. 허당이 궁금해서 물었다.
“요새는 웬 책 주문이 도서관으로 몰린대유?”
“이유가 있어요. 2010년경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졌다가 차츰 시력이 나빠지고 내용이
유익한 것도 많지만 사회적으로 해로운 영상이 쏟아져 나와서
천한 사람들이나 보는 물건처럼 되어 하이칼라 젠틀맨들은
스마트 폰을 버리고 책을 읽는 경향이 늘어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서점이 없고 출판사도
몇 안 남았는데 책도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주문서의 책을 구해다 납품하니까
소문이 나서 우리 도서관으로 추문이 몰려드는 거예요.”
허당은 그 말이 무척 반가워서 소리쳤다.
“하우두유두우우!”
나도 하우두유두다
하우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하필이 다가오며 호통을 쳤다.
“그 뭔 소릴 해대는 겨. 하우두유두가 뭔 소린디 내 귀에도 익도록 해대는 겨?”
하우가 대답했다.
“아빠, 우리 부자가 될 것 같다는 소리야.”
“그 소리가 부자 되는 소려?”
“그렇다니까 아빠.”
“그렇다면 나도 날마다 하우두유두할 테니께 그래도 괜찮지?”
“그럼요, 아빠. 하우두유두!”
부자 된다는 소리라니 하필이 좋아서 아주 크게
‘나도 하우두유두다’ 하고 소리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허당이 하우한테 물었다.
“이상해유.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붙어서 못 떨어질 줄 알았는디
뭔바람이 불어서 사람들이 책으로 돌아올까유?”
“얼마 전에 테리비전에 나온 어떤 토속학자가 이런 방송을 했대요.
‘사람의 공짜심리와 욕심’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에서 연구발표를 했는데
그 사람이 말하기를 ‘이제 스마트 폰 시대도 다 지나가고 있다.
이유는 첫째 사람들의 블루 라이트로 시력이 나빠지고 있고,
그 다음 나쁜 것은 각종 게임이라는 콘텐츠로 사행심리를 자극하여
사람들이 모두 일 안 하고 거저먹으려는
공짜심리로 건전한 사회성을 잃고,
더 나쁜 것은 차마 남한테 보여줄 수 없는 누드와 포르노가
범람하여 젠틀맨들이 거기서 떠나 독서로 소양을 갖추려는
패러다임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대요.
그 말에 동감을 하는 사람들이 스마트 폰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모두가 책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허당은 속으로 놀랐다.
누군가 자기하고 똑같은 주장을 한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도 많으니께 그럴 수도 있는겨.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좀 거시기했는데
그렇다면 참 다행이여. 나만 주장한다면 그건 내 편견이겠지만
그런 사람이 더 있다는 건 내가 보는 사회나 그 사람이 보는 사회나 같은 것이 아닌가.’
잠깐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하우가 물었다.
“허당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무것도 아녀유.”
이때 국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허당 총각 나 좀 봐아.”
“왜유?”
“우리 집 화단에 일났어. 가서 좀 도와줘.”
“야.”
이렇게 대답하고 허당은 하우를 힐끗 보고 국자 뒤를 따랐다.
국자는 하우가 들으라는 듯 한마디 했다.
“날 이상하게 보지 마. 허당은 우리 사람이라 내가 아쉬울 때는 부르는 거니께.”
허당은 그 말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참고 국자네 화단으로 가 보았다.
흐드러진 꽃들 사이를 벌 나비가 날고 향기가 풀풀 풍겼다.
국자가 허당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마련했는지 돼지 삼겹살을 삶아 놓고 말했다.
“허당 총각이 하우하고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것이 거시기해서
떼어놓으려고 일부러 불렀어. 이것이 몸에 아주 좋다기에 준비했으니께 맛나게 먹어.”
허당이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집으려는 순간 윤달이 나타나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엄마아! 이게 뭐야?”
그리고 쌩하고 나가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국자가 민망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주절거렸다.
“허당 총각 섭히 생각 마. 쟤가 속없이 그러는 거니께.”
허당은 머쓱해져서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당이 나가는 것을 본 국자가 자기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윤달이를 닦달했다.
“이년아, 네가 사람이냐 짐성이냐. 사람을 앞에 두고 그게 무슨 짓거리여어 응?”
윤달이 바락 대들었다.
“왜 날마다 저런 꺼벙이를 데려다 놓아 내 눈에 띄게 만드느냐고?”
“뭣이 우뗘? 네가 사람 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돼야?”
“나는 한번 싫으면 다 싫어. 그 꺼벙이 다시는 우리 집에 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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