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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하필 허당에 빠진 국자 61-65

웃는곰 2025. 9. 22. 19:19

공짜라니깐유

 

다음 날 아침 책 곳간을 향해 가면서 허당은 마음을 바꾸었다.

입 다물고 사는 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여.

내가 이렇게 답답한데 하우는 어떻겠어.

하우를 위해 건성으로라도 좋아하는 척해야 하우가 기분 상하지 않을 거구먼.’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막힌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한편 하필이는 딸이 허당이한테 마음을 두면 안 된다는 것과

허당이 하우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단단히 일러두고 싶어서

이렇게 못 박았다.

오늘은 일찍 왔구먼. 날마다 책 나누어주고 돈하고 바꾸어 오는 건 좋은디

우리 하우한테 정은 절대 주면 안 디어.”

 

허당도 단호히 대답했다.

알았슈. 걱정은 땅속에 묻고 지내시유.”

고마워 허당이. 내가 책 열 권 골고루 묶어 놓았으니께

잽싸게 갔다 와서 국자네 화단 가꾸러 가봐.”

 

허당은 하필이 묶어 놓은 책을 들고 정거장으로 나갔다.

사람들한테 책을 나누어주다 보니 고서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고서를 누구한테 주어야 좋을까 생각하는데

마침 점잖게 생긴 신사분이 벤치에 앉아 차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님, 지루하시지유?”

, 지루하네요.”

이 책을 손님한테 드리고 싶은데 받아주실래유?”

거저 주겠다는 말씀인가요?”

. 거저 드릴게유.”

 

신사분은 책을 들여다보다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이 책을 저한테 거저 주신다고요?”

, 거저유.”

신사분은 진지하게 물었다.

젊은이, 이 책 어디서 나셨소?”

그런 건 왜 물으신대유.”

이 책 내가 돈 주고 사고 싶은데 괜찮겠소?”

 

그냥 드리는 거유. 거저 가지셔유.”

이렇게 귀한 책을 거저 받을 수는 없지요. 얼마나 드리면 되겠소?”

거저유. 공짜라니깐유.”

농담하지 마시오. 내가 공짜라고 이 귀한 책을 거저 받을 것 같소?

책값을 내가 쳐서드리겠소.”

 

공짠대유 뭘…….”

신사분이 지갑에서 5만 원짜리 10장을 꺼내주면서 말했다.

약소하지만 거저라고 하시니 이렇게 쳐드리겠소. 괜찮겠소?”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유.”

하나 더 물어봅시다. 이 책 어디서 나셨소?”

제가 일하는 책 곳간에서 가져왔지유.”

이런 책 또 구해 올 수 있소?”

. 얼마든지 있지유.”

 

농담 아니오. 내일 아침에 뭐든지 이런 책을 가지고 나오시오.”

. 고맙구먼유.”

신사분은 차에 올랐고 책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모두 만원씩을 내놓고 떠났다.

오늘은 59만원이 손에 들어왔다.

그걸 하필이한테 가져다주었더니 하필이 놀라서 물었다.

허당이, 이 큰 돈 누구한티 슬쩍 한거 아니여?”

저를 뭘로 보고 하시는 말씀이래유?”

뭘로 본게 아니고. 놀래서 헌 소리니께 노여워 마.”

 

이때 국자가 소리도 없이 와 들어서다 그 소릴 듣고 물었다.

아니, 뭔 소릴 혔길래 허당 총각한티 빌어?”

하필이 대답했다.

빌기는 뭘 빌었다는 겨. 우리끼리 해 본 소려. 허당이 델러 왔지?”

눈치 한번 빠르구먼, 나 허당 총각 델고 갈라우.”

 

하필은 얼씨구나 하고 대답했다.

잘 생각혔어. 당장 델려가.”

국자가 허당을 보고 말했다.

우리 집 꽃밭에 일났어. 가서 봐 줘 총각.”

? 무슨 일인가유? 그럼 도와드려야지유.”

 

하필이 잘 되었다 싶어 큰소리로 말했다.

허당, 빨리 가 봐아. 뭔일 났는가벼.”

허당이 국자를 따라 화단으로 갔다.

국자가 꽃밭 옆 멍텅구리 의자에 깡통 사이다를 차려 놓고 말했다.

허당 총각, 이거 하나 따서 목축이고 야기 좀 햐.”

 

그리고 자기도 하나를 따서 마시며 물었다.

이 꽃밭을 보고 있으면 허당이 생각이 나고 언젠가는

이 화단 주인을 허당이 것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디 우뗘?

우리 윤달이도 저 꽃마냥 이쁘지?”

.”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진심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에도 백일홍 빨간 꽃 속에서 하우 웃는 얼굴이 보였다.

허당 총각, 우리 윤달이가 까칠하게 굴지만 속은 여린 천사여.

내가 잘 아는디 그런 애는 총각 같은 사람허고 딱 어울리는 아이여.”

 

이때 어디를 갔다 오는지 윤달이가 들어오다

그 소리를 듣고 팩 돌아서서 쏘아붙였다.

엄마! 내 맘을 그렇게 몰라?”

네 맴이 우떤디?”

몰라, 몰라 난 저런 인물 노굿이야!”

 

윤달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국자가 안달이 나서 허당을 위로했다.

허당 총각, 섭히 생각 마. 저 애가 저러는 건 속 다르고 겉 다르다니께. 이해허지?”

.”

고마워, 사람은 허당마냥 너그러워야 하는 건디.”

 

허당은 사이다도 안 들고 일어서서 책 곳간으로 갔다.

언제 왔는지 하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주문장을 내보였다.

허당 씨, 경사예요. 경사. 주문이 줄줄이 몰려들어요.”

 

가까이서 그 소리를 들은 하필이 다가오며 한마디.

하우야, 넌 나한테 먼저 알려야지 허당이 뭐라고

걔한테 먼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겨?”

이런 책을 찾는 데는 아빠보다 허당 씨가 더 빠르니까. 그렇지요? 허당 씨?”

 

허당이 웃는 눈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아버님헌티 먼저 말씀드렸어야쥬.”

이 한 마디에 하우는 가슴이 벅차고 기뻤다.

오늘도 허당이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예의 바르게 말하는 소리가 그렇게 고맙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

허당 씨, 고마워요.”

 

그 소릴 들은 하필이 얼굴을 딸한테 돌려대고 물었다.

허당이 뭐가 고맙다는 겨?”

그런 게 있어, 아빠.”

그게 뭔 소려?”

아빠는 알 필요 없어. 그렇지요 허당 씨?”

하필이 그냥 물러설 인물이 아니다.

느덜이 무슨 짓을 한 겨? 솔직히 말혀.”(이제부터는 5쪽씩 계속 / 읽는 사람이 지루할까 봐 그래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