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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설 / 허당에 빠진 국자 11-20

웃는곰 2025. 9. 16. 19:48

소문이 자자헌디 그걸 모르면 사람이 아녀.”

허허큰일 났구먼.”

그게 뭔 소랴하필이가 왜 큰일이랴?”

내가 그 소릴 들으니께 기가 차구먼.”

 

직업도 가지가지 많은디 왜 하필 책장살 한댜?”

하필 하필 하지 마남새스러우니께.”

그렇구먼하필이면 하필이 앞에서 그 소리가 이름인 줄 깜박혔구먼.”

 

국자는 또 어떻고하필이면 누가 국자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는지 모르지만……

뭐냐요새 우리 가게 뒷골목에 국자 이름 같은

국자돼지국밥집이 생겼는디 장사가 엄청 잘된댜.”

 

국자국자 허지 마그 국밥집이 내 집이니께.”

뭣이그 주인이 국자라는 겨?”

왜 그리 놀란댜우리 집에 못 와 봤구먼.”

 

나는 그런 고급 음식 먹을 처지가 못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들었지만 코앞에 국자가 있는 줄은 몰랐구먼.”

내가 왜 코앞에 있댜하필이 뒤통수에 있는디.”

이때 허당이 시간표를 알아가지고 오다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뭔 국자가 코앞과 뒤통수에 있대유?”

하필이 묻자 그 어른이 대답했다.

이봐 젊은이어른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것도 몰러?”

내가 언제 어른 이름 불렀나유국자가 앞뒤에 있다는 소리가 궁금혀서 물었쥬.”

 

아주머니가 허당한테 물었다.

차 시간은 알아봤슈?”

바로 있대유가시쥬제가 차까지 짐 들어다 태워 드릴게유.”

고마워서 우짠댜 총각.”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하필이 국자한테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여?”

 

나두 몰러오산 다녀와서 책방 한번 가 볼겨.”

차가 떠났다그 어른이 허당을 잡고 물었다.

총각은 어디 사는 누구랴?”

저기 파란 대문집 사는 허당이유.”

허당어른 놀리나?”

 

아녀유성은 허가이고 이름은 당이라 다들 허당이라고 불르쥬.”

허당이라내 이름보단 낫구먼.”

그러자 허당이 물었다.

하필이면 왜……?”

하필이 노여운 얼굴로 말했다.

뭐라구허허이 사람언제 내 이름까지 알았던 겨?”

 

허당이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렸다.

어르신 이름이 뭔디유?”

알면서 물어?”

모르는듀.”

금방 하필이라고 안 혔어?”

 

하필이 허당보다 좋은 이름 같어서 허는 소리였는디 왜 그러슈?”

앞으로 하필이라는 말은 허지 마.”

아저씨가 뭔디 남이 말도 못허게 한대유?

 

그런 게 있어어디 나가는 데라도 있는 겨?”

없슈.”

없으면 나 좀 도와 줄려나?”

그러쥬뭘 도와드릴까유?”

날 따라와 봐.”

알았슈아저씬 뭘 하시는듀?”

와 보면 알아.”

 

하필이 부지런히 앞질러 걷는데 허당이 껑충껑충 따랐다

하필이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여기가 내 사업장이여.”

 

둘러보니 문 앞에서부터 마당과 큰 창고 같은 지붕 아래

추녀 끝까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허당이 입을 딱 벌리고 감탄했다.

와아아이게 다 뭐랴유?”

하필이 대답했다.

책이지 뭐여.”

허당이 놀라 지껼였다.

 

뭔 책이 이렇게 만텨유?”

이렇게 많은 책 첨 보지?”

이게 다 어디서 난 거유?”

줏어왔어.”

어디서유?”

출판사에서 그냥 가져가라는 겨.”

출판사는 흙 파먹고 사나유.”

 

그건 나도 몰러예서제서 책 가져가라는 출판사가 한둘이 아녀.”

그럼 이게 서점인가유 책방인가유?”

그게 그거여. 요새 스마트폰인지 뭔지 도깨비 같은 것이

사람들을 물고 늘어져서 다들 거기 붙어서 택을 안 읽는다는겨

책방들이 장사가 안 뒤야서 다 문을 닫으면서

나한테 가져가라고 혀서 그냥 실어온 겨.”

 

남들이 안 된다는 책을 잔뜩 뫄두면 누가 사간대유?”

사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디 책이 아깝고 욕심이 나서

예서제서 주는 대로 받아다 쌓아놨더니 골치여.”

골치 아픈 짓은 왜 했대유?”

나두 몰러버린다기에 공짜라 좋아서 다 가져다 모았는디.”

 

허당이 전체를 둘러보고 생각했다.

안 팔린다고 문 닫는 서점이 있고 사람들도 책을 안 보고

스마트 폰에만 대가리를 처박고

그러다가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부딪치는 세상인디…….’

 

허당이 물었다.

주인어른 이렇게 하면 우떨까유?”

뭐얼?”

쌓아두고 썩히는 거라면 좋은 일이나 하쥬.”

뭔 생각이 있어?”

나헌테 책 열 권만 주실래유?”

 

열권 아니라 백 권도 가져가그 대신 저쪽에 있는 책을

다락방에 들여놓고 맘에 드는 놈으로 아무 것이나 맘껏 골라 가져가.”

알았슈.”

 

허당은 주인이 하라는 대로 다 해놓고 책을 골랐다

모두 새 책이고 표지 그림도 다 예뻤다

그 중에 동화책과 처세술과 시집소설책

수필집 이것저것 골라 열 권을 들고 나섰다

 

하필이 물었다.

어딜 가?”

기달류. 후딱 다녀올 테니께유.”

허당은 책을 안고 정거장으로 달려갔다.

대합실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람을 둘러보다가 점잖고

착하게 보이는 신사 앞으로 갔다.

 

어른님, 차 기다리시는데 지루하시쥬?”

. 차가 너무 오래 안 오네요.”

그러시면 이 책 가운데 하나만 골르슈.”

사라고요?”

 

아뉴, 책 팔러 온 게 아니규. 차 기둘리다가 심심하거나

지루혀 하는 분들한테 차가 올 때까지 잠깐 보시라고

빌려드리는 거유. 보시가다 차가 오거든 돌려주고 가세유.”

고맙소. 그렇지 않아도 핸드폰을 두고 나왔더니 지루했는데.”

 

신사분이 책을 받아 들고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이 나누는 소리를 들은 옆에 아줌마가 한 마디 했다.

정말 차 기다릴 동안만 보다가 가라고 빌려주시는 건가요?”

. 아주머니도 드릴까유?”

그래요. 그 동화책 행복을 파는 할아버지를 빌려주세요.”

 

그 소리에 또 옆에 아가씨가 수줍게 다가오더니

시집을 손짓하며 물었다.

저도 그 시집 좀 빌려주실래요?”

고마워유. 얼른 읽어 보세유.”

 

이 사람 저사람 공짜로 빌려준다니까 열 권이 금방 나가고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또 빌려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책이 더 없어서 미안하다고 굽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차가 왔다.

신사가 보던 책을 중단할 수 없게 되자 돌려주지 않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보던 것을 마저 봐야겠어요.

이 책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그러시면 그냥 가져가세유.”

아니지요. 귀한 것을 그냥 가져갈 수는 없지요.

차가 와서 급하니 이거라도 받고…….”

 

신사가 만 원짜리를 쥐어주고 차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동화책을 보던 아주머니가 급히 말했다.

이렇게 좋은 동화책은 우리 손자가 봐야 해요.

저도 사갈게요. 책값이 얼만가요?”

거저유. 가져가세유,”

 

책은 거저 가져가는 거 아니에요.

만원만 드릴게요. 이해해 주세요.”

 

뒤이어 아가씨가 시집을 들고 말했다.

아저씨 이 시집 얼마예요?”

거저여유. 거저.”

거저가 어딨어요. 만원만 드릴게요. 괜찮지요?”

너무 많츄 아가씨!”

 

또 다른 사람이 차에 오르면서 아무 말 없이 책을 들고 가면서 만원을 내밀었다.

책 열 권이 잠깐 사이에 다 나가고 주먹에는 만 원짜리

돈만 열 장이 잡혀 있었다.

허당은 돈을 추려 들고 말했다.

 

세상에 거저는 없는겨. 사람들이 책을 이렇게 좋아하는디 왜 책방이 안 된다는겨?”

허당은 책 곳간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하필이 앞에 돈을 내밀었다.

이거 받으슈.”

이게 뭐랴?”

돈이쥬.”

책은 어쩌고?”

다 나눠 줬쥬.”

그게 뭔 소려? 자네가 나한테 책값을 준다는 말여?”

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사나유.”

그럼 이건 뭐여?”

돈이쥬.”

책은 우째고?”

다 나눠 줬쥬.”

자네 이름 허당이 맞지?”

.”

우쨌던 돈이 생겼으니께 점심이나 거하게 먹지.”

 

두 사람은 뒷골목의 유명한 국자돼지국밥집으로 갔다.

국자돼지국밥집은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하필이 들어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씨부렁거렸다.

아따, 국자 출세했구먼. 이렇게 큰 식당 주인이 아닌가베.”

 

허당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자라더니 국자가 쉴 새가 없것구먼…….”

이때 국자가 다가오면서 반가워했다.

 

어서와 반갑구먼. 하필이, 이 사람을 어떻게 여기까지 델려 왔댜?”

하필이 당당하게 한마디 했다. 

난 손님으로 온 건게 하필 하필 하지 말어.”

국자가 허당한테 인사를 곁들여 이름을 물었다.

총각, 아침에 고마웠슈. 그런디 이름이 우찌 되나유?”

허당이어유.”

"허당이 뭐여. 날 놀리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