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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에 빠진 국자 74-100 / 나 잉어 낚았다

웃는곰 2025. 8. 28. 21:13

허당에 빠진 국자 74-100 / 나 잉어 낚았다

하우가 운전을 하면서 얄밉게 자랑을 했다.

오빠, 나 오늘 큰 잉어 낚았다.”

뭔 소려?”

멤버 중에 얼굴 하얀 키다리.”

그 사람이 맘에 들었던 겨?”

그리고 또 한 사람.”

그건 누구여?”

키는 작지만 생글생글 웃는 사람.”

그 사람? 사람 괜찮여. 키다리보다는 좋은 사람이여.”

그런데 또 한 사람 더 있는데. 말해도 될까?”

말혀.”

배가 약간 나오고 웃을 때 입을 가리는 사람.”

, 그 사람이 가장 모범생이지. 아저씨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실 것 같은디.”

그럴까? 그 사람 나하고 어울려?”

하우는 아무나 다 어울려.”

왜 그래? 내가 바보 같아서?”

아녀. 그런게 아녀.”

오빠, 내가 낚은 잉어 중에 어떤 잉어를 잡을까?”

허당은 대답하기가 싫었다. 하우를 누구한테도 주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무에 달린 사과를 주인이 허당한테는 못 따먹게 하고 사과 따먹을 사람을 따로 찾고 있으니 솔직히 마음이 심란했다.

오빠, 어떤 잉어를 잡아야 해?”

…….”

키다리야, 생글이야, 아니면 배불뚝이?”

…….”

오빠. 누가 좋으냐고?”

난 몰러. 하우 맘 가는 대로 혀.”

그러다가 차가 책 곳간에 당도했다.

해가 저물도록 두 사람이 납품가서 빨리 오지 않아 화가 잔뜩 난 하필이 대뜸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그들 왜 이렇게 늦는 겨?”

하우가 아양을 떨었다.

아빠, 내 걱정을 그렇게 했어엉?

그려. 너 혼저 같으면 걱정도 안 혀. 둘이 시시덕거리며 뭘 하다가 이저 온 겨?”

우리 바다 구경하고 왔어 아빠.”

하필이 기가 차서 목청을 높였다.

, 뭐여? 둘이 바다꺼정 갔단 말여?”

그랬어, 아빠 내 말 들어봐.”

뭔 소려?”

오늘 허당 씨하고 신랑감 미팅하고 왔어어.”

미팅이 뭐여?”

신랑감 보고 왔다고.”

그려? 맘에 드는 신랑감을 보고 온 겨?”

그렇다니까. 잘했지?”

하필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화를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어떤 사람을 보고 온 겨?”

신랑감이 수두룩했는데 그 중에 네 사람을 골랐지롱.”

넷씩이나?”

.”

그 중에 젤 맘에 드는 놈이 있었던겨?”

그럼. 최고로 좋은 사람 하나 골랐어.”

잘혔어. 싸게 한번 델려와.”

알았어. 데려다 아빠 품에 안겨 줄게.”

하필은 괜히 좋아서 허허대는데 허당은 하우가 무슨 맘을 먹고 저러는지 궁금했다. 또 이상한 것은 세 사람을 정했다고 했는데 아버지한테는 네 사람이라고 하여 또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하고 멤버들을 점검해 보자니 어지러웠다.

기분이 붕 뜬 하필이 이런저런 군소리 않고 간단히 말했다.

두 사람 대간하겠구먼. 하우도 허당도 일찍 돌아가 쉬오록 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다. 허당은 날마다 고서를 들고 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 즐거웠는데 이젠 갈 데가 없으니 가슴이 허당이었다.

그래도 날마다 하던 대로 책 열 권을 들고 정거장에 가서 거저유 거저하면서 책값을 받아들고 돌아와 이층에서 주문받은 책을 찾자니 따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 이층으로 올라와 말을 걸었다.

허당, 나허고 야기 좀 혀.”

. 말씀하세유.”

어제 하우가 신랑감 넷을 보고 온 모양인디, 자네 보기에는 누가 젤 맘에 들던겨?”

허당은 아무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답 흉내라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 맘에 든다고 하우 맘에도 들까유.”

그건 그려, 그래도 하우 신랑감이 누가 좋을지 자네가 점찍은 대로 말혀 봐.”

그런 건 하우가 퇴근하여 오거든 조근조근 물어 보세유.”

그래야 것지? 어떤 사람을 맴에 둔겨. 솔찬히 궁금하구먼.”

하우를 누군가가 채간다고 생각하니 허당은 하루 종일 맘이 산란해서 책도 제대로 찾아지지 않았다. 전에는 150평 곳간이 그다지 넓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 따라 아래 위층 300평이 바다같이 넓게 느껴지고 일도 하기 싫어졌다.

하우가 누구를 찍었다는 걸까? 그 세 사람이 다 하우 신랑감은 못 되는디……. 나도 모르는 또 한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점심때가 되어 자주 안 가던 국자국밥집으로 갔다. 국자가 허당이 오는 걸 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주문도 하지 않은 국밥에 곱창까지 곁들어 상을 차려주며 수다를 떨었다.

잘 왔어. 보고 싶었는디. 이렇게 와중게 내 사람 가텨어.”

…….”

요새 책 곳간에 좋은 일이 많은가벼. 책이 날마다 한 차씩 나가는 걸 본게 허당도 기분 좋찮여?”

…….”

왜 말이 없능겨? 국밥 맛이 없능겨?”

……

허당은 무슨 말이고 하고 싶지 않아서 국밥만 먹고 일어서면서 돈을 내놓았다. 국자가 돈을 받지 않으려 했다.

왜 이려. 국밥은 내가 쏜겨. 돈을 내면 내가 섭혀.”

이때 마침 윤달이가 밖에서 돌아오다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윤달이 눈에 허당은 찬밥이었다. 멋도 낼 줄 모르고 촌놈 그대로에 사투리도 못 버리고 달고 다니고, 뭐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는 터라 돈 안 받겠다는 엄마한테 소릴 질렀다.

엄마! 공짜 손님은 안 돼!”

국자가 기분이 상했지만 허당을 보아 참았다.

공짜가 아녀. 우리 꽃밭 가꾸어주고 도와준 값이여.”

그런 건 돈으로 주어야지 국밥으로 때우려고?”

야가 참 모르는 소릴 혀쌌네.”

이때 허당이 돈을 식탁에 놓고 나갔다. 국자는 민망하고 씅이 나서 모녀만 남자 화를 버럭 냈다.

이년아, 똑똑한 척 그만허구 정신 차려. 사람은 허당 같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인물여. 너 돌아댕기며 어울리는 것들 하나도 제대로 된 인간이 아녀!”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

사람은 오래 살다 보면 진득한 인물과 헛바람 든 이물이 보이는 겨.”

그런데 다 큰 딸한테 이년아 소리가 그리 쉽게 나와?”

내 속이 터져서 나한티 한 욕이여.”

엄마하고는 수준이 안 맞아. 엄마는 허당 수준밖에 안 되니까 다 그렇고 그렇지 뭐.”

윤달이 뾰로통해서 나갔다.

****155-200까지

 

만나보고 딱지 놓지는 마

허당은 책 곳간으로 돌아와 사무실 앞을 지나다 하우 목소리가 나서 잠깐 발을 멈췄다. 하우 목소리였다.

아빠, 그렇게 좋아?”

그려, 이렇게 기쁘기는 첨이여.”

뭐가 그렇게 기뻐?”

네가 신랑감을 정했다는 말보다 기쁜 일이 뭐간디?”

그게 그렇게 좋은 거야?”

그려, 언제 갸 데불고 와봐아. 내가 한번 봐야잖어.”

기다려. 만나보고 딱지 놓지는 마, 알았지?”

네가 좋다는디 내가 그러진 못하지.”

그런데 허당 씨는 어디 갔어?”

넌 우째서 허당이라고 안 허고 씨자를 꼭꼭 붙이는 겨?”

내 맘. 어디 심부름 보냈어, 아빠?”

국자네 집으로 가는 걸 보았는디, 갸는 국자 사윗감이여. 윤달이가 예쁘니께 보고 싶어서 갔것지.”

아빠는 허당 씨가 국자 아줌마 사위가 되면 좋겠어?”

좋지. 일은 나한테 공짜로 해주고 장가는 국자네 집으로 갈 거 아닌가베?”

아빠는 사람 보는 눈이 없어.”

뭔 소려?”

이때 허당이 문 앞에서 인기척을 했다.

저 왔어유.”

하우가 문을 활짝 열고 반겼다.

오빠, 어디 갔다 와?”

저기.”

저기가 어디야?”

점심 먹고…….”

점심만 먹고 온 거야?”

그건 왜 묻는겨?”

궁금해서. 오늘 책 주문 많이 왔어.”

알았어. 빨리 찾아 놓고 갈게.”

허당이 이층으로 오르자 하우도 뒤 따라 올라 물었다.

윤달이도 보고 왔어?”

.”

무슨 이야기 나누고 왔어?”

아무 말도 안 혔어. 갸는…….”

윤달이가 그렇게 좋아?”

관심 없어.”

헌책방 할아버지

그러면서 왜 자꾸 가?”

자꾸 가진 않지. 오늘 첨 갔는데 왜 그건 자꾸 물어?”

몰라, 허박사!”

허당은 하우가 화난 것을 알았다. 마음에 들면 오빠라고 부르고 맘에 안 들면 허박사라고 놀리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누가 왔는지 하필이 소란스럽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유. 귀한 걸음 하셨네유.”

그러다가 이층에 대고 소리쳤다.

허당, 빨리 내려와 봐.”

허당이 서울 회장님이 오신 것을 알고 잽싸게 내려와 인사를 했다.

회장님이 우짠 일이시래유?”

허당 선생을 보고 싶어서 왔소.”

야아? 절 보시려구유?”

그렀소.”

이때 하우도 내려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누구신가 이 미인은?”

하필이 나서서 소개했다.

제 여식이지유.”

그리고 하우한테 일렀다.

서울 큰 회사 회장님이셔. 인사 올려.”

하우가 납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추하지만 사무실로 드시지요.”

고마워요. 이렇게 스마트한 아가씨가 인사를 하시니 사무실로 들겠습니다.”

사무실은 하필이 쓰는 책상 하나에 긴 의자가 둘러 있는 군인 막사 같은 소박한 구조였다. 회장이 한쪽에 앉으면서 허당한테 물었다.

내가 오래 머물 시간이 없어서 물어보겠소. 지난번에 나한테 준 헌책방 할아버지라는 책이 얼마나 있나요?”

그 책 많지유. 대강 1천부는 넘을 거여유.”

그럼 됐습니다. 미안하지만 내일부터 날마다 그 책을 10권씩 가지고 우리 회사에 오실 수 있겠습니까?”

회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해야지유. 우리 곳간에 그 동화책 말고도 동화책이 많어유.”

그래요? 다른 책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내가 그 책을 찾는 이유를 말씀해 드리지요. 내가 고서를 사들이고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뜻은 바로 그 동화의 이야기 속의 헌책방 할아버지와 같은 것이지요. 어쩌면 이 곳간의 하필 어른이 이야기의 주인공 같기도 하고요.”

하필이 듣고 귀가 솔깃하여 수다를 늘어지게 떨었다.

회장님! 바로 그렇습니다유. 제가 합정동에서 고서방을 허면서 고서와 골동품이며 고서, 서찰, 그림을 사 모은 건 바로 새로운 것만 좋아허다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보물을 버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서 그랬던 것이쥬. 그리고 회장님이 수수한 차림으로 오셔서 말동무도 해주시고 혀서 나같이 시시한 분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 같은 건 감히 마주앉을 처지도 아닌 것이었지유, 그간 아무 말이나 혔던 건 용서해주시유.”

아닙니다. 용서는 제가 빌어야지요. 영감님과 스스럼없이 말하고 시시덕거리며 순박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어울린 그때가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사십시다.”

이 기업 회장님은 겸손하고 가식 없이 수수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점이 매력적이고 허당 마음과 같았다.

회장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일어서며 허당한테 말했다.

허선생을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를 아시겠소?”

모르지유,”

차차 말해 드리겠소. 내일 책 가지고 꼭 올라오시오.”

.”

다음날 허당은 헌책방 할아버지열두 권을 챙겨들고 서울로 갔다. 자주 다니는 길이라 능숙하게 건물 앞에 이르렀다. 경비실장이 먼저 보고 달려와 인사를 했다.

형씨,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회장님 만나러 오셨지요?”

.”

제가 앞장서서 안내하겠습니다.”

그럴 것 없어유. 저 혼자 갈 테니 이 책이나 받으세유.”

감사합니다. 또 좋은 책을 가져오셨습니까?”

. 먼저 읽어 보시고 아이들 주세유.”

이때 순찰을 돌고 온 김씨가 보고 반색을 했다.

책선생님 반갑습니다. 다시는 못 뵐 줄 알았는데…….”

회장님께서 보자고 하셔서 왔지유.”

허당은 책이 든 가방을 들고 회장실로 들어갔다. 비서도 반가워하고 회장님은 더 반가워했다.

어서 오시오. 허선생.”

고마워유 회장님. 헌책방 할아버지열 권 가지고 왔어유. 받으시지유.”

고맙소. 우리 앉아서 이야기 좀 합시다.”

저는 금방 가야 하는디유.”

알았어요. 금방 가게 해 드릴 테니 잠깐만 쉬었다 가요. 그리고 책값도 미리 준비했으니 받으시고요.”

회장님은 매우 친절하고 세심한 분이었다. 봉투를 미리 준비했다가 주시는 사려 깊은 분이었다. 허당은 회장님을 만날 때마다 가식 없는 순수한 인간 냄새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보고 속에 십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회장님, 이 책은 정가가 만 원이어유. 거저 드려도 아깝지 않은디 이렇게 더 받을 수는 없지유. 도루 받으세유.”

허선생은 장사꾼은 못 될 것 같소.”

회장은 도로 받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정체가 뭘까? 연구 대상이야.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곳간에서 막일을 하다니, 보통 같진 않은데?’

회장님께 뭘 좀 여쭈어 봐도 될까유?”

그러시오. 뭐든지.”

이 동화책을 어디다 쓰시려고 그렇게 많이 사시나유?”

차차 말씀드릴 테니 날마다 열 권씩 꼭꼭 가지고 오시면 고맙겠어요.”

한꺼번에 백 권을 가져다드리면 안 될까유?”

그건 안 됩니다. 날마다 오시기 어렵다면 내가 하루에 한 번씩 책 곳간으로 가지요.”

아녀유. 그럴 순 없쥬. 지가 날마다 올게유. 오늘은 이만 가 볼게유,”

그래요, 내일 봅시다.”

허당은 허당대로 회장의 속내가 궁금하고 회장은 회장대로 허당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허당이 경비실에 나타나자 경비실장이 다가와 물었다.

회장님하고 형씨하고는 어떤 사이십니까?”

아무 사이도 아녀유.”

그것 참 이상하단 말입니다. 회사 사장도 전무도 회장실에 함부로 들락거리지 못하는데 형씨는 제집 드나들듯 하시니…….”

허당은 들은 체도 않고 딴 소리를 했다.

제가 드린 책은 꼭꼭 읽어보시는 거쥬?”

그럼요, 언제든지 읽었나 안 읽었나 시험해 보시지요.”

알았어유. 낼 다시 올게유,”

허당은 그 길로 떠나 버스 편으로 돌아와 책 곳간으로 곧장 갔다. 하필이 돌아오는 허당한테 물었다.

회장님 만나서 뭔 말을 혔어?”

암말도 안 혔구먼유. 이 책값이나 받으시유

하필이 봉투를 열어보고 좋아서 입이 쩍 벌어졌다.

책값을 솔찬히 받었구먼. 날마다 이렇게 주신다는 겨?”

.”

오늘 하우 오기 전에 꼬부랑글씨 주문서를 찾아 놔야겠어.”

이렇게 말해 놓고 하필은 하우가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값 백 만 원과 십만 원을 들고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허당 통장에 삼만 원을 넣고 나머지는 자기 통장에 입금하고 좋아서 엉덩이춤을 추며 국자네 집으로 갔다.

싱글벙글한 하필을 본 국자가 물었다.

요새 뭐 좋은 일이 있는겨?”

있어.”

뭐간디?”

하우가 말여. 요새 신랑감을 보았다지 뭐여.”

그려? 잘됐네. 신랑감은 뭐 허는 사람이랴?”

몰러. 신랑감이 넷이나 생겼는디 그 중 하나를 찍었다는 겨.”

딸 자랑 딸 험담

국자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넷씩이나 있는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니 을마나 잘난 놈이것어.”

하필이 눈웃음까지 질질 흘리며 자랑했다.

그렇것지? 두고 보면 알것지만두.”

밸이 뒤틀린 국자가 자기 딸 험담을 했다.

우리 윤달이년은 날마다 건달 같은 것들하고만 어울리고 내 맴에 딱 드는 허당은 개 닭 보듯 항게 속상혀.”

하필이 위로한다고 하는 말.

갸가 인물값을 하는 겨. 그런 미녀가 허당 같은 보잘 것 없는 인물이 눈에 차기나 허것어? 국자가 잘 달래 봐.”

국자도 숨긴 맘을 털어 놓았다.

인물이야 하우가 잘 빠졌지. 게다가 얌전허고 직장 잘 댕기고 을마나 예뻐. 윤달이년은 미장원엘 나간다, 무엇인지 모를 이상헌 곳을 싸돌아다니며 돈 한 푼 못 벌어오면서 날마다 손을 벌리고 큰소릴 쳐대서 미워 죽것어. 허당이라도 좋아헌다면 고맙것는디…….”

나 대포 한잔만 줘. 후딱 마시고 가 봐야 혀.”

국자는 잽싸게 왕대포 한 잔을 퍼왔고 하필은 단숨에 쭉 들이켜고 곳간으로 돌아왔다. 아래층에서 듣자 하니 이층에서 하우하고 허당이 깨 볶는 소리를 해댔다. 이럴 때 기분이 상하면 참지를 못한다.

이층에서 뭣들 하는 겨?”

하우가 내려다보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가 기분이 업 될 땐 국자 아줌마한테 가시는 게 재미있다고 웃었어.”

하필이 딸의 요상한 말에 막혔다.

뭐여? 내가 기분이를 업는다구?”

아빠가 기분이 좋으시면 국자 아줌마네 가신다는 말이야.”

그려. 기분 좋아서 국자한티 가서 네 자랑을 째지게 혔지.”

무슨 자랑을 했어어?”

네가 신람감을 넷이나 봤다는디 거기서 젤 잘난 놈을 하나 찍었다니 을마나 잘난 놈이겠느냐고 자랑을 했지.”

잘 했어, 아빠.”

그려? 언제나 낚시에 걸린 잉언가 금붕언갈 잡아채 올겨?”

기다려. 낚시 줄이 안 끊어지면 잡혀올 거야.”

난중에 꼬옥 데려올 거지? 허당이는 책 다 골렀으면 가봐.”

.”

허당이 약간 시무룩한 소리로 대답하자 하우가 힘내라는 한 마디를 했다.

오빠. 내 맘 알지?”

허당은 역시 울적한 얼굴이었다. 그런 속이 어떤 것인지 하우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필은 딴 생각으로 이상해서 물었다.

허당이 뭘 안다는 겨? 허당이를 오빠라고 부르지 마. 오빠가 무신 오빠여, 허당이지.”

허당이 축 처진 뒷모습으로 돌아가고 하루가 갔다.

오늘도 헌책방 할아버지열 권과 귀 밝은 임금님세 권을 챙겨들고 회장네 회사 정문을 들어섰다. 김씨가 반갑게 반겼다.

아이고 책 선생님 오셨네요.”

, 안녕하셨쥬?”

, 주신 헌책방 할아버지잘 받았습니다.”

실장님이 주셨쥬?”

.”

회장님 뵙고 나와서 다시 뵙쥬.”

허당은 성큼성큼 걸어 회장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안녕하세유?”

안녕했지요. 우선 책 먼저 봅시다.”

회장이 약속한 책 열 권을 받아들고 낯선 동화책이 하나 끼어 있어서 물었다.

이건 무슨 책인가요?”

덤이지유.”

그래요? 귀 밝은 임금님이라……. 궁금한데?”

회장님을 뵐 때마다 그 임금님 생각이 나서유.”

그래요? 내 생각이 나는 책이라니 차차 읽어 보겠소.”

회장님, 헌책방 할아버지는 날마다 무엇에 쓰시나유?”

그게 그렇게 궁금하시오? 나는 허선생 속이 궁금하오.”

지는 속에 아무것도 든 게 없는 허당일 뿐이쥬. 지는 회장님 속이 궁금한대유.”

그럴 것 없어요. 나는 우리 회사 직원이 1500명인데 그 중에 각 부서별로 10권씩을 주고 읽히려고 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허선생은 150일 동안 책을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그런거람 쉽쥬. 150일이래야 다섯 달밖에 더 되나유. 일년도 안 되는대유. 회장님 깊은 뜻을 알았으니 내일 다시 와서 뵙지유.”

회장이 귀 밝은 임금님을 들고 물었다.

이 책을 보면 내 생각이 난다니 어떤 내용인지 꼭 읽어 봐야겠소. 잘 가시오.”

허당은 회장실에서 나와 경비실로 발길을 돌렸다. 경비실장과 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비실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씨, 어제 주신 헌책방 할아버지 다 읽었습니다.”

경비실장이 큰일이나 한 듯 자랑하는 소리를 듣고 허당이 곁에 선 김씨한테도 물었다.

김선생님도 읽으셨쥬?”

, 다 읽었습니다.”

뭐 좀 물어볼게유.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학교 여선생님이 있지유? 그 선생님 이름을 아시나유?”

두 사람이 다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하나 더 물었다.

그 할아버지 손녀가 할아버지를 뭐라고 불렀나유?”

경비실장이 대답했다.

할아버지 최고야라고…….”

허당은 경비실장이 읽는 척은 해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아무 말 없이 김씨한테도 물었다. 김씨가 바로 대답했다.

할아버지 바보야라고 했지요.”

허당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면서 부탁했다.

오늘 드린 책 틈나는 대로 읽어보세유.”

허당이 떠나자 경비실장이 김씨 들으란 듯 투덜거렸다.

원 별것도 아닌 촌놈이 어쩌다 회장 눈에 들어서 사람을 놀리는 거야 뭐야? 재미있는 성인용 책이라면 몰라, 겨우 애들이나 읽는 동화책 나부랭이를 들고 다니며 억지로 읽으라는 꼴이라니 말세여.”

김씨는 듣고 놀랐다. 책 선생이 주는 동화책은 돈을 주고 사서 읽어도 돈이 아깝지 않을 양서인데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실장이 실망스러웠다.

김씨는 허당이 부지런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