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국에도 동화작가가 있나요?
태진이 대답했습니다.
“응, 꿈이었어.”
“무슨 꿈?”
“무서운 꿈.”
“말해 줘.”
태진이 거루함을 가리켰습니다.
“저 함 속에는 로버트가 들어 있는지도 몰라.”
“로버트? 무슨 로버트? 귀신 로버트?”
“귀신은 아니고…….”
이때 아래층에서 엄마가 불렀습니다.
“얘들아, 일어났으면 아침 먹자.”
태진과 태린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식탁에는 이미 아침상이 차려 있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아 시작하자 아빠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안데르센기념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태린이는 안데르센이 누구인지 모르겠지?”
“알아요, 유명한 동화작가잖아요?”
아빠가 놀랍다는 듯 칭찬을 했습니다.
“오, 너도 안데르센을 아는구나. 안데르센은 아주 유명한 동화작가였다.
태진이는 형이니까 더 많이 알겠구나. 안데르센이 언제 적 사람이었는지 알겠니?”
태진이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안데르센은 1805년에 태어나 1835년부터 본격적인 동화 창작에 들어가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의 동화를 썼고 <인어 공주>, <눈의 여왕>,<성냥팔이 소녀> 등이 그의 작품이라고 해요.”
아빠가 대견하다는 듯 태진을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았습니다.
“모르는 줄 알았더니 너희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태린이한테 하나 더 물어 볼까? 우리나라에는 어떤 동화작가가 있지?”
태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었습니다.
“몰라요, 우리나라에도 동화작가 있나요?”
엄마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래요, 태린이만 모르는 게 아니라 나도 아는 작가가 없어요.”
아빠가 태린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습니다.
“동화 작가가 나도 얼른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린이한테 동화작가를 물어볼 자격이 없구나.”
잠잠히 듣기만 하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노래로 남은 동요나 전래 동화는 많지만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동화는 작가미상의 전래동화가 있을 뿐 작가는 별로 알려진 인물이 없다.”
태진이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전래동화는 있는데 작가가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글쎄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옛날에 이야기하기를 좋아한 사람이 지어서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듣고 자기 집이나 다른 곳에서 말로 한 이야기가 집에서 집으로 전해지고
또 마을에서 마을로 전하여 온 나라에 전해져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맨 처음에 이야기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먼 옛날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이 있었고
책도 종이도 귀한 시절이었다. 게다가 한글이 창제되기 전이라 글자로 기록을 남길 수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고 듣다가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한글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소설이나 동화는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일제가 한글 억압정책을 쓰던 시절에는 시나 소설을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문학이 다른 나라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요.
해방 후에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해서 동요 작가의 이름이 전해지고
몇몇 동화작가도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탁월한 작품이 없어서
아이들한테 알려진 작가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동화작가가 나와 어린이 마음속에도 남고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대문호가 나올 거예요.”
엄마가 딱딱한 분위기를 깼습니다.
“너무 딱딱한 이야기를 하면 종일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식사나 맛있게 하고 오덴세 구경을 하면서 현장 공부를 하는 게 좋겠어요.”
이렇게 하여 식사를 마치고 오덴세 관광 겸 안데르센 기념관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 가족이 탄 차가 시내 중심으로 들어섰을 때 오덴세 거리는 차가 도로를 가득히 메우고 있어서 모든 차들이 꼼짝을 못하고 굼벵이처럼 움직였습니다.
서울만 차가 붐비는 줄 알았더니 여기도 서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도를 보고 안데르센 기념관을 찾아 접근했을 때 직선거리로는 백 미터,
찻길로 돌아가면 삼백 미터쯤 되는 복잡한 도로변 한곳에 잘 꾸며진 도로공원이 있었습니다.

도로 공원에는 시커먼 동상 다섯이 줄을 이어 서 있는 것을 본 할아버지가
신기하다고 하시면서 차에서 내려 그것들을 사진기로 찍었습니다.
가장 오른쪽에는 거지 차림의 여자가 있고 다음은 청년이 모로 누워 시름에 잠겼고
그 다음 중앙에는 청년일 일어서서 신문팔이를 하는 형상이고
그 다음에는 안데르센의 정중한 차림의 흉상이 지구를 타고 앉아 있고
가장 끝 왼편에는 몸매를 자랑하는 비너스 동상 머리에 안데르센이 결합되어 있어서
머리는 안데르센이고 몸은 비너스 동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동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안데르센 기념관을 다 돌아본 뒤 오후에 카메라에 담은 동상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자료라는 것을 안 할아버지가
신이 나신 듯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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