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미를 만드는 로버트
태진이 개미 로버트 더듬이 끝을 조심스럽게 만졌습니다.
그 순간 개미 로봇이 두 발을 발딱 세우더니 큰소리로 웃어댔습니다.
“하하하하, 네가 감히 어디를 만지느냐?”
“…….”
태진이는 어이가 없어서 입도 벙긋 못했습니다.
개미 로버트가 더듬이를 길게 뽑아 올리면서 물었습니다.
“사람아, 넌 무엇이 보고 싶으냐?”
함께 온 거미 로버트가 말했습니다.
“개미야, 유치한 사람한테 그렇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네 실력을 아무거나 보여줘라.”
개미 로버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태진이한테 물었습니다.
“어떠냐? 넌 꽃을 좋아하지?”
묻는 로버트는 별것 아닌 개미지만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어물거렸습니다.
“응. 꽃을…….”
“무슨 꽃이 좋으냐?”
바로 앞에 장미가 긴 목에 꽃 한 송이를 달고 바람에 간들거렸습니다.
“장미가 좋아.”
“그래? 잘 보아라. 저 건너편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으냐. 보이지?”
“응.”
“이제부터 너하고 나는 친구다 알았지?”
태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알았어.”
개미 로버트가 건너편 섬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모두 섬에서 달아나는 걸 볼래?”
“……?”
“잘 보아라. 저 장미가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고
여덟이 열여섯이 되고 계속해서 배로 불어날 것이다.”
이때 거미 로버트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 장미는 우리 로버트가 만든 것이다. 한번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 보아라.”
태진이 장미를 만져보았습니다. 촉촉하고 보드라운 꽃잎이 살아 있는 장미였습니다.
냄새도 맡아 보기 전에 진한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진짜 장미다.”
거미 로버트가 또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조화를 만드는 기술까지는 뛰어나서 조화와 실제 장미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그럴 듯하게 모양을 만들지만 장미한테서 향기가 나고
또 장미가 장미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없다.
그러나 우리 로버트 나라에서는 실제 장미보다 예쁘고 향기도 아름다운 장미를 만들어낸단다.”
거미 로버트가 개미 로버트한테 말했습니다.
“건너 섬사람들을 모두 내쫓아 보아라.”
그 순간 눈앞에 있던 장미가 건너편 섬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섬 전체를 장미로 뒤덮었습니다.
섬사람들이 장미를 피하여 이리저리 도망하다가 모두 배를 타고 건너편 다른 섬으로 달아났습니다.
작은 섬이 장미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태진이 넋을 놓고 바라보자 로버트 개미가 기다란 더듬이를 코앞에 대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로버트를 만들어 놓고 모두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크게 후회할 거다.
네가 보는 앞에서 섬사람들이 달아나듯 지구 사람들을
우리 로버트가 모두 지구 밖으로 내쫓을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로버트를 만들지만 로버트는 발전하여 사람보다 뛰어난 지능을 발휘할 단계가 되었다.
이 로버트 나라는 네가 보듯이 섬이지만 여기서 전 세계를 장미꽃으로 뒤덮어 버리면
사람들은 장미에 찔려 죽든지 굶어 죽을 것이다.”
태진이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하려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개미 로버트가 비웃는 소리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위해 각종 무기를 만들고 원자폭탄을 만들어 놓고 서로 위협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우리가 장미로 전 세계를 뒤엎어 버리면 무기도 소용없고 사람의 지혜로는
우리 로버트의 지능을 감당하지 못한다. 알겠느냐?
사람들이 섣부르게 로버트를 만들고 지능을 발휘하게 한 것이 실수였어, 하하하.”
거미 로버트가 말했습니다.
“너는 개미 로버트가 한 말을 믿을 수가 없겠지?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다. 너는 사람의 지능이 세상 만물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로버트한테 인공지능을 넣어준 것이 실수였다.
저기로 가보면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들인지 알게 될 것이다. 나를 따라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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