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교회/92/26
하나님의 명령
성도 6천 명을 모시는 서 목사는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사랑하는 손녀를 안고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이 종은 그 동안 맡겨주신 당회장 자리를 후임 종한테 맡겨야 하겠습니다. 여섯 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천배로 성장하여 5대교구에 20소교구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제 자리에 세워야 할지 지혜를 주시옵소서.”
이런 기도를 드리는 서 목사 가슴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너희 성전에서 산을 넘으면 십리 밖에 작은 교회가 있지 않으냐. 그 교회는 성도 수가 작아서 목사도 전도사도 아무도 가지 않아 연로한 장로가 교회를 지키고 있다. 그리로 너희 교회 목사 가운데 네가 가장 신임하는 종을 파견하도록 하라.’
서 목사는 가슴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저었습니다.
“그 교회로 갈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대답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거기를 쾌히 가는 사람이 바로 네 후계자가 될 것이다.’
이런 대화를 혼자 주고받은 서 목사는 품에 안긴 손녀한테 물었습니다.
“너는 가지고 노는 인형이 있지? 그 인형을 가지고 놀다 더 좋은 인형이 생기면 그 인형을 누구한테 주겠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한테 줄 거야.”
“어떤 애가 가장 좋은 아이냐?”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준 인형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아이.”
“그런 아이가 있을까?”
“있을 거야. 그러나 내 인형보다 더 좋은 인형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안 받을 거야. 그러니까 인형이 없는 아이를 주면 되겠지.”
“그런 아이가 있을까?”
“부잣집 아이 말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좋아할 거야.”
“음.”
서 목사는 아이의 말을 생각하며 가장 오랜 세월 함께 일하고 신뢰하는 1대교구장 김 목사를 불렀습니다.
“김목사님,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시겠소?”
“하나님 명령이시라면 무엇은 못 하겠습니까. 당연히 따라야지요.”
“고마워요, 하나님께서 나한테 명령하시기를 김 목사님을 저 가래올 교회로 파송하라고 하시었소.”
김 목사가 놀란 눈으로 물었습니다.
“성도가 삼십 명도 안 되는 그 작은 교회로 저를 가라십니까?”
“그렇소, 우리 교회는 성도가 많아 시내에서 큰 교회 소리를 듣지만 작은 교회나 큰 교회나 하나님의 사랑과 역사는 똑같은 것이오.”
“…….”
서 목사는 내친 김에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했습니다.
“교회가 작은 만큼 당연히 사례도 시원치 않을 것이오. 그래서 말씀인데 교회 헌금이 한 달에 사십만 원도 안 나오는 것 같소. 그래서 본교회에서 월 45만원을 지원할 테니 거기서 나오는 헌금은 얼마가 되든 본교회로 보내시오.”
“그 45만 원으로 생활을 하라 하심은 무리입니다.”
“무리인 줄 압니다. 그러나 반기독교 후진국으로 파견 나갔다고 생각하고 알뜰히 살아 보시오. 자녀들도 다 장성하여 자립하고 목사님 내외분이 사시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오.”
“목사님의 뜻이 정히 그러시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그렇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제 맘대로 정할 수도 없습니다. 집에서 가족회의를 해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내일 이 시간까지 뜻을 알려주시오.”
김 목사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당회장실을 떠났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3시가 지난 5시에 당회장실로 왔습니다.
또 당하는 거절
서 목사는 김 목사를 반기었습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당회장과 눈도 맞추지 않은 채 침울하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실망했습니다. 제가 목사님을 모시고 이 교회의 성장을 위하여 얼마나 뛰었는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저를 가래올 교회로 파송하신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더구나 쥐꼬리보다 적은 사례비로 살아갈 능력도 없습니다. 지금 받는 이백오십만 원으로도 생활이 어렵다고 집사람이 불만이었는데…….”
“그럴 줄 압니다. 그렇지만 생활은 수입에 맞추어 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도님들 가운데는 그보다도 적은 수입으로 살면서도 십일조를 바치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시지요. 전대도 아무 것도 가지고가지 말고 전도하러 가라고.”
“그렇지만…….”
“하나님의 뜻이 계셔서 목사님을 보내시려 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깊이 생각해 보시고 대답해 주시오.”
“저는 더 이상 목사님 뜻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 교회로 가느니 차라리 교회를 떠나겠습니다.”
“종의 사명은 그런 것이 아니오.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시오.”
“어제 가족회의에서 결정이 났습니다. 제가 여기를 떠나 그 교회로 가는 것은 능력이 부족하여 쫓겨나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 빤하니 그런 수모를 당하느니 자진해서 물러가는 편이 명예롭다고 말입니다.”
“목사로서 명예로운 것은 하나님의 일을 위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을 때 영예로운 것입니다. 이 큰 교회에 있다가 작은 교회로 자진해서 갔다고 생각해 보시오. 그보다 더 존경스럽고 명예로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명예는 싫습니다. 목사님이 저를 내보낸 것이 아니라 제가 제 발로 나갔다고 해 주십시오. 퇴직금을 받으면 자식이 하는 회사에 보탬도 될 것이고 거기서 나오는 소득으로 살겠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하였을 때 무엇이든지 순종하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오?”
“하나님 명령도 어느 정도 수준에 맞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 뜻은 무시하고 목사님 생각대로 하나님 명령이라고 구실을 붙이신 것은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소. 그 동안 나를 도와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을 위한 수고였던 것이지 나를 위하여 하신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듯이 나는 어제나 오늘이나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하였을 뿐 나 개인의 유익은 생각한 바가 없습니다.”
서 목사는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우리의 믿음이 연약하여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개인의 이해관계를 더 생각하는 우매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저의 후계자로 선정한 사람이 거부하니 저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서 목사는 집으로 들어와 품에 안긴 어린 손녀한테 또 물었습니다.
“네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주려고 해도 받을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받는 애가 없으면 선물 하나를 더 준다고 하면 받을 거야. 할아버지 그것도 몰라?”
“그렇구나. 뭘 더 얹어 줄까?”
“그 장난감이 다 낡아서 못 쓰게 되면 더 좋은 것 새로 사준다고 하면 안 될까?”
“그것도 싫다고 하면?”
“주지 않아야지 뭐.”
서 목사는 손녀의 때 묻지 않은 대답을 들으면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김 목사는 후임감이 아니다.’
그렇게 하여 김 목사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2대교구장 허 목사를 당회장실로 불렀습니다.
“허 목사님한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보시자고 했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든 하십시오. 순종하겠습니다.”
“내 말에 순종할 것까지는 없고 하나님 명령에 따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목사님 말씀도 아닌 하나님 뜻이라면 더 순종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목사님!”
“고맙소. 그 말씀이 맞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 산 너머 가래올 교회를 아시지요?”
“네, 백년이 다 되어 간다고 역사만 자랑하고 성도는 늘지 않는 교회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 교회에 목사님이 가셔서 부흥시키시면 어떻겠습니까?”
“제가요?”
“그렇소. 이렇게 큰 교회에서 그리로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줄 압니다만…….”
허 목사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적격자가 못 됩니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십시오.”
“누구를 보내면 좋을까요?”
“글쎄요, 저는 아닙니다. 목사님이 가장 아끼고 신뢰하는 목사를 파견하시지요.”
허 목사와 상담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서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목사가 누굴까 생각하다가 3대교구장인 아들 서 목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래, 내 아들이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자.’
며칠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하던 서 목사는 아들을 당회장실로 불렀습니다.
3. 아들도 그 모양
당회장실로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는 아들 김 목사는 평소 같은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왜 부르셨어요? 아버지.”
“너한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선배 교구장님들한테 하신 말씀을 하시려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
“벌써 소문이 다 돌았습니다. 저 산 너머 가래올 교회인가 뭔가 하는 교회로 발령 내시려고 부른 것 아닙니까?”
“허허, 별 소리를 다하는구나.”
“다 들었습니다. 그 교회를 모두들 작두교회라고 부릅니다.”
“작두교회라니?”
“아버지가 그리로 파견하게 하는 건 교회에서 퇴출시키려고 그 교회로 가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교회에 가라고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작두교회라고 한답니다.”
“작두교회라…….”
“아버지가 이제 늙어서 능력이 전만 못하게 되자 똑똑하고 능력 있는 목사를 내쫓기 위해서 그 교회로 파견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런 방법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냐? 네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이제 늙어서 예전같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하나님께 기도하고 좋은 길을 찾는 중이다.”
“그렇지만 교구장들이나 교인들은…….”
“알았다. 그만 하거라. 그리고 내 말을 들어라. 다음 달에 네가 그 교회로 나가서 교회를 부흥시켜 보아라.”
“제가 무슨 수로 다 쓰러져 가는 교회를 부흥시킵니까? 다른 교회 목사님들은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다음에는 자식한테 세습을 하도록 한다는데 아버지는 그렇게는 못할망정 저를 그런 교회로 내쫓으려고 하십니까?”
서 목사는 답답했습니다. 그 교회에 가서 하는 것을 보고 장차 자기 후임으로 정하려는 심정을 모르고 엉뚱한 오해를 하는 아들이 섭섭했습니다.
“거기 가서 한 일 년만 수고하거라.”
“일 년 동안 그 작은 교회에서 무엇이 나온다고 갑니까?”
“사례비는 내가 매월 45만원씩 보낼 테니 거기거 나오는 헌금은 우리교회로 보내도록 하여라.”
“45만원으로 살라고요?”
“성도 중에는 한 달에 삼십만 원을 가지고 살면서도 십일조를 하는 분들이 있다. 너라고 못할 것이 무엇이냐?”
“제가 그렇게 쫓겨나 있어 보세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오죽 못났으면 아버지가 아들을 그런 교회로 쫓아냈겠느냐고 쑥덕거리고 흉을 보지 않겠어요?”
“그 흉이 그렇게 무서우냐?”
“아버지 목사에 아들 목사라는 체면이 있지 않습니까?”
“체면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냐?”
“목사한테 체면은 생명 같은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못 가겠다는 것이냐?”
“예. 절대 못 갑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 권고는 바로 하나님 명령인 줄 알아라.”
“부모가 자식한테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신다면 하나님도 허락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없지. 다른 방도를 찾아볼 수밖에, 이다음에 오늘 내 부탁을 네가 거절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알겠느냐?”
“알았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나가 보아라.”
서 목사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손녀를 안고 물었습니다.
“내가 귀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나보다 더 소중하게 보관할 친구를 찾아 주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지저분한 자루에 담아 아주 친한 친구한테 주려고 하니 친구가 안 받겠다고 하는구나.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자루를 버리고 보물을 보여주면 되잖아?”
“친구가 주는 것이니 더러운 자루라도 받아가는 친구가 정말 좋은 친구가 아니겠니?”
“왜 그렇게 하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은 선물이라도 주는 성의를 보아 받아가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지.”
“아! 그렇구나. ”
목사님은 또 며칠을 궁구하다가 제4대교구장 목사를 불렀습니다.
4.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지요
“내가 긴히 부탁할 말이 있어서 보자고 하였는데 어떤가?”
제4대교구장 윤 목사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목사님께서 별이라도 따오라시면 따다 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런가? 그럼 내가 마음 놓고 부탁을 함세.”
서 목사는 아직 젊은 윤 목사를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저 산 너머 가래올이라는 동네를 아시나?”
“네 압니다. 거기는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더욱 좋을 것 같군.”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 교회 실정이 어떠한가?”
“제가 어렸을 때 본 교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성도도 몇 안 되고 담임 목사도 없고 늙은 장로님이 집사 한 사람을 데리고 주일예배를 드린다고 들었습니다.”
“목사 없는 교회이니 목사가 얼마나 그립겠는가?”
“그렇겠지요.”
“그런 교회에 목사로 가는 교역자는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럴 겁니다.”
“윤 목사는 교역자의 사명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간단히 말씀드리기가…….”
“목사 없는 교회에 가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사가 정말 참된 종이 아니겠는가?”
“네, 그럴 겁니다.”
“그 교회로 윤 목사를 파송하고 싶은데 어떤가?”
윤 목사는 그 순간 다른 목사들이 작두교회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크! 나한테 불똥이 떨어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윤 목사는 겸손히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런 교회에 갈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이렇게 큰 교회에서 천 이백 명 성도를 모시는 대교구장이 그렇게 작은 교회 하나를 맡을 자격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그렇지만 저는…….”
“내 말이면 별도 따다 준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목사님.”
“알았네. 나가 보게.”
서 목사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말을 마쳤습니다. 윤 목사는 날래게 당회장 앞에서 달아나면서 생각했습니다.
‘하마터면 작두질을 당할 뻔했네. 어휴, 무서워 으으!’
그 날 밤 서 목사는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손녀 은경이를 안고 또 말을 시켰습니다.
“은경아, 할아버지가 귀한 보물을 가지고 누구를 줄까 생각하는데 줄 사람이 없구나. 누구를 줄까?”
“나 줘.”
“너를?”
“응, 나는 할아버지가 주는 것이면 흙 묻은 보자기에 싸서 주는 것도 받을 거야.”
“그러냐? 너를 주면 남들한테 안 빼앗기고 잘 지킬 수 있을까?”
“응.”
“그런데 그 보물이 아주 낡은 헌 집인데 그래도 좋을까?”
“헌 집이 보물이라고?”
“그래, 집은 헐었지만 그 집 안에는 황금이 가득하단다.”
“그럼 황금만 가지고 나오면 되겠네?”
“그건 안 된다. 그 낡은 집을 무섭게 생긴 사람이 지키는데 다른 사람은 안 되고 내가 주고 싶은 사람한테 줄 때만 그 보물을 준다는구나.”
“나는 왜 안 된다고 그래?”
“너는 그 집에 있는 황금을 주어도 무거워서 들지 못한다. 그러니 네가 가지고 올 수 있겠니?”
“그렇구나. 그럼 난 안 달랠 거야.”
“그럼 어떤 사람한테 주면 좋을까?”
“아주 착한 사람한테 주어야 해.”
“착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겸손하고 교만하지 않은 사람.”
서 목사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겸손하고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 사람이 겸손하긴 한데…….’
서 목사는 마지막으로 제5대교구장 장 목사를 당회장실로 불렀습니다.
5. 작두교회로 파송 받은 종
서 목사님은 마지막으로 장 목사를 대면하고 아예 처음부터 가벼운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장 목사님, 작두교회라고 하는 말 들어 보시었소?”
“예,”
“그 말이 목사님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된 것 아니오?”
“약간은…….”
“오늘 내가 장 목사를 보자고 한 뜻을 아시겠소?”
“예.”
“정말 알고 대답하시는 게요?”
“예.”
“내가 부르면 작두질을 하려고 한다는 말도 들어보셨소?”
“예.”
“어떻소? 겁나는 말 아니오?”
“아닙니다.”
서 목사는 적이 놀랐습니다.
“아니라니?”
“사랑은 작두로도 베지 못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목사님께서 작두질을 한다고 하여 그 사랑까지 베지는 않으신다는 말씀입니다.”
서 목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 이런 대답을 듣다니! 할렐루야!’
이번에는 본론을 말했습니다.
“작두교회가 어디 있는지 아시오?”
“산 너머 가래올교회가 아닙니까?”
“그렇소. 장 목사를 그 교회로 파송하려고 하는데 솔직한 심정을 말해 보시오.”
“목사님이 결정하신 일이라면 가시밭길도 가겠습니다.”
“가시밭길도? 정말이오?”
“예.”
서 목사는 밝은 빛을 보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캄캄한 밤길에 등불을 만난 것 같소.”
이때 장 목사는 당회장의 아들 서 목사가 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그 작두교회로 보내려는 것은 아들을 지옥으로 보내려는 거나 마찬가지요. 장 목사, 아버지가 부르시면 단호히 안 된다고 하시오. 아들까지도 그런 데로 보내려는 분이니까 단단히 거절해야 할 것이오.”
그러나 당회장 목사님이 밤길에 만난 등불 같다 하시는 말을 하는 것은 많은 실망을 했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반기독교국가 오지 선교사로 나가라는 것도 아닌데 어딘들 못 가겠는가?’
마음을 굳힌 장 목사는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목사님께서 보내주시면 즐겁게 가겠습니다.”
“고맙네. 거기는 헌금도 몇 푼 안 나오는 곳이라 매월 우리 교회에서 45만원씩 사례비를 보내겠네. 대신 거기서 나오는 헌금은 본교회로 보내기 바라는데 그래도 되겠는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대신 자녀들 학비는 본 교회에서 감당하겠으니 그리 알고.”
“감사합니다. 언제쯤 가야 되겠습니까?”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하여 가래올 교회로 가게 된 장 목사는 그로부터 2주일 뒤에 파송되었습니다.
가래올 교회에서는 큰 교회에서 시무하던 목사님이 파송 받아 왔다고 기뻐하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 동안 교회를 지켜오던 정 장로님이 더욱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큰 교회에 시무하시던 목사님이 우리같이 작은 교회로 오셨으니 꿈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영광이고 하나님의 크신 선물입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큰 교회는 바로 이 교회가 큰 교회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크고 작고, 성도가 많고 적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장로님처럼 큰 믿음을 가지고 지켜 오신 이 교회가 바로 큰 교회입니다.”
“황송한 말씀이십니다. 우리 교회는 너무 열악하여 모시고 싶어도 창설 이래 한 번도 목사님을 모셔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목사님이 오셨으니 하나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면 더욱 성심껏 교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교회 역사가 70년이 넘어 80년에 가깝도록 성도도 늘지 않고 또 줄지도 않는 열악한 기적 같은 교회입니다. 그런 교회이니만큼 하나님의 종으로 시무하시기에 어려움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을 받고 왔으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교회 성장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장로님께서 많이 지도해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교회 창립 이래 처음 모시는 목사님이신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좋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목사님의 기도와 지도를 따르겠습니다.”
장 목사는 잔치에 참석한 성도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모두가 잘 차려입고 나온 듯한데 모두가 허름하여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옥수숫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가난하고 삶에 지친 얼굴들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속으로 눈물이 나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이 어린 양들을 둘러보시고 축복해 주시옵소서. 저렇게 초라한 모습을 하고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도 찬송하며 성전을 지켜온 어린 양들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이 작은 종이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하겠사오니 저와 함께 저들을 밝은 길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장 목사는 자기가 잘 왔다고 생각하며 성도들과 일일이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사모한테 자기의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6. 잉꼬부부의 대화
“내가 당신과 상의도 없이 작두교회로 알려진 이 가래올교회로 오게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오.”
장 목사의 염려와는 달리 사모가 위로의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종이 어디면 어떻겠어요. 성도가 있는 곳이 바로 하늘나라 아닌가요.”
“그렇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교회라 실망하지 않으셨소?”
“실망할 것 없어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당신이 맡아서 하는 것뿐이잖아요?”
“고맙소. 또 몇 가지 의견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소?”
“무슨 말씀이든지 하세요. 당신이 하는 일은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정말 고마운 말씀이오. 우리가 시내에 살면서 떨어져 있는 교회를 섬긴다는 건 여러 모로 생각해 볼 문제 같소. 산골 교회에 어울리지 않게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오. 지금 우리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닐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그것도 좋은 생각 같아요. 자전거로 다니면 시골 성도들한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그 대신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생각나네요.”
“무슨 생각이시오?”
“원체 작은 교회라 피아노도 없이 찬송을 불러왔는데 차 팔아 자전거 사고 남은 돈으로 피아노를 사지요. 제가 피아노는 좀 치니까 반주를 해 주면 한결 좋지 않을까요?”
“하하하, 당신 정말 고맙소. 내가 바로 생각한 것이 그것이었는데 당신이 먼저 말하니 등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오.”
“그러셨다면 다행이네요.”
“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들어 보시겠소?”
“무슨 생각이신가요?”
“그보다는 조금 어려운 제안인데……, 매월 사례비 45만원이 본 교회에서 오는데 우리가 30만 원만 가지고 살림을 하고 15만원은 전도자금으로 썼으면 하는데 어떻소?”
“그러면 하루에 만원을 가지고 살자는 말씀이지요?”
“그렇소.”
“우리보다 못 산다는 아프리카 나라는 천 원도 안 되는 생활비로 산다는데 만원이면 어떻게 살아도 살지요. 그 제안도 오케입니다.”
“고맙소. 그런데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소.”
“뭔가요?”
“그건 아주 큰 문제인데…….”
“우리가 가진 게 뭐 있나요? 아주 큰 문제라면 짐작 가는 게 있어요.”
“그 짐작 가는 것도 맞추어 보시구려.”
“간단하지요. 이 집을 팔고 교회 옆으로 이사를 하자는 것 아닐까요?”
“하하하, 당신은 귀신같소.”
“뭐라고요? 목사님이 귀신이라고요?”
“이크! 내가 실수를 했소. 당신은 천사 같소. 하하하.”
“그것도 좋은 생각 같아요. 교회 옆에 살면서 목양을 해야지 여기 뚝 떨어져 살면서 출퇴근이나 한다면 성도님들과 친교가 이루어지기 어려워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집을 팔아 교회 옆에 있는 텃밭 넓은 빈집이 있으니 그 집을 사서 이사를 했으면 하오.”
“텃밭 넓은 집이라면 좋지요. 거기서 농사도 짓고 먹거리도 구하면 되겠어요.”
“당신은 정말 천사요. 어떻게 내 맘을 그렇게 잘 알아맞히시오.”
“그뿐이 아닌 걸요.”
“뭐가 또 있소?”
“지난번에 교회 구경을 하자고 와서 돌아보지 않았나요?”
“그랬지요.”
“교회가 너무 좁고 한쪽 지붕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요?”
“교회를 맡아 오는 목사가 그걸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않겠어요?”
“…….”
“무너질 듯한 쪽을 넓히면서 지붕 수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찌 그런 생각까지 하시었소?”
“똑똑한 사모라면 그런 것쯤은 생각할 줄 알아야지요. 호호호.”
“하하하 고맙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으니 내 입은 할 일이 없으니 잭을 채워야겠소. 하하하.”
사모는 한 술 더 떠서 말했습니다.
7. 하나님이 사람을 초청할 때
“당신께서 결심하고 작은 교회에 오셨으니 저도 힘껏 내조를 해야지요. 그렇게 하여 성도들을 기쁘게 해주고 믿지 않는 이웃이 교회로 오도록 해야지요. 동네는 안팎으로 백여 채가 넘는 큰 마을인데 성도는 겨우 열 가정에 이삼십 명이라니 전도 대상이 90여 가정이 있는 셈이에요.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봉사도 아끼지 말아야겠어요.”
“허허, 담임으로 온 나보다 당신이 더 열심인 것 같소.”
이렇게 부부가 의견이 같아서 일은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첫째 자동차를 팔아 자전거를 사고 남은 돈으로 피아노를 샀습니다.
둘째 아파트를 팔아 빈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교회 지붕과 내부를 크게 수리하여 전보다 넓고 쾌적한 교회로 만들었습니다.
셋째 목사님은 낮에 믿지 않는 가정에서 들일이 있을 때 가서 봉사하며 마을 사람들과 친교를 맺기로 했습니다.
넷째 사모는 동네 학생들 가운데 학습 실력이 부진한 아이들을 찾아가 무료로 과외 지도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경계를 하고 장 목사 부부의 접근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나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장 목사의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해습니다.
장 목사가 교회 바로 옆집에서 들일하던 날 찾아가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은 제가 일을 좀 거들어 드리려고 왔습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 사는 노 씨라는 영감이 말했습니다.
“일없어요.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리 그래도 예수는 절대 안 믿습니다. 그러니 다른 집에나 가서 도와주시든지 말든지 하시오.”
“아닙니다. 다른 집보다는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을 먼저 도와드려야지요. 저는 젊고 힘이 있습니다. 아저씨 댁에서 교회에 나오라고 도와드리는 건 아닙니다. 저는 교회에서 생활하면서 시간이 남을 때는 동네 어른들 일손을 도와드리겠다고 하나님과 약속을 하고 왔습니다. 절대로 부담 갖지 마십시오. 교회에 나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허허, 목사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도 할 수 있겠소?”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다 해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가정부터 일하는 날에는 따라 다니며 일손을 거들었습니다. 새로 온 목사가 일도 잘하고 바쁠 때는 거저로 일을 해준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어떤 집에서는 일을 도와달라고 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젊은 목사님, 오늘은 어느 집 일을 도와주실 겁니까, 우리집 일을 좀 거들어 주시면 교회 다니는 것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을 맡겨주신다니 교회에 안 나오시더라도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교회 나오라고 꾀는 건 아니시지요?”
“교회는 아무나 나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뭐요? 아무나 나올 수 없다니요?”
“하나님이 초청한 사람이 아니면 교회에 못 온다고 성경에 써 있습니다.”
“허허. 세상에 누가 하나님이 초청하여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있단 밀이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소.”
“하나님이 사람을 부를 때 사람 눈에 띄게 부르시지 않습니다. 제 말씀만 믿고 일이나 시켜 주십시오.”
“목사님도 하나님이 불러서 목사가 되시었소?”
“그렇습니다.”
“허허, 별 소리를 다 듣겠네. 좌우간 일을 도와준다고 왔으니 품값도 드릴 테니 잘 해 주시오.”
“품값은 안 받습니다.”
“정말 거저 해 주신다는 게요?”
“그렇습니다.”
많은 이웃사람들이 일을 거들어주려고 갈 때마나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동시에 일을 거들어 준 집 사람은 장 목사를 고맙게 생각하고 친절히 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네에서 가장 수다스런 박 영감이 주일에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장 목사는 반가워하며 맞았습니다.
“이렇게 교회를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듣자 하니 교회는 하나님이 초청한 사람들만 모인다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시오?”
“그랬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언제나 초청할까 하고 기다려 보았으나 초청을 해 주시지 않아서 내 발로 왔소. 그래도 나를 받아 주시겠소?”
“물론입니다. 하나님은 초청하지 않은 사람이 오시면 더욱 기뻐하시고 축복해 주십니다.”
“좋아요. 내가 이제부터 동네 사람들을 불러오겠소.”
“그러시면 감사하지요.”
“그런데 내가 동네 사람을 불러서 교회로 오라고 하면 내 말을 들을까요?”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사람이 초청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초청하시는 것입니다.”
“아아니, 그럼 내가 하나님과 동업하는 꼴이 아니오?”
“사람하고 동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나님의 동업자가 되신다면 더 이상 좋은 동업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 내가 하나님과 동업자가 된다고?”
그렇게 하여 나타난 박 영감은 마을 바깥노인들을 많이 모셔왔습니다. 한편 사모는 동네 사정을 살피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학과실력이 부진한 아이들을 찾아 무료로 과외 공부를 시켜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학급에서 꼴찌만 맡아 놓고 하던 아이가 반에서 중상급의 실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중간 가던 아이들이 반에서 일등을 하는 등 실력이 늘어났습니다. 아이들 실력이 늘어나자 엄마들이 모두 교회를 찾아오면서 말했습니다.
“교회를 다니고 싶진 않지만 우리 아이 공부시켜주신 은혜를 갚자만 교회라도 나와 주어야지 어쩌겠소.”
이렇게 부부가 노력한 결과 그 해 크리스마스 날은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이다시피하여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간 하나님을 믿는 가정이 마을 전체의 반을 넘기고 성도가 130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장 목사 부부가 교회를 맡은 지 1년도 안 되어 백 명의 성도가 늘었고 그 해의 성탄절은 특별히 본 교회 서 목사님이 직접 참석하여 예배 축하인도를 했습니다.
교회는 날로 성장하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 성도가 되어 전보다 친밀하게 도우며 사는 모범 마을이 되었습니다. 장 목사가 작두교회에 부임한 지 일 년이 지나자 서 목사님이 아들 목사를 불러 물었습니다.
“어떠냐? 장 목사가 대단하지 않으냐?”
아들 서 목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차 팔고 집 팔아서 동네 사람을 돕는데 누구는 그 정도를 못해요.”
“너도 할 수 있겠느냐?”
8. 내 죄로다
서 목사는 아들을 그 교회로 파송할 의도로 물은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순종하면 장차 본 교회 요직에서 봉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한 마디로 오만한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해요. 주의 종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도 그렇지만 집을 팔아 교회를 수리한다고요? 그런 작은 교회에서 언제 그 돈을 건지나요. 목사라고 죽어 살라는 법 있나요?”
“할 말이 있으면 더 해 보거라.”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모든 것은 저 혼자 결정할 일도 아니고 안사람하고 의논도 해 봐야겠어요.”
“그럼 그렇게 해라. 부부가 의논하여 바로 대답하기 바란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당회장실에 아들과 며느리가 들어왔습니다. 며느리가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아버님, 우리 보고 작두교회로 나가라고 하시는 건 너무 하신 것 아닌가요?”
“무엇이 너무하다는 거냐?”
“우리 같은 대형교회 아들과 며느리가 산골 동네 몇 집 안 되는 그런 곳으로 가라는 것은 저희 보고 나가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들려요.”
“나는 이 교회를 개척할 때 교인 여섯 명을 모시고 예배하며 지금까지 걸어왔다. 그 교회는 백 명이 넘는 교회로 그 일대가 앞으로는 도시계획에 들어 있어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아버님이 개척하여 이만한 교회가 된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아들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당연히 후임은 아들 목사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목사를 세습한다는 말이냐? 나는 목사의 세습을 절대로 반대하는 사람이다.”
“아버님이 교회를 개척할 때 가난한 속에서 배를 골아가면서 아버님을 따라 교회를 지킨 아들의 생각은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교회는 교회를 지킬 만한 사람이 지켜야 한다. 나는 이미 후임자를 결정한 터이니 그런 말은 하지 말기 바란다.”
“후임자라면 그 교회 장 목사를 말씀하시는가요?”
“그래. 그런 사람이 맡아야 한다.”
“장 목사는 신학교밖에 안 나왔고 그 사모도 고졸 출신으로 별 볼일 없는 여자잖아요?”
“별 볼이 없다니 얼마나 훌륭한 사모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
“우리는 부부가 다 박사 학위를 받았고 어디다 내세워도 부끄럽지도 째이지도 않는 사람들이에요. 우리 같은 자식들을 두고 그런 사람을 후임으로 세우신다는 것은…….”
서 목사는 부아가 나는 것을 억지로 눌렀습니다.
“긴 말할 것 없다. 나는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박사학위도 없고 자랑할 것이라곤 성실과 봉사하는 겸손한 허리를 가졌을 뿐이다.”
“아버님 때는 다들 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너희들끼리 독립해서 교회를 개척하도록 하여라. 내가 아버지로서 자식 잘못 키운 것이 부끄럽고 애비의 그늘에서 잘못 자란 너희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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