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풍뎅이 신사

웃는곰 2016. 6. 23. 11:34

풍뎅이 신사

 

1. 풍뎅이 형제

참검정풍뎅이 형제가 숲속을 기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아,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심심한테 저 꽃 굴이나 들어가 볼까?”

형아, 안 돼, 거기는 위험해.”

위험해도 궁금한 것보다 나을 것 같다.”

아무도 못 들어가는 굴인데 거기를 가겠다고?”

들어가 보자, 저 안에 재미있는 비밀이 있는지도 몰라. 넌 궁금하지 않니?”

어쩌면 아주 무서운 귀신이나 도깨비가 살 거야. 난 안 들어가.”

그럼 나 혼자 들어가 보고 올 테니 넌 여기서 기다려라, 알았지?”

들어가지 마, 형아.”

풍뎅이 형은 고개를 빼고 동굴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빨갛고 노랗고 아름다운 꽃과 야들한 잎들이 굴속 깊이에까지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고 은은한 향기도 흘러 나왔습니다.

형아 풍뎅이는 약간 겁은 났지만 용기를 내어 안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멀리서 은은한 빛이 비치고 아름다운 노래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동굴 깊숙이 더 들어가자 무엇인가 시커먼 것이 앞을 막고 떡 버티고 섰습니다.

이게 뭐야?’

풍뎅이는 중얼거리며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것은 수천 년 묵은 어마어마하게 큰 고목이었고 그 밑으로 난 구멍이 천장 높은 굴로 연결되었습니다.

더 안으로 들어갔을 때입니다. 양쪽에서 더듬이가 긴 하늘소가 갑자기 나타나 소리쳤습니다.

웬 놈이냐?”

……?”

넌 풍뎅이가 아니냐?”

그렇다.”

그렇다고? 건방진 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들어왔느냐?”

너희들은 뭐냐? 하늘소가 아니냐?”

하늘손 줄 알았으면 무릎을 꿇어야지!”

여기가 어디냐?”

이놈이 정신 빠진 소리를 하고 있군. 하늘소 궁궐에 들어와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다니, 건방진 놈!”

풍뎅이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더 큰소리를 쳤습니다.

여기, 이게 궁궐이라고? 하하하.”

어디서 감해 웃어대느냐?”

이때 안에서 환한 빛을 뿌리면서 커다란 하늘소가 나타나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우냐?”

앞에 늙은 하늘소가 간사한 목소리로 고했습니다.

네네, 풍뎅이 녀석이 감히 우리 궁궐에 침입을 해서 꾸짖는 중입니다.”

허허, 풍뎅이라고 했느냐?”

눈이 번쩍거리고 가슴에서 황금빛이 비치는 하늘소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풍뎅이가 왕 하늘소를 자세히 뜯어 보았습니다.

몸은 가늘고 길며 원통에다 몸 빛깔은 매우 아름다우며 줄무늬와 반점이 나 있고 온몸이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었습니다. 눈은 겹눈이고 큰 턱은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으며, 그 끝은 날카롭게 보였습니다. 입은 무엇이든지 물어뜯기에 알맞게 발달해 있었습니다.

더듬이(촉각)는 몸길이의 2/3보다 길었고 더듬이의 모양은 실이나 채찍같이 생겼는데 12마디로 되어 있으며 방향은 몸의 앞 뒤쪽을 자유롭게 향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앞가슴 판은 옆 가장자리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앞가슴과 머리는 딱지날개(굳은 날개)보다 좁았습니다. 수시 앞가슴 가장자리에 가시가 양 옆에 나 있고 딱지날개는 배를 거의 덮고 양 옆이 볼록하고 뒤가 좁게 보였습니다. 다리는 크고 튼튼한 편이고 중간 정도의 길이였는데 앞다리가 가운뎃다리보다 길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풍뎅이 자기와는 다르게 생겼고 위엄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대를 만났어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한 풍뎅이한테는 아무런 겁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소가 위엄을 갖추고 말했습니다.

풍뎅이 주제에 여기까지 들어와 큰소리로 웃어대다니 무엄하다.”

솔직히 풍뎅이는 처음에 겁이 나서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냈습니다.

저놈이 나를 풍뎅이라고 얕보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여기서 기가 죽으면 정말 죽는다. 풍뎅이의 기개를 보여주어야 한다. 저것들한테 맞아죽으나 병신이 되는 한이 있어도 풍뎅이 자존심만은 꺾일 수 없다. , 한 번 해 보자.’

이런 생각을 하고 풍뎅이가 감히 대꾸했습니다.

이 좁은 구멍 안에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한판 승부를 걸자!”

하늘소 왕이 크게 웃어댔습니다.

하하하, 저 작은 것이 용기는 대단하구나. 용기가 갸륵하여 네가 한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 너같이 대단한 상대하고 싸울 생각은 없느니라. 대신 짐이 너를 손님으로 대접하겠다. 여봐라, 저 풍뎅이를 귀빈실로 모셔라.”

임금 하늘소의 명령이 떨어지고 신하들의 안내를 받아 풍뎅이는 귀빈실로 들었습니다.

굴속이라 우습게 생각했는데 넓은 귀빈실에는 돌아가며 사철 푸른 나무와 꽃이 피어 향기를 날리는 그윽한 특실이었습니다.

잠시 후 어디론가 갔던 임금 하늘소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네가 여기까지 들어온 용기가 가상하여 너를 돌려보내려고 한다. 어떠냐?”

네가 안 돌려보내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죽기보다 더 어려운 고통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난 아무것도 겁나지 않는다.”

하하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그 말이 맞는구나. 너하고 말씨름할 새가 없다. 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면 너를 여기서 내보내 주겠노라.”

무엇이든지 물어 보아라.”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

2. 호랑이보다 무서운 사람

풍뎅이는 무슨 질문이 이렇게 시시하냐고 생각하다가 물었습니다.

누구한테 무엇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냐?”

아무거나 대 보아라.”

올챙이한테는 잠자리애벌레가 무섭고 잠자리애벌레는 개구리가 무섭고 개구리는 물총새와 뱀이 가장 무섭다. 답이 됐느냐?”

아니다. 다른 답을 내놓아라.”

메뚜기는 사마귀가 무섭고 사마귀는 개구리가 무섭고 개구리는 올빼미나 뱀이 무섭고 뱀은 고슴도치를 무서워한다. 이만하면 정답이 아니냐?”

내가 묻는 말은 그게 아니니라. 다른 것을 대 보아라.”

산토끼는 오소리와 독수리를 무서워한다.”

그것 말고.”

문제를 제대로 내라. 무엇이 누구한테 가장 무서운지 말해 보아라.”

사슴이 무서워하는 건?”

호랑이.”

야생말이 무서워하는 건?”

사자.”

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메뚜기.”

녀석 제법 아는 체를 하는구나.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다.”

무엇이든지 물어라.”

닭은 개를 무서워하고 개는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그럼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건 무엇이냐?”

호랑이나 사자는 동물의 왕이다. 그것들이 무서워할 것이 무엇이 더 있겠느냐?”

더 있다. 말해 보거라.”

사자가 싫어하는 건 하이에나가 더 있는데…….”

더 이상 아는 것이 없으면 너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넌 여기서 나갈 수 없느니라.”

그러면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

죽을 각오를 하라.”

뭐라고? 네가 나를?”

죽기 싫으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무서운지 대답을 하렸다.”

이때입니다. 조용하던 굴속이 소란스러워지고 갑자기 여치, 방아깨비, 때까치, 풀무치가 몰려들었습니다. 왕 하늘소 곁에 수그리고 있던 신하 하늘소가 소리쳤습니다.

너희들은 뭐냐?”

방아깨비가 긴 다리를 휘청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사람입니다! 사람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야? 사람이 이쪽으로 온다고?”

그렇습니다. 우리한테는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입니다.”

왕 하늘소는 위엄을 띠고 몰려드는 곤충들을 보고 말했습니다.

조용히 하거라.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조심하여라.”

사람이 오고 있다는 말에 풍뎅이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만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사람이 오고 있다니! 사람이!”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하늘소 왕한테 말했습니다.

네가 묻는 말에 대답하겠다.”

하늘소가 겁먹은 눈을 굴 밖으로 던진 채 대답했습니다.

말해 보거라.”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왕 하늘소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말이 맞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호랑이도 사자도 아니고 뱀도 얼룩말도 아니다.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이니라.”

내가 대답을 했으니 이제 돌아가겠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거라. 지금 사람이 가까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래도 나가겠느냐?”

나가겠다.”

나는 너를 그냥 내보내지 않겠다.”

무슨 소리냐?”

지금까지 우리 하늘소 나라에 들어온 자 가운데 감히 짐을 상대로 너라고 하는 등 반말하는 자를 보지 못했느니라. 너는 용기가 대단한 녀석이다.”

그래서?”

너한테 특별한 재주를 가르친 다음 내보내 주겠다.”

재주라고?”

3. 동물마다 두려워하는 사람

왕 하늘소가 사람을 피해 들어온 곤충들한테 물었습니다.

여치, 앞으로 나오너라.”

예에.”

여치가 겁먹은 얼굴로 나서자 물었습니다.

너는 노래를 잘하지?”

다들 저를 가수라고 합니다만…….”

네가 좋아하는 건 노래일 테고 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이냐?”

두말할 것 없이 사람입니다.”

사람이 왜 그리 무서우냐?”

우리들이 숲속에서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이 살금살금 따라와 우리를 잡아다 여치장에다 가둡니다.”

그것이 왜 싫으냐?”

자유롭지 못하고 우리가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 먹어야 하는데 사람이 자기들 좋은 대로 아무 먹이나 주면서 노래만 부르랍니다. 사람들은 잔인해서 싫습니다.”

, 그 다음 방아깨비한테 묻겠다. 너는 세상에서 누가 가장 무서우냐?”

새와 개구리와 오줌싸개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건 사람입니다.”

어째서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느냐?”

사람들은 우리를 잡으면 이 가느다란 다리로 방아를 찧으라면서 흔들어댑니다. 하루 종일 끄덕끄덕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지쳐서 다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 어른들은 밟아 죽이고 아이들은 불에 구워 먹습니다. 차라리 개구리나 오줌싸개한테 물려죽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무섭습니다.”

. 네 말을 듣고 보니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구는구나. 다음 때까치한테 묻겠다. 너는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우냐?”

저는 새들이 언제나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입니다.”

그 이유를 말해 보거라.”

헤헤헤, 좀 말씀드리기가…….”

무슨 말을 그리 주저하느냐?”

저는 수방아깨비로 암방아깨비를 만나 등에 업혀 신혼을 즐기고 있을 때 사람들은 사정없이 우리 부부를 잡아다 강제로 떼어놓고 우리는 아무렇게나 죽여버리고 암방아깨비는 구워먹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짓을 합니다.”

! 사람과 너같이 비쩍 마른 것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구나. 다음 풀무치한테 묻겠다. 너는 무엇이 가장 무서우냐?”

저도 사람이 가장 무섭습니다.”

허허, 사람 무섭지 않은 동물이 없구나.”

풀무치가 물었습니다.

임금님은 세상에서 누가 가장 무섭습니까?”

우리는 무서운 상대가 없느니라. 어쩌다 사람 눈에 잘못 띄면…….”

이때 여치가 예쁜 눈으로 날갯짓을 해가며 물었습니다.

임금님께서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실은 사람이 무섭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큰 굴에서 사람을 피하고 살기 때문에 위험을 당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모두가 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풍뎅이가 끼어들었습니다.

여기 모인 곤충은 물론이고 임금님까지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우리가 사람들을 골탕 먹일 방법은 없겠습니까.”

임금 하늘소가 더듬이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 마디 했습니다.

있기는 하다만…….”

4. 마귀할멈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사람의 피해자가 아닙니까.”

그렇다고 모두한테 알려줄 수는 없다. 굴 밖에 왔던 사람도 갔으니 풍뎅이만 남고 다들 돌아가거라.”

그리하여 여치를 비롯한 곤충들이 다 물러가고 풍뎅이만 남았습니다. 임금 하늘소가 풍뎅이한테 말했습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풍뎅이는 그 뒤를 따라 한참 동안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갈수록 넓어지고 으스스했습니다. 안 쪽 깊숙이 들어갔을 때 높은 황금의자에 한 노파가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임금 하늘소도 그 앞에서는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파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파파라고 불린 노파는 볼이 옴팍 들어가고 광대뼈가 칼날처럼 튀어나왔는데 눈은 깊은 우물 속같이 들어갔지만 형형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풍뎅이는 하늘소가 하는 대로 따라서 굽실거렸습니다. 노파가 쩌렁쩌렁한 소리로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

왕 하늘소가 굽실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마침 사람을 싫어하는 풍뎅이가 왔기에…….”

풍뎅이가?”

풍뎅이가 보기보다는 영리합니다.”

그런가?”

한번 시험해 보시지요.”

시험해 볼 게 뭐냐. 풍뎅이가 무슨 재주를 부릴 줄 아는지 한번 보여다오.”

풍뎅이는 우물쭈물하다가 발라당 자빠져 날개를 부웅하고 폈습니다. 그리고 천장이 닿을 만큼 날아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뒷다리로 발딱 섰습니다. 그 모양은 마치 검은 외투를 두른 작은 왕자처럼 보였습니다.

황금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던 노파가 깔깔 웃었습니다.

호호호호! 그만하면 됐다. 내가 너한테 비상한 재주를 가르쳐 주겠다. 그 대신 네가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말해 보거라.”

저는 사람같이 생긴 건 다 미워합니다.”

왜 미워하느냐? 너한테 해코지라도 했느냐?”

우리 같은 것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해코지를 당하겠습니까. 우리는 사람한테 걸려들면 발로 밟혀 죽임을 당할 뿐입니다.”

네가 사람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느냐?”

사람들은 모든 동식물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는 욕심을 부리며 죽이기까지 하면서 싸움질을 합니다. 호랑이로부터 땅에 기어 다니는 벌레까지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느니라. 세상 무엇이 사람을 당하겠느냐?”

사람이 날로 늘어나며 잔인한 짓을 하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동식물이 사람한테 먹혀서 씨가 마를 것입니다.”

호호호호, 사람이 너희 씨를 말리기 전에 너희가 사람의 씨를 말리면 되지 않겠느냐?”

우리가 무슨 수로 사람의 씨를 말립니까?”

내가 그 방법을 가르쳐주마.”

5. 신사가 된 풍뎅이

노파가 또 깔깔거리고 웃고 나서 말했습니다.

내가 일찍이 사람의 씨를 말리려고 몇 가지 처방을 해 보았지만 다 실수하고 말았다.”

무슨 처방이옵니까?”

세상에는 절이 많고 절마다 홀아비가 주지승을 한다. 알겠느냐?”

.”

중들이 모두 장가를 안 들고 혼자 살면 씨가 마를 것 아니겠느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들이 장가를 들기도 하여 자식을 낳고 또……. 그래서 중들을 통해 씨를 말리려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

그래서 이번에는 성당 신부한테 장가를 들지 못하게 하였느니라. 그런데 그것도 실패였다. 너같이 어린 것하고 그 깊은 속을 말해 줄 수는 없고……. 이번에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냈는데 그만한 일을 해낼 인물이 없어서 고심하던 중이었느니라. 그런데 네가 나타났으니 내가 너를 제자 삼고 큰일을 이루어 볼까 한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히 어찌 제자가 되겠습니까?”

네가 조금 전에 발라당 자빠졌다가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을 보고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부끄럽습니다, 파파.”

내가 연구해 낸 것은 지구 위에서 사람을 모조리 없애 버리는 것이니라. 네가 그 일을 감당해야 하겠다.”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사람 씨를 말리는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해내겠습니다.”

좋다. 너는 이제 사람이 되어야겠다.”

사람이 싫은 저한테 사람이 되라 하십니까요?”

사람을 잡자면 사람 탈을 써야 한다. 이제 너는 내가 멋진 신사로 만들어 주겠다. 네가 서 있는 자리에서 열 번만 제자리 뛰기를 해 보아라.”

풍뎅이는 두 다리로 버티고 선 채 제자리 뛰기를 했습니다.

하나, , , !”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한번 뛸 때마다 키가 배로 늘어났습니다. 열 번을 뛰는 동안 키가 180센티나 되었고 자라는 대로 등딱지가 쭉쭉 늘어나고 하얀 속날개가 자라서 외투 안감처럼 멋지게 보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풍뎅이는 미남으로 변했습니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진 눈은 호수같이 맑고 정열적이며 귀공자처럼 보였습니다.

마귀할멈 파파가 만족해하며 좋아했습니다.

됐다. 그만하면 일류신사다. 넌 어디로 가든지 사람들한테 귀공자 대우를 받을 것이다. 이제 내가 주는 약을 받아먹어라.”

마귀할멈이 작은 알약 둘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빨간 약은 여자용이고 이 파란 약은 남자용이다. 너는 이것을 둘 다 먹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하거라. , 받아라.”

신사가 된 풍뎅이가 그것을 받아먹었습니다. 작은 알약인데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전신이 향수 덩어리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파파, 이게 무슨 약입니까?”

어떠냐? 세상이 모두 네 것 같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이제 내가 많은 양의 알약을 주겠다. 넌 그것을 가지고 나가서 파란 약은 남자들한테 주고 빨간 약은 여자들한테 먹여라.”

이게 무슨 약입니까?”

사람 씨를 말리는 약이니라. 차차 알게 될 테니 서둘지 말아라.”

6. 사람 씨를 말리는 약

마귀할멈은 알약 한 주먹을 들고 보이며 말했습니다.

이것만 가지면 한 나라를 없애고도 남을 것이야 호호호호.”

……?”

풍뎅이는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귀할멈이 먼저 말해주었습니다.

이게 말이다. 호호호호, 동성애 약이라는 것이니라.”

동성애가 뭡니까?”

네가 알 리 없지. 동성애란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고 여자들 또한 여자끼리 사랑하며 결혼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생각해 보아라 남자끼리 아무리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해도 아이는 못 낳는다. 또 여자끼리도 사랑하고 결혼까지 해도 아이는 낳지 못한다. 아이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야 낳는 법인데 동성끼리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소용없는 일이 아니겠느냐?”

그런 게 동성애입니까?”

이제야 알겠느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동성애를 하게 해 놓아 보아라.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애를 못 낳으니 사람이 씨가 마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 알약이 바로 사람이 동성애를 하게 만드는 영약이니라. 네가 나가서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사람의 씨를 말리는데 네 공로가 클 것이니 내가 상을 내리겠다. 호호호호. 아주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네가 바로 그 주인공이지 호호호호.”

제가 무슨 주인공이 됩니까?”

앞으로 백년만 지나면 이 지구에는 사람의 씨가 마를 것이니라. 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지도 다 알게 될 것이니 너야말로 인류의 대적이고 우리 마귀나라의 공로자가 될 것이니라. 사람이란 과학을 의지하고 온갖 동물을 잡아먹고 살지만 그 과학이라는 것 때문에 파멸한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들이니라. 그렇지만 과학이 사람을 없애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 알약 몇 개로 사람을 없앨 수 있단 말이다. 호호호호.”

마귀할멈은 혼자 신이 나서 지껄였습니다.

, 풍뎅이신사야, 어떠냐? 중과 신부를 독신으로 만들었어도 뜻을 못 이룬 나이지만 이제야 방법을 찾았고 너같이 좋은 동조자를 만났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느냐? 호호호호. 이제 네가 나가면 사람들이 너한테 반하여 남자고 여자고 달라붙을 것이니라.”

거짓말은 적당히 해 주십시오.”

거짓말이라니! 내가 그럴 것 같으냐? 너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다 먹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당장 거리로 나가 보아라. 헌칠한 키, 늠름한 어깨와 옥같이 매혹적인 얼굴은 남자가 보면 남자가, 여자가 보면 여자가 홀딱 반하여 달라붙을 것이니라. 너야말로 천하 제일의 미남이지, 호호호호.”

놀리지 마십시오.”

이놈아, 내가 너 같은 것을 놀려 뭘 하겠느냐? 네 몸에서는 남자를 유혹하는 향내가 나고 여자를 가까이 하면 여자가 빨려드는 향내가 나느니라. 인물 좋고 향내 좋은 너를 누가 싫어하겠느냐? 넌 이 약을 가지고 다니다가 남자가 가까이 하거든 만나서 차를 마시면서 상대 찻잔에 파란 약을 타서 먹게 하고 여자가 달라붙거든 차를 마시면서 찻잔에 빨간 약을 타서 먹도록 하여라. 그러면 그 약을 먹은 사람은 남자는 남자만 좋아하고 여자는 여자만 좋아하여 결혼하게 하는 약이니라.”

정말 그럴까요?”

당장 거리로 나가 봐라. 넌 이제 벌레 풍뎅이가 아니라 일류신사니라. 사람들을 만나면 풍뎅이 짓을 하지 말고 한 손을 머리 위로 휙 올려 돌리면서 하이, 하이 해 보거라. 결과는 다녀와서 말해 다오. 앞으로 백년 뒤에 지구를 장악한 사람들이 어떤 모양을 하게 될는지 구경이나 하자꾸나. 호호호호.”

7. 빨아먹고 싶은 향기

파파, 정말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하라. 어찌 이 파파 말을 못 믿는 게야?”

아닙니다. 당장에 이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나가보겠습니다.”

풍뎅이는 잘잘 끌리는 외투를 입은 모습으로 하늘을 부웅 날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귀할멈이 좋아서 손뼉을 쳤습니다.

호호호호, 바로 저거야. 내가 협조자를 제대로 만났다니까, 호호호. 야아호!”

눈 깜짝할 사이에 풍뎅이는 도시 가운데 울창한 숲속으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두리번거렸습니다. 그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이었습니다. 해가 지자 사람들이 하나 둘 산책을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청년을 향해 손을 머리 위로 반달을 그리며 소리쳤습니다.

하이!”

그러자 청년도 하이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오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 뵙지만 오랜 친구처럼 반갑습니다. 저하고 친구하시겠습니까?”

친구요? 좋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뭐가요?”

그전에는 맡을 수 없던 아주 신비하고 황홀한 향기가 공원 가득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글쎄요, 저는 여기가 처음이라…….”

형씨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산속에서 왔습니다.”

농담하지 마십시오.”

사람이든 짐승이든 우리나라는 모두가 산과 들이 아닙니까. 산과 산 사이에 마을이 있고 마을마다 사람들이 살고 젊은이들은 그 사이에서 사랑을 하고……. 안 그렇습니까?”

그 말씀이 맞습니다. 형씨도 산속에 살면서 사랑도 해 보셨습니까?”

물론이지요. 사랑을 모르면 사람인가요.”

청년은 향기에 취해 중얼거렸습니다.

아아! 이 그윽하고 혼을 빨아들일 듯한 이 진한 향기!”

풍뎅이가 물었습니다.

냄새가 그렇게 좋습니까?”

형씨는 이 냄새가 안 나십니까?”

저는 산속에서 늘 맡던 냄새라 별로 감동이 없습니다.”

형씨는 원래 여자였소?”

무슨 결례의 말씀을 하십니까? 여자라니요.”

미안합니다. 늘씬한 키에 고운 얼굴, 맑고 그윽한 눈빛, 여자보다 예쁜 입…….”

초면에 그렇게 놀리시면 안 됩니다.”

아닙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친근감을 느껴 보기는 처음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기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여기서 오늘 밤 만나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사랑하는 그분은 얼마나 예쁘십니까?”

예뻤지요. 이 시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형씨를 만난 순간부터 그 여자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풍뎅이신사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야아호! 성공의 징조다, 성공! 만세!’

청년이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기쁜 얼굴을 하십니까?”

아닙니까. 형씨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렇게 예쁘시다니 만나보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겨서 웃고 싶은 걸 억지로 참은 것뿐입니다.”

아무리 여자가 예뻐도 형씨처럼 예쁜 얼굴은 없을 것입니다.”

놀리지 마십시오. 저는 어엿한 남자입니다.”

청년은 코로 바람을 빨아들이며 소리쳤습니다.

아아! 이 향기! 이 아름다운 향기는 어느 꽃에서 나는가? 빨아먹고 싶은 이 그윽한 향기, 아아아!”

이때 저쪽에서 날씬한 여자가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풍뎅이는 그녀가 청년을 만나러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8. 나를 아가씨라고?

이쪽을 향해 오던 아가씨 발길이 흐트러졌습니다. 이쪽 나무 밑으로 가서 킁킁, 저쪽 숲속에다 대고 킁킁, 그러다가 고개를 높이 젖히고 입을 딱 벌려 공기를 한 입 물었습니다.

아아, 이 아름다운 향기!”

여자가 감탄하면서 이쪽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청년이 여자를 향했다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풍뎅이가 물었습니다.

저 아가씨를 기다리지 않으셨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왜 고개를 돌리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저 여자보다 형씨가 더 좋아졌습니다.”

농담 마십시오. 저 같은 산골 촌뜨기를 놀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순진한 촌놈입니다.”

압니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그 얼굴…….”

이때 저만치서 바라보던 여자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청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풍뎅이신사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어마! 언니. 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인데 생각이 나지 않아. 우리 어디서 만났더라?”

난 처음입니다. 아가씨.”

농담하지 마. 아가씨라니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그게 아닌데…….”

이러지 말고 우리 저기 가서 차 한 잔 하면서 생각해 볼까?”

둘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데도 청년은 구경꾼처럼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아가씨가 앞장서고 풍뎅이가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데도 청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청년은 마음이 변한 것 같았습니다.

공원 한쪽에 커피숍이 있었습니다. 아가씨가 가게로 가서 차 두 잔을 사들고 왔습니다.

여기 차가 참 맛있어. 그런데 왜 오늘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가 몰라. 언니, 공원 향기가 참 좋지?”

…….”

이 세상에서 처음 맡아보는 진하고 그윽한 향기야, 그렇지 언니?”

…….”

언니도 너무 좋아서 말을 못하는구나? 그지?”

…….”

그런데 언니, 우리 어디서 만났더라? 나도 롱 다리라 사람들한테 인기 짱인데 언니도 키다리라 나보다 더 짱이겠는걸.”

아가씨는 차를 권했습니다.

이 커피숍 차가 아주 맛있어. 이렇게 해가 지고 서늘할 때 마시는 차 한 잔의 맛은 말로 못해.”

그러면서 가게로 달려가며 말했습니다.

아참, 빨대 가져올게, 기다려!”

바로 그때 풍뎅이는 품고 있던 빨간 알약을 찻잔에다 넣었습니다. 그것도 모르는 아가씨는 예쁜 입으로 차를 쪼록 쪼르르 마시며 눈웃음을 쳤습니다.

언니! 언니는 정말 예쁘다.”

차를 마신 다음 아가씨는 더 변했습니다.

언니, 오늘 밤은 우리 집에 가자. ?”

안 돼요.”

그러지 마. 우리 서로 반말로 하기로 하자 응?”

풍뎅이는 속으로 걱정을 했습니다. 빨간 알약을 먹어서 아가씨가 미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약 때문에 죽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생기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때 저쪽에서 바라보던 청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도 아가씨는 청년을 모르는 사람처럼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언제 왔어? 차 한 잔 하고 갈래?”

그러면서 다시 차 한 잔을 사들고 왔습니다. 차를 탁자에 올려놓자 청년이 입을 열었습니다.

숙아, 우리 저쪽에 가서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그래, 뭐 할 말 있어?”

기가 막힙니다. 둘이 만나기로 하고 나와서 딴 사람들처럼 하는 말이 이상스러웠습니다. 청년은 찻잔을 둔 채 아가씨를 데리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그 틈에 파란 알약을 꺼내어 찻잔에다 넣었습니다. 찻잔에서 아주 진한 향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청년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차를 한 입에 훌쩍 마셔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9. 풍뎅이 신사와 아가씨

좋아, 네 맘이 그렇다면 나도 좋아!”

궁금해진 풍뎅이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숙이라는 아가씨가 대답했습니다.

갑자기 나도 싫어졌는데 그쪽도 돌연 내가 싫다네, 언니, 이럴 때 내 맘 알지?”

풍뎅이는 난처해졌습니다. 청년은 자기를 친구로 삼자고 하는데 숙이는 언니라고 달라붙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 사이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공원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가 하는 소리.

좋아, 네 맘이 그렇다면 나도 좋아!”

여자가 하는 소리.

좋아, 나도 좋다구. 너하고 어울리는 건 지겨워.”

좋아, 네 맘이 그렇다면 나도 좋아!”

또 다른 목소리.

좋아, 네 맘이 그렇다면 나도 좋아!”

이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짝을 이루고 있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제각기 흩어져 공원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뿐 아니라 언니, 언니 하던 숙이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청년도 사라졌습니다.

공원에 혼자 남은 풍뎅이는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상도 하다. 그 약 냄새가 온 공원을 가득 채우고 나더니 사람들이 모두 사이가 나빠져서 뿔뿔이 흩어졌다. 파파가 준 약이 무엇일까? 이게 동성애 약이 주는 약효라는 건가?’

이때 커피숍에서 일하던 아가씨 둘이 나와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니, 내가 왜 이렇지? 오늘 언니가 그렇게 예쁘게 보이고 좋아져.”

나도 그래. 언제나 동생처럼 너를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 그런지 친동생보다 더 진한 감정이 느껴져. 남자한테 느끼던 그런 기분이…….”

그럼?”

몰라, 말하기가 쑥스럽구먼, 호호호.”

나도 솔직히 말할게, 이상하게도 나는 언니라고 부르기보다 내가 사귀던 남자보다 언니가 더 좋아.”

나도 그런 맘이야. 네가 꼭 내 색시 같다니까.”

호호호 언니, 나도 언니가 신랑 같아.”

둘이는 서로 끌어안고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제 왔는지 젊은 부인들이 둘씩 짝을 이루고 공원으로 들어오고 차를 마시며 정답게 이야기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남자들끼리 시시덕거렸습니다.

풍뎅이는 그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동성애 약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 이 큰 도시에 공원에서부터 번진 냄새가 전체로 흘러가며 사람들을 동성애자로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풍뎅이는 한 쌍의 아줌마들이 나누는 소리를 엿들었습니다.

남자가 뭐여? 제깟 것이 돈 몇 푼 벌어온다고 나를 하인 취급을 한당게.”

누가 아니란가.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남편이라는 것 뒷바라지만 한 것이 억울하당게. 내가 왜 새끼들을 줄줄이 낳느라고 그 고생을 했는지 모른당게.”

그려, 우리끼리 살면 애 날 걱정도 할 것 없고 애 키우느라고 쩔쩔매지 않아도 될 것을 왜 남자하고 살았는지 후회가 막심하당게. 그냥 우리끼리 살장게.”

풍뎅이는 기가 막혔습니다. 여자들이 갑자기 변하여 남자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희한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와 마누라가 갑자기 싫어졌는지 모르것다.”

그런가? 내도 마누라한테 눌려 살아온 것이 후회된다.”

뭐라캤나? 마누라한테 눌려 살았다캤나?”

그리 안 했나. 내는 밖에서 삐빠지게 일해 벌어들여도 마누라가 다 어캤는지 모르고 살았제.”

내도 그리 살았잖나. 이자 여자 믿고 사는 세상이 아닌기라.”

거 참 이상타. 전에는 안 그랬는데 갑자기 마누라한테 불만이 생기고 남자들이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나.”

맞다, 마누라고 자식이고 다 소용 없는기라. 내 한평생 친구와 어울려 살다 가면 되는기 아인가.”

풍뎅이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파파 할매가 준 약이 대단한 약효를 발휘하는 거다. 사람들이 모두 이상해지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 높이 부웅 날았습니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마귀 할멈이 있는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기다리던 마귀할멈 파파가 반갑게 맞으며 물었습니다.

어서 오너라. 수고 많았다. 세상이 어떻더냐?”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어울리고 남녀가 서로 비방을 하고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알약은 몇 개나 먹였느냐?”

청년한테 한 알을 먹이고 처녀한테 한 알씩 먹였습니다.”

됐다. 그만하면 그 도시는 두 사람한테 나는 향내가 온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호호호호.”

왜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넌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도 싫어하고 모든 벌레와 동물이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 씨를 말리게 되는데 넌 기쁘지도 않은 것이냐?”

갑자기 사람들이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불쌍할 것 하나 없다. 내일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로 나가거라. 거기다 동성애 향기만 날려 놓으면 볼만할 거다. 그리고 돌아와 한숨 자거라.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나면 세상에는 십년이 흘러간 것이니라.”

십년이라니요?”

내가 있는 여기는 하루가 세상 십년하고 맞먹는 곳이다. 너도 앞으로 열흘만 더 돌아다니고 오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니라.”

10. 절로 들어가는 독신자들

다음날입니다.

풍뎅이는 마귀할멈 앞에서 통통 튀어 멋진 신사로 변하여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뒤에서 마귀할멈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로 날아가 보아라.”

풍뎅이는 멋진 외투로 변한 검은 날개를 활짝 펴고 파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큰 도시 근처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어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리로 몰려가고 있을까?’

풍뎅이는 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이어 오는 대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젊은 사람은 안 보이고 부인들과 할머니들이었습니다. 풍뎅이 신사가 끼어들자 한 할머니가 말을 걸었습니다.

여봐. 젊은 색시도 남자가 싫어서 이리 오셨소?”

풍뎅이신사가 할머니 눈에는 젊은 아가씨로 보인 것입니다. 긴 외투에 하얀 속 날개가 받친 고급스런 옷을 입고 백옥 같은 얼굴에 예쁜 입술을 한 풍뎅이신사는 남자가 보면 남자로 보이고 여자가 보면 여자고 보이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묻는 말에 망설이다가 하고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동조하는 소리를 했습니다.

잘 생각했수. 나도 결혼하고 남자와 살아 봤지만 여자만 손해더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오. 색시도 우리를 따라 절로 가는 길이시우?”

, 다른 분들도 다 절로 가는 건가요?”

그렇다우. 여자가 편하게 살 곳은 절밖에 없어요. 절에 가면 밥 거저 먹여주고 남자 그림자도 없고 여자들끼리만 살 수 있고 애 날 걱정 없고 뒷바라지 할 걱정 없으니 좋지 않겠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로 다 모이면 먹을거리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다들 남편하고 헤어질 때 쓰고 남을 만큼 재산 분배를 해가지고 오는 사람들이니 죽을 때까지는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오.”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고 따로 살면 아이들 없는 세상이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되겠지. 애 낳는 것도 여자들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겠수? 낳아서 다 자랄 때까지 길러야 하고 장가들고 시집가면 부모는 나 몰라라 하니 누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겠소. 안 그렇소, 아가씨?”

풍뎅이 신사는 마귀할멈이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람 씨를 말리려고 절에다 비구승과 비구니를 두어 보았지만 실패를 했고 성당 수도원에도 총각 신부, 처녀 수녀들만 살게 하여 보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젊은 여자들은 안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히히히히, 이 맹추야, 넌 그것도 모르느냐? 너도 이리 오는 게 아니야. 젊은 것들은 자기들끼리 짝을 이루고 하나는 남편이 되고 하나는 마누라가 되어 살림을 차리고 살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인데…….”

여자끼리 부부가 된다는 말씀인가요? 밥하고 빨래는 누가 하나요?”

마누라 노릇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늙도록 같은 여자끼리 남편이라고 여자가 여자를 평생 모시고 살 수 있을까요?”

살다 싫으면 절로 오면 될 텐데 뭐가 걱정인가. 자식이 있냐 뭐가 있어서 못 헤어져. 우리는 자식을 버리고도 절로 오는 판인데.”

집에 두고 온 아들딸들은 어떻게 되나요?”

아들놈은 사내들끼리 붙어살고 딸들은 여자들과 어울려 여보 당신하고 살면 된다고 모두 헤어졌어.”

동성애라는 것이 그런 건가요?”

그렇지, 동성애가 동성혼을 하고 그렇게 살다가 늙은이가 되어 살림이고 뭐고 귀찮아지면 헤어져서 수도원으로 가기도 하고 절로 오기도 할 것이 빤하지 않나?”

결국 동성애가 집안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로군요.”

쑥밭이 되는 게 문젠가. 여자는 남자가 싫어지고 남자는 여자가 싫어서 못 살겠다는 판에 가정이 무슨 소용이 있어.”

마귀할멈이 준 알약은 대단한 약효를 발휘했습니다. 그 냄새가 나는 곳마다 여자는 남자가 싫어지고 남자는 여자가 싫어지는 것입니다.

풍뎅이 신사는 슬그머니 할머니 곁을 떠나 남자들이 몰려가는 뒤를 따랐습니다. 바로 앞에 중년 남자 둘이 아이들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 마귀할멈은 하나님과 동갑

나는 왜 갑자기 여자가 싫어졌는지 몰라.”

나도 그래, 그 대신 남자들이 모두 멋져 보이고 훌륭해 보이거든 하하하.”

우리 도시에 언젠가부터 그윽하고 진한 향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여자보다 남자가 좋아지기 시작했단 말이야.”

그 향기를 맡고부터는 남자한테 여자는 필요 없는 짐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걸 하하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던 풍뎅이 신사는 돌연 방향을 돌려 마귀할멈이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속에서는 여치가 노래를 하고 베짱이는 직작직작 명주 짜는 소리로 노래하고 이름 모를 벌레들은 찌르륵 지르르 쏭쏭쏭 가지가지 소리로 노래하는데 나뭇가지 위에서 놀던 원숭이가 소리쳤습니다.

사람이다, 사람이 온다!”

신사 차림의 풍뎅이가 사람으로 보인 원숭이의 소리에 모든 벌레와 곤충들이 노래를 딱 멈추고 나뭇잎 속으로 숨었습니다. 노래 소리로 화려하던 숲속은 돌연 침묵이 흐르고 나뭇가지 위의 원숭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풍뎅이신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풍뎅이 신사는 벌레들이 사람으로 오해하고 숨는 것을 보고 퉁퉁퉁 제자리 뛰기를 했습니다. 순간 작은 풍뎅이로 변하여 말했습니다.

얘들아, 겁먹지 말고 노래를 불러라. 나다, 풍뎅이다.”

풍뎅이로 변한 모습을 본 원숭이가 끽끽거리며 소리쳤습니다.

사람인 줄 알고 내가 속았잖아 끼끼끼. 풍뎅이다. 모두 나와라.”

그 소리에 벌레들이 나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깜짝 놀랐잖아. 사람이 오는 줄 알았어.”

사람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어. 원숭아, 너도 사람이 무서우냐?”

끼끼끼, 사람 무섭지 않은 짐승이 어디 있느냐. 세상에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끼끼끼.”

곤충과 새들의 평화스런 노래를 들으며 풍뎅이는 마귀할멈이 있는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파파, 다녀왔습니다.”

호호호, 네가 제법 사람 구실을 잘 하더라 호호호호.”

무슨 말씀이신가요?”

네가 사람 모양으로 나타나자 모든 새들은 날아가고 벌레들은 노래를 그치고 모두 숨지 않더냐?”

그것도 아십니까? 파파.”

내가 앉아서 천리 서서 만리를 보느니라.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느니라. 벌레나 새와 동물들이 사람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알았지 않으냐?”

, 파파.”

물속의 고기들까지도 사람이 나타나면 달아나느니라. 그래서 내가 사람을 세상에서 싹 쓸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니라. 알겠느냐? 사람은 동식물은 물론 물속의 고기들과 대자연까지도 두려워하는 위험한 존재들이니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하나님이 만들면서 세상을 다 다스리라고 특권을 주셨지만 실수였어.”

하나님도 실수를 하십니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 너 같은 벌레한테 그런 깊은 이야기는 해 주어도 못 알아듣느니라.”

벌레라고 놀리지는 마십시오. 제가 신사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 보니 사람 노릇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소리 말고 잠이나 한숨 자거라. 다시 세상에 나가자면 쉬어야 한다. 네가 다시 나가면 세상은 많이 변해 있을 것이니라.”

마귀할멈은 그러면서 손을 저어 풍뎅이 눈을 감겨주었습니다. 풍뎅이는 금방 잠이 들어 배를 내놓고 발라당 자빠졌습니다. 마귀할멈이 들여다보고 깔깔거렸습니다.

호호호, 보잘 것 없는 벌레 한 마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구나. 저게 사람이 되고 신사가 되어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녀도 아무도 풍뎅이라는 걸 모르지 호호호, 내 솜씨는 하나님도 흉내 내지 못할 거야 호호호호.”

그 동안 한 마디도 못하고 있던 왕 하늘소가 입을 열었습니다.

파파, 대단하시옵니다. 작은 풍뎅이를 사람으로 만들어 내보내어 진짜 사람들을 놀리시니 역시 하나님 다음이십니다.”

마귀할멈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뭐라고 했느냐? 내가 하나님 다음이라고?”

…….”

너는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아느냐?”

…….”

나는 하나님과 동갑이니라.”

?! 하나님과 동갑이라고요?”

왜 놀라느냐? 나는 하나님을 방해하기 위하여 태초부터 있느니라.”

농담이 심하십니다.”

농담이라니? 하나님도 나를 가장 귀찮아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느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고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지만 나는 사람을 그 반대로 악하게 만드는 일을 하느니라. 내가 없으면 사람이 모두 동물과 어울리고 동물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람을 놓아주지 않고 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은 악독한 짓을 하는 것이니라.”

파파, 그건 너무 하십니다.”

넌 아무것도 모르느니라. 내가 사람을 세상에서 싹 쓸어버리려는 것은 바로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을 위험에서 건지려는 것이니라. 그래도 내 말을 못 알아듣겠느냐? 이 풍뎅이가 세상에 나가서 하는 일이 바로 내 뜻이니라.”

파파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연하지 너 같은 벌레 하늘소가 어찌 내 깊은 속을 알겠느냐, 호호호호 아이 재미있어. 호호호호.”

그 사이에 풍뎅이가 한 잠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 동안 세상은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마귀할멈이 풍뎅이한테 명했습니다.

그만큼 쉬었으니 다시 나가 보아라. 세상은 많이 변했을 것이니라.”

풍뎅이는 마귀할멈 앞에서 발랑 자빠져 날개를 밀어올리며 통통통 뛰었습니다. 그 순간 또 멋진 신사가 되었습니다.

풍뎅이 신사는 세상으로 내려가 초등학교로 갔습니다.

12. 텅텅 빈 초등학교

풍뎅이신사는 반짝거리는 외투를 휘날리며 도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도로에는 어쩌다 어른들만 보일 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때 마침 할머니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 동네에 오래 사셨나요?”

그렇소만 댁은 뉘시오?”

지나가는 사람입니다만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요새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오.”

?”

나같이 늙은이나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산속의 절로 가고 성당으로 가고 나오지 않으니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오.”

여기서 가장 큰 초등학교는 어디 있나요?”

초등학교라는 말이 사라진 지도 삼십 년이 넘었는데 학교가 어디 있겠소.”

그래도 학교 구경이 하고 싶습니다. 거기는 아이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댁은 어디서 왔기에 옛날 말만 하시오? 정히 보고 싶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라 오시오.”

노인이 굽은 허리를 꾸벅거리며 앞장서 걸었습니다. 초등학교가 있다는 곳에 이르러 말했습니다.

여기가 초등학교 터라오.”

아이들은 하나도 없습니까?”

아이들이라니요. 이 도시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마흔 살이 다 넘었다오. 댁은 한창 젊어 보이는데 몇 살이시오?”

부끄럽습니다.”

부끄럽다니 나이 하나 대답하는데 무슨 대답이 그렇소? 그런데 댁은 남자요? 여자요?”

남자도 여자도 아닙니다.”

그런 대답이 어디 있소? 내 보기에는 여자로 보이는데 차림이 별나게 생겨서 남잔지 여잔지 물어본 것이오.”

학교 운동장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교실은 모두 비어 있는 듯 유리창이 깨어지고 지붕이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습니다.

할머니, 학교를 이렇게 내버려 두어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습니까?”

학생이 없는데 누가 학교라고 들여다보기나 하겠소.”

왜 학생들이 하나도 없나요?”

참 답답한 소리도 다 하시오. 수십 년 전부터 온 나라가 동성애 바람이 불어서 남자는 남자끼리 살고 여자는 여자끼리 시시덕거리고 살아 왔으니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아 사람 씨가 말라가고 있다오.”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요?”

나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잘난 사람들과 정치하는 사람들이 동성혼인 법인가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여 온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오. 지금은 사람 씨가 말라가고 있다오. 절에 가면 거기도 늙은이들만 들끓고 성당에 가 보면 거기도 늙은이들로 자식을 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살고 있다오.”

할머니도 자식이 없으신가요?”

없지. 젊어서 내가 사랑한 애는 참 예뻤는데 늙어서 걔가 먼저 가고 나만 남아 동네로 내려와 혼자 산다오.”

왜 할머니는 결혼을 안 하셨나요?”

동성애 바람이 염병처럼 돌아서 시집을 가려도 남자가 모두 싫다고 하고 결국은 여자들만 좋다고 달라붙어 어쩔수 없이 여자끼리 살다가 애 하나 없이 이 꼴이 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오.”

남자하고 결혼하지 않고 여자끼리만 산 것을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남자가 싫다고 해도 잡고 결혼을 했어야 하는데……. 이제 우리 늙은이들이 죽고 사십대들이 다 죽고 나면 세상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어질 것이라오. 그런데 댁은 도대체 누구신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그리도 모르시오?”

저는 먼 나라에 살다 왔습니다. 할머니는 동성혼을 하신 뒤에 행복하게 사셨습니까?”

그렇게 물으니 부끄럽네, 호호호. 젊어서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할머니는 이가 따 빠져서 뻥 뚫린 입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13. 병자로 넘치는 세상

사람은 늙으면 다 죽는 건데 너무 오래 사는 사람이 불행한 걸 나는 요새 깨닫고 있다오.”

장수는 복 가운데 가장 큰 복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젊어서는 늙지 않을 것처럼 순간을 즐겼지만 남이 늙어가는 세월을 나만 피해 가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지금서야 실감한다오. 나는 한때 치과의사를 했고 내 짝은 간호사를 하면서 재미있게 살았는데……. 남의 이빨 빠진 것을 보면서 내 이빨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지만 지금 이 모양으로 이가 하나도 없이 세월을 따라 떠났구려, 호호호호.”

여자끼리 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까?”

왜 없소, 있다오. 자식이 있어야 낙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인데 우리끼리만 좋다고 여자끼리 살다 보니 인생으로 태어나 무얼 했나 후회가 된다오.”

동성혼 제도가 계속 유지될까요?”

호호호호, 무엇들이 있어야 동성애고 동성혼을 하지. 이제 세상은 늙은이들과 애를 낳을 수 없는 동성 부부만 살고 있는데 무슨 소망이 있겠소? 법도 죽은 법이지.”

동성혼이 가져온 비극인 것 같습니다.”

비극이다 말다. 내가 아는 남자 의사 부부는 처음에는 좋아서 여자들은 다 싫다고 날뛰더니 어느 날부터 병원이 환자로 넘치는데 의사도 고칠 수 없는 병이 걸렸지 뭔가. 호호호호. 천벌을 받은 사람들 꼴이었지. 나는 다행히 그런 병은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게 무슨 병입니까?”

성병이라는 것이오. 전문용어로 에이즈라는 것인데 남자과 남자만 살고 여자와 여자만 살다 보니 괴상한 병이 생겨서 의사 부부 남자도 그 병에 걸려 자기들도 못 고치는데 그런 환자가 몰려드니 웃기는 일 아니겠소? 호호호호.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지.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성한 사람이 없다오. 온통 세상이 그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지만 약도 없고 의사도 없다오. 이것이 천벌 받은 세상 모양이 아니고 뭐겠소. 천벌 받을 세상을 만든 잘난 사람들과 정치가들이 원망스럽소.”

그 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입니까?”

그렇다오. 댁은 누구하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당신도 그런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오. 이렇게 한심한 세상을 살고 있자니 내가 오늘 죽어도 장사 치러 줄 사람이 없어 슬프다오.”

풍뎅이 신사는 자리를 떴습니다.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저는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오래 오래 살라는 저주는 하지 마오. 돌아가거든 짝을 버리고 차라리 혼자 사시오. 아니면 맞는 여자를 만나거든 정상적인 결혼을 하고 아들 딸 낳고 사시오.”

예 잘 알겠습니다.”

그 길로 풍뎅이 신사는 마귀할멈이 있는 마귀굴로 돌아왔습니다. 마귀할멈이 기다리고 있다가 돌아온 풍뎅이를 보고 반겼습니다.

어서 오너라. 수고 많았다. 세상은 어떻더냐?”

파파, 세상은 파파가 주신 약 몇 알이 사람들을 모두 병들게 했습니다.”

호호호호, 바로 그거다. 야아호! 성공이야 성공! 내가 준 알 약은 한 알이면 지구를 다 뒤덮을 수 있는 원자폭탄보다 강한 독약이니라. 네가 만난 사람들은 어떠하더냐?”

사람들이 모두 동성혼을 하여 자식도 낳지 못하고 에이즈라는 병이 들어 환자로 뒤덮였습니다. 학교를 가 보아도 아이들은 없고 건물이 모두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아아! 속 시원한 소리를 듣겠구나. 바로 그거다. 세상의 잘란 사람과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한테 그 약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어. 세상을 쓸어버리자면 못나 빠진 민초들을 건드릴 필요가 없어. 정치 지도자들 머리만 돌려놓으면 그것들이 법을 만들어 동성혼을 합법이라고 하여 내가 꿈꾸는 사람 씨를 지구에서 말리는 작전에 공을 세우는 것이다. 호호호호,”

마귀할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하나님. 잘 보고 계시오? 내가 하는 짓은 당신도 못 말려. 당신이 만든 사람들이 이제 씨가 마르고 있어. 호호호호.”

마귀할멈은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풍뎅이한테 차려주고 말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썩은 고기로 음식을 만들었다. 실컷 먹고 한 숨 자거라.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난 지구를 돌아보고 오너라. 구십이 넘은 동성혼 주장자들 가운데 장수한 늙은이들이 사는 모양을 볼 수 있을 게다. 빨리 자고 일어나 다시 나갔다 오너라.”

풍뎅이는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이십 년을 자고 일어나 세상으로 나갔습니다.

14. 절간에 사는 두 남녀

신사로 변한 풍뎅이신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도시와 농촌이 모두 풀밭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동성애 약이 염병보다 무서운 약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며 높은 언덕에 보이는 절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사람이 사는 듯 풀이 베어져 있고 절간 둘레에 길이 나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카랑카랑한 노인네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게 누구요?”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보니 하얀 머리가 치렁치렁한 할아버지가 서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사세요?”

여기 사니까 여기 있지. 넌 누구냐?”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놈아, 그건 나도 안다. 네가 사람이냐 짐승이냐?”

사람입니다.”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이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영감, 거기서 뭘 하시우? 혼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사람 같은 것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오. 할멈도 와 보시구려.”

역시 머리가 눈같이 하얗고 주름살에 가린 얼굴은 백옥같은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게 있는 게 사람이 맞소?”

풍뎅이는 태연히 대답했습니다.

, 사람입니다.”

사람이 맞구먼. 사람 말을 하는 소리 오랜 만에 들어 보네, 호호호호.”

할아버지가 명령하듯 말했습니다.

네가 사람이라고 했으니 올라와 보거라.”

풍뎅이신사는 긴 장옷을 질질 끌며 올라갔습니다. 노인들이 사는 절간은 말끔하게 청소도 되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무뚝뚝한 소리로 물었습니다.

넌 어디서 왔느냐?”

멀리서 왔습니다.”

멀리 어디냐? 넌 남자냐 여자냐?”

사람입니다.”

이놈이 대답도 이상하게 하는구나. 넌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머니하고 같이 살아 계십니까?”

이놈이 별 걸 다 묻는구나. 세상을 돌아다니며 몇 사람이나 만나 보았느냐?”

할아버지 할머니가 처음입니다.”

넌 몇 살이냐?”

보시는 대로 아직 젊습니다. 할아버지는 올해 몇 살이십니까?”

늙은이 보고 몇 살이냐고? 이런 배워먹지 못한 놈. 어른한테는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하든지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해야 하느니라.”

죄송합니다. 금년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난 백 열 살이고 저 할멈은 백 다섯 살이다.”

두 분은 결혼을 하셨습니까?”

젊어서는 제 각각 동성혼을 하고 살다가 나는 남자 마누라가 죽고 저 할멈은 여자 남편이 죽어서 혼자 살다가 이리저리 돌아다 여기서 만났다.”

그래서 결혼을 하시었군요?”

이놈아, 백 살이 넘은 늙은 것들이 무슨 결혼이냐? 결혼을 하면 애도 낳아야 하는데 이제는 다 늙어빠져서 애도 못 낳고 누가 오래 살고 먼저 죽나 나이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할아버지도 동성혼이 좋아서 하시었습니까?”

난 반대였다.”

그런데 왜?”

혼자 반대하면 뭘 하겠느냐? 여자들이 모두 자기들끼리 짝이 되어 살고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으니 어떻게 하겠느냐. 할 수 없이 혼자 살 수는 없고 아무 놈이나 만나서 살았는데 그게 살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맘에도 안 드는 남자끼리 여자 장가를 못 가고 억지로 만나 살자니 그게 사람이 할 짓이겠느냐?”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어떻게 사시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얘기해 주마, 넌 어디서든 여자를 찾아서 결혼해라. 동성끼리 사는 건 비극이다. 저 할멈 이야기부터 들어 보고 내 이야기도 듣거라.”

풍뎅이 신사가 할머니한테 눈길을 돌렸습니다.

할머니, 이야기 좀 해 주실래요?”

못 해 줄 것도 없지. 내 이야기 들어볼래?”

15. 황홀한 동성혼이 안겨준 선물

할머니는 늙어서 얼굴이 주름살에 갇혀 있었지만 곱고 예쁜 모습은 남아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말씨도 얌전했습니다.

내가 스무 살 때는 사람들이 장미보다 예쁘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이 꼴이라오. 그때는 세상에 차별금지법이라는 것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고 동성혼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압도적일 때 나는 스물다섯 미인 언니를 만났다오. 난 키가 172센티로 큰 편이었는데 그 언니는 나보다 3센티가 더 큰 175센티의 빼어난 미인이었다오. 언니는 얼마나 예뻤는지 남자들이 감히 접근을 못했는데 그런 언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접근해 왔을 때 나는 황홀하여 꿈을 꾸는 줄 알았다오. 호호호호.”

그래서 동성혼을 하셨던가 보지요?”

그렇다우.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언니를 남편으로 사랑하고 모시고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나한테는 꽃밭을 나는 나비보다 행복했다오.”

그렇게 행복하셨습니까?”

내가 마흔 아홉일 때까지는 언니가 얼마나 사랑해 주었는지 모른다오. 그런데 쉰이 넘은 언니가 어느 날부터인지 변하기 시작했다오. 밤에는 다른 방에 가서 자라고 밀어내고 옷을 빨아 주어도 때가 덜 빠졌다고 옷을 박박 찢기도 하고 밥상을 차려 주어도 전에는 고맙다는 말을 반찬 수보다 많이 하더니 그 말도 바뀌어 음식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는 등 트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오. 그런데 언니만 그런 게 아니었다우.”

누가 또 있습니까?”

누가 있긴, 한 아파트에서 둘만 사는데 누가 있겠수. 나도 언니가 싫어지기 시작했다오. 멋지게 커 보이던 다리가 뱀 허리처럼 징글맞게 길어 보이고 큰 눈이 도깨비같이 보이고 잘 때 이를 갈고 자는 것도 싫고 알 수 없는 누린 냄새도 나고……. 그게 싫었지만 차마 그 말을 못하고 참고 사는 나였는데 별별 트집을 잡고 나를 미워하는 기색을 보이니 난들 어쩌겠소. 그렇게 서로 각방을 쓰고 직장에 나갈 때 떨어져 있으니 둘이 산다는 게 지옥이었다오.”

아들딸은 없었나요?”

호호호, 맹추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여자끼리 살면서 무슨 아이가 생기겠어요. 차라리 아이라도 있었으면 우리는 서로 갈등하지 않았을 텐데…….”

동성혼을 후회하시는 건가요?”

내가 좋아서 한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소.”

그래서 두 분은 헤어지셨군요.”

헤어질 수도 없지. 부부관계인데 어찌 함부로 헤어지겠소.”

그럼 그 멋진 미인 어디 가셨나요?”

어딜 가다니, 내가 아흔 살 때 그는 아흔 세 살로 죽었다오.”

섭섭하셨겠습니다.”

시원섭섭했지. 서로 마음 문을 닫고 아내가 할 몫을 다 하면서 살 때는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원망스러웠는데 죽고 나서는 시원한 것 같았으나 그 죽음이 가져다주는 저주는 몸서리가 쳐지도록 무서웠소.”

무서우셨다니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이웃집들도 마찬가지로 동성혼을 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는 정말 삭막했다오. 옆집에서 누가 죽어도 모르고 이사를 가도 모르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식도 없는 우리나 이웃이 모두 천국에 살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꼴이었다오. 둘이 살다 죽으니 누가 와서 돌봐 주겠소. 추하고 기가 막힌 모습을 본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저주스럽다오.”

그렇게 서로 좋아서 한 동성혼을 하셨는데…….”

젊어서는 정말 좋았지. 황홀했어. 사내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거추장스럽게 생각될 정도였고 여성 천하이기를 바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어.”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마지막 말을 했습니다.

젊은이, 죽은 사람을 곁에 두고 산다고 생각해 보시었나?”

죽은 사람이야 장례 치르면 되잖습니까?”

모르는 소리. 이 세상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다 구십이 넘었는데 누가 어디다 장사를 지내주겠소.”

그런가요?”

백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죽으면 자손이 모이고 이웃이 모여서 정중하게 장례를 치러주었지만 지금은 틀렸소. 이웃집 부부가 죽어도 들여다볼 수가 없었소.”

왜요?”

그 사람들도 장사를 치르지 못하여 죽은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데 그 집에서 나는 냄새가 역겨워서 아는 체도 하기 싫었는데 내가 바로 그 꼴로 살았다오.”

기가 차군요.”

들어볼라나? 내가 남편 이상으로 모시고 살던 꽃보다 아름답던 언니가 죽었는데 나 혼자는 장사를 지낼 수도 없고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지. 어쩌나 명이 길어서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 늙어서 제 몸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처지라 언니를 언니 방에 두고 살면서 변해가는 시체를 보아야 했지.”

할머니는 또 한숨을 쉬고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예쁘면 무엇 하나. 그렇게 빼어난 미모의 언니는……. 아아, 생각하기도 싫어……. 그렇지만 젊은이를 만났으니 다 할 수밖에 없지. 우리를 닮지 말라고 하기 위해서 말이야.”

마음이 괴로우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야 들어야 해. 꼭 들어야 해.”

할머니는 결심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16. 외로움 속에 만난 여자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히는 건 영광이야.”

그게 무슨 영광입니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언니를 모시고 살았어. 우리는 밤에도 낮에도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지. 언니는 얼마나 예뻤는지 같은 여자끼리도 마주보고 있으면 질투가 날 만큼 황홀했으니까. 그런 언니가 어느 날부터인가 나를 무시하고 하녀처럼 부려 먹다가 내 앞에서 죽은 건 비극이었어. 나는 죽은 언니의 고운 얼굴을 들여다보고 쓰다듬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랬군요.”

한때는 사랑했고 한때는 원망하고 미워도 했지만 막상 죽으니 불쌍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내가 사랑했던 마음만 남고 미워한 것이 후회스럽더군.”

할머니는 먼 옛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쁘던 언니가 죽고 한 달도 못 되었을 때 그 곱던 언니는 새까맣게 변했고 반년이 되었을 때는 전신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몸에서 물이 줄줄 나오더군. 빠져나온 썩은 물이 바닥에 흥건하더니 그것도 다 날아가고 몇 년이 지나자 옷도 걸레쪼가리가 되어 흩어져 바람에 날아가고 몸뚱이는 장작처럼 바싹 말랐지. 그 앙상한 시체 위로 또 세월이 지나가면서 살갗까지 벗겨가고 뼈대만 나무 등걸처럼 남더군. 뻥 뚫린 눈자위와 콧구멍 자리, 몇 개 남은 이빨이 튀어 나온 턱뼈, 무너질 듯 마주 받친 갈비뼈, 풍요롭게 빛나고 아름답던 가슴은 간 곳 없고, 등뼈에 붙은 두 다리와 물러난 정강이뼈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진 아래로 오르르 굴러 떨어진 발가락뼈들…….”

할머니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말을 마쳤습니다.

그 빛나고 아름답던 언니가 이 꼴이 되어 있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살 수가 없었어. 나는 집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 죽으리라고 이 절이 있는 골짜기로 무작정 걸어 들었지.”

이때 곁에서 듣고만 있던 할아버지가 한 마디 했습니다.

나도 이 절에 와서 죽으리라고 올라와 있는데 어느 날 할매 하나가 나타난 게야, 하하하.”

풍뎅이신사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갑자기 웃으십니까?”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은 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산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아닌가. 사람만 봐도 반가운데 여자를 보니 더 반갑더군 하하하.”

그 동안의 할머니 이야기는 끝나도 할아버지 차례가 되었습니다.

젊은이 들어보려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저 할매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살다가 온 줄은 오늘 처음 들은 것이라 나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하고 싶어졌네. 나한테 저 할매는 천사여 하하하.”

할머니가 부끄러운 얼굴로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무슨 천사요 할배.”

사람이 죽을 결심을 하고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고독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니더군, 그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은 아무도 모를게야. 그런데 말동무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쁜가. 하하하하.”

할아버지는 말끝마다 웃었습니다.

저 할매가 나타나기에 내가 달려가 부추겨 데리고 이리로 왔지. 생전에 여자라는 걸 안아본 일이 없는 나였는데 사람이라는 것만도 반가운데 여자라는 것이 더 기쁘던걸 하하하.”

할아버지도 자기가 절간까지 오기 전에 동성혼을 하고 살았던 과거를 털어놓았습니다.

17. 하나님이 마귀와 동업을……?

세상에는 유행이 전염병처럼 돌아다니는데 그 병이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나라를 망쳐놓았고 나도 이 할멈도 유행병의 희생자들이지. 젊은이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여 그리 젊소? 그 지독한 메시아촌에서 빠져나오기라도 하셨소?”

? 메시아촌이 뭡니까?”

모르는 모양인데 더 묻지는 마시게.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저물었는데 우리와 함께 밤을 보내겠소?”

아닙니다. 집으로 갔다가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게.”

고맙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헌데, 집은 어디신가?”

여기서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자리를 떠난 풍뎅이신사는 노인이 안 보이는 곳까지 가서 제자리 뛰기를 퉁퉁하고 뱅그르르 돌아 풍뎅이가 되어 활활 날아 마귀할멈이 있는 동굴로 돌아왔습니다.

마귀할멈은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어 간다고 좋아서 온 종일 콧노래를 부르다가 풍뎅이가 돌아오자 반겼습니다.

어서 오너라. 그래 뭘 보고 왔느냐?”

세상에 사람 씨가 거의 다 말라가고 있습니다.”

호호호, 암 그래야지. 세상은 내 계획대로 되고 있는 거야. 하나님도 이번만은 내 계획에 동의하셨으니까.”

하나님이 동의하시다니요?”

세상이 악하다고 하시면서 그렇지 않아도 벌을 내리고 싶었는데 내가 앞장서서 잘했다는 것이지. 호호호.”

세상이 악한 것은 그렇더라도 동성애 약을 쓴 것은 할머니가 한 일이잖습니까. 할머니는 세상에 악을 하나 더 하신 것입니다.”

이놈아, 내가 한 것은 하나님이 하시고 싶은 일을 도와드렸다는 걸 모른단 말이냐?”

하나님이 마귀와 동업을……?”

마귀할멈이 화난 소리로 풍뎅이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뭐야? 뭐라고 했느냐, 내가 마귀라고?”

하나님을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마귀밖에 없고 마귀가 하는 일은 하나님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짓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호호호 세상에서 하나님을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마귀밖에 없다고? 네 놈이 바로 알고 있었구나, 내가 바로 하나님과 동갑내기 마귀할멈이다 호호호.”

할머니는 하나님 앞에서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뭐라고? 내가 죄를 이었다고?”

하나님이 지은 사람을 모조리 씨를 말렸으니 죄가 아닙니까?”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 별 소리를 다 지껄이는구나. 네가 진짜 사람이었다면 당장에 죽여 버리고 싶지만 넌 풍뎅이, 내가 부리는 풍뎅이신사 노릇을 하는 벌레라 용서한다. 그만 자빠져 자고 십년 뒤에 일어나 세상으로 다시 나가 보아라.”

마귀할멈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풍뎅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났습니다. 지켜보던 마귀할멈이 명령했습니다.

십년이 지났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을 게다. 다시 나가 보고 오너라.”

풍뎅이는 발랑 자빠져 뱅그르르 돌다가 굴 밖으로 나갔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 할아버지가 사는 절간으로 갔습니다. 절간 근처 숲속에 내린 풍뎅이는 퉁퉁하고 뛰어 말끔한 신사로 변했습니다.

절간 앞에 이르자 할아버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신사 양반 약속대로 왔구먼! 하하하.”

두 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그동안 신수가 변함없으신 걸 보니 평안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제 바짝 늙어서 십년 세월이 가도 더 늙을 것도 없고 마를 것도 없으니 그 모양 그대로 있다네. 올해 내가 백이십오 세이고 저 할매는 백이십 세이니 장수한 게 아닌가. 죽지 않고 살았지만 우리는 서로 먼저 죽고 싶어 하지만 죽어지지도 않는구먼, 하하하.”

왜 먼저 죽기를 바랍니까. 더 오래 사셔야지요.”

모르는 소리 마. 사람은 죽으면 땅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 땅바닥에서 굴러다니는 해골은 참 보기 싫단 말이야. 저 할매가 먼저 죽으면 내가 얼마나 고독해지고 보기 싫은 꼴을 보아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할아버지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동성혼이라는 것이 유행하고 나서 나 같은 사람은 마땅한 짝을 구하지 못하여 떠돌이 생활을 했다네. 그러다가 나처럼 짝 없이 굴러다니던 한 사내를 만났지……. 하하하.”

그것이 무엇이 그리 우습습니까?”

외롭게 지내던 사내들이 만난 사이가 아닌가. 하하하.”

옆에서 할머니가 꾸짖듯 말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두 남자가 만났으니 볼만하겠소.”

하하하 볼만하고말고. 서로 나이를 묻고 키가 누가 큰가 재보고 그러다가 내가 남편이 되고 그 사내가 아내가 되기로 했는데 하하하하.”

18. 동성애가 주는 비극

왜 자꾸 웃으십니까?”

하하하,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마지못해 억지로 만났으니 밥은 어떡하고 빨래는 어떡했을 것 같소. 내가 남편이니까 돈을 벌어올 테니 네가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살림 맡아서 해라 했더니 싫다는 거야, 하하하.”

그 분이 아내 노릇을 하겠다고 했으면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물론이지. 그러니까 내가 남편 구실을 제대로 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 사내가 반대를 하고 자기가 돈을 벌어올 테니 나 보고 살림을 하라고 하지 않겠나. 그래서 둘이 싸움을 하다가 헤어지기로 했지, 하하하.”

할머니도 웃으며 한 마디 했습니다.

호호호, 사내들끼리 참 재미있었겠는데 만나자마자 헤어지다니 우습지, 호호호.”

한 번 만났다가 헤어진다고 그렇게 빨리 떨어지겠나. 그 사내가 집을 나간다고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 사과를 하더군. 그래서 받아주었는데 빨래는 내가 하라는 거야 하하하.”

할아버지는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한마디 하고 하하하.

내가 그랬지, ‘이놈아 네가 마누라 노릇 하기로 했으니 빨래도 네가 해아지했더니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또 나가겠다고 지껄이기에 나가서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지. 그랬더니 정말 나가더군, 그리고 어디론가 돌아다니다 와서 빨래도 하겠다는 거야. 하하하.”

할머니가 한 마디 끼어들었습니다.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자끼리도 그랬구려, 호호호. 나도 언니하고 그 비슷한 말싸움도 했는데……. 밥하고 빨래하기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지. 옛날 남자들은 여자를 맘대로 부려먹으면서 팔자가 늘어졌던 거예요.”

할아버지가 대답하듯 말했습니다.

그래서 동성혼이 생긴 거 아니겠소? 백 년 전만 해도 남자들 앞에서 여자들은 종처럼 지냈다던데 우리 때 여자들은 남자 뒷바라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편히 지낸 것 같소이다. 안 그렇소? 할멈, 하하하.”

풍뎅이신사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끼리 그렇게 얼마나 지내셨습니까?”

둘이 날마다 싸우다시피 하면서 그럭저럭 구십 년을 살다가 그 친구는 아흔 다섯에 가고 나는 백열 살에 저 할멈을 만나서 올해 스무 다섯 해를 살고 있지만……. 하하하.”

왜 또 웃으십니까?”

남자가 여를 만나고 여자는 남자를 만나서 살아야 하는 건데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났어. 그래서 내가 남잔지 여잔지 모르고 저 할멈도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다나 말이야. 다 늙어빠진 남자 여자가 만나 뭘해. 하하하.”

이 지구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지막 남은 사람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알 수가 없지, 백 삼심 살이 된 사람이 살고 있으면 우리가 그 다음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나나 저 할멈이 죽고 나면 세상에는 사람 씨가 마르는 것인지도 모르지, 이미 우리도 사람 씨가 마른 상태로 사니까, 하하하.”

할머니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 씨가 완전히 마를지 안 마를지는 모르는 일이에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풍뎅이가 묻는 말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세상에 사람 씨가 다 마르기는 어려운 법이에요. 내가 살던 고향 깊은 산중에는 메시아촌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정 몇이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할아버지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아직도 그런 데가 있단 말이오?”

19. 미친 웃음

있어요. 거기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해요. 메시아촌은 돌아가면서 성을 높이 쌓고 철조망을 쳐 놓아서 아무도 못 들어가지만 누구도 나오지 못해요.”

허허, 별난 곳이 다 있구먼.”

풍뎅이가 물었습니다.

거기가 어딥니까?”

알아서 뭘 하겠나. 날아서 들어가지 못한다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풍뎅이는 속으로 히히히, 이 분들이 내가 날아다니는 풍뎅이라는 걸 알면 놀라 까무러칠걸.’ 하고 웃다가 말했습니다.

할머니, 확실히 보셨습니까? 못 들어가더라도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할머니는 멀리 보이는 늪은 산을 가리켰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산 너머 큰 산 세 개를 넘으면 거기 그런 마을이 있어. 젊은이는 찾아가서 장가 한번 제대로 들어 보지. 호호호.”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여자하고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려면 장가를 들어도 좋겠지만 동성으로 결혼은 하지 말게. 동성끼리 결혼한 꼴이 이 꼴 아닌가. 여자끼리 사는 것도 불행하지만 남자끼리 사는 건 더 못할 노릇이지, 하하하.”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영감은 아무 말이나 하고 하하거리는 게 더 우스워요.”

할아버지가 받았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직 남았소. 하하하. 그러니까 내가 싸움질을 해가며 살던 그 남자마누라 말이오. 그것이 죽었을 때 보기 싫어서 산비탈 아무데나 굴려 놓았지 않았겠소. 그런데 인정이라는 것이 다 그런 거지만 살았을 때 그렇게 밉기도 하고 징글맞아서 싸움질을 날마다 했지만 죽어 자빠진 것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듭디다. 하하하.”

또 하하하예요?”

웃어야지 울겠소. 그래서 며칠을 밖에다 버렸다가 땅에라도 묻어주고 싶어서 삽을 들고 가 보았지, 하하하.”

풍뎅이신사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자꾸 웃으시면 품위만 떨어져요. 웃지만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웃지 말라니 웃지 말아야지, 암암, 하하하, 기가 막혀서……. 며칠 전만 해도 나하고 싸움질을 하던 그 사람이 앙상한 뼈다귀만 남아 있지 않겠소. 며칠 사이에 산짐승들이 와서 살은 다 뜯어먹고 앙상한 뼈다귀만 남았는데 그 틈으로 구더기가 파고들어 우글거리지 않겠소. 하하하 기가 막혀서, 화를 내고 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껄껄거리고 웃기도 하던 입은 산바람만 휘휘 불어드는 뻥 뚫린 구멍이 되어 있고 눈구멍, 콧구멍이 모두 뻥뻥, 하하하.”

기박힌 것을 보고도 미친 영감처럼 왜 하하거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다는 게요?”

뼈다귀만 남은 것을 묻어 주면 뭘 하겠나. 버려두고 멍하니 서서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자식 없이 죽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가를 절감했소. 그 꼴이 바로 내가 죽으면 당할 꼴이 아닌가 말이오, 하하하.”

영감님은 오래오래 사시우. 나는 영감 죽은 꼴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호호호.”

하하하, 내가 먼저 죽어야지, 할멈 죽은 꼴 안 보지, 하하하.”

할머니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이 꼴이 되는 것을 모르고 한때는 유행 따라 좋다고 언니만 사랑했던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영감도 한심하시오.”

동성애, 동성혼이 젊어서는 꿀같이 달콤한지 모르지만 열매 없는 나무 같은 것이오. 죽을 때 거두어 줄 자식 하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가. 하하하. 그 때는 다들 미쳤었지. 사람 씨가 다 마르는 줄도 모르고 동성애 법까지 만들어 놓고 지도자들이 시시덕거렸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하하하. 미친놈이 따로 있나 그게 좋다고 손뼉 친 나도 미친 짓이었지. 후회한들 소용없는 것 차라리 웃고 말아야지. 무슨 말을 더하겠나, 하하하.”

 

 

 

 

 

 

 

 

 

 

 

 

 

지독한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라

 

 

 

치과의사

성병의사

남은 남녀의 만남

이상한 사람들 크리스천

 

 

비구(출가한 남자 중) 비구니(출가한 여자 중), 우바새(재가의 남자신도), 우바이(재가의 여자 신도) 등의 네 구성원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근본 불교에서는 비구가 승가의 중심이지만 후일에는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불교 승가의 네 기둥이 되었습니다.

“”

 

여자들은 절로 모이고

남자들은 성당으로 모이고

별난 사람들은 빈 교회를 지키고

 

 

 

딱지날개(굳은날개)에 작은 점무늬가 이루는 세로줄이 있고, 그 사이는 판판하지만 때로는 가로로 주름무늬가 있다. 앞가슴배판에는 다리의 밑마디 사이로 뻗은 넓적한 돌기가 있다. 암컷은 오전부터 풀 가지에 앉아 페로몬을 분비해 수컷을 유인하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데, 알은 식물뿌리 근처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어른벌레가 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12년이다.

애벌레로 겨울나기를 하며, 땅 속에서 식물의 뿌리를 먹으면서 자란다. 번데기는 5월 경에 이루어 지며 30일 후 어른벌레가 되어 나온다. 야간에 불빛에 반응하여 날아드는 특성이 있고, 먹이식물로는 장미, 차나무, 감나무, 밤나무, 무궁화, 찔레나무, 해당화, 복사나무, 벚나무, 참나무 등의 활엽수 잎을 먹는다



암컷 성충은 대개 유충이 먹는 식물에 상처를 내어 그 곳에 산란관을 꽂고 1개씩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힘이 센 큰턱 가지므로 단단한 나무껍질이나 나무 속을 갉아먹을 수 있다. 알에서 성충으로 되는 데까지는 몇 년씩 걸리는 것도 있다.

대부분 임업상의 해충이며, 보호색 또는 의태색을 가진다. 성충은 나무껍질을 씹거나 꽃에 모이고, 유충은 산 나무나 죽은 나무, 나무껍질 밑, 풀 줄기 등을 먹는다. 뒷날개는 튼튼하고 커서 날기에 적합하나 나무 위에 정지해 있는 습성이 있으므로 채집하기가 쉽다. 대부분 앞가슴과 가운뎃가슴을 마찰시켜 마찰음을 내는 습성이 있다.

전세계에 약 25000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목하늘소아과·검정하늘소아과·깔따구하늘소아과·꽃하늘소아과·하늘소아과·넓적하늘소아과의 6아과 154302종이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장수하늘소는 동물지리학상의 자료로서 귀중하며 절멸의 위기에 놓여 있어 19681120일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문학방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두교회  (0) 2016.10.12
유나코별애서 온 아이  (0) 2016.07.21
안데르센과의 대화  (0) 2016.05.30
종달새와 뻐꾸기  (0) 2016.04.23
할아버지 미워  (0)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