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여우 손님
사나운 호랑이 부부가 굴속에서 서로 안고 뒹굴며 간지럼을 태우고 어흥어흥, 호호호 흐흐흐 웃으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누가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안에 주인님 계십니까?”
암호랑이가 내다보고 물었습니다.
“누구를 찾으시나요?”
“이웃 산속에 사는 여우입니다.”
“여우라니? 정말 여우가 우리를 찾아왔단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안에서 수호랑이가 굵은 소리로 물었습니다.
“거기 누구신가?”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헤헤헤, 이웃에 사는 여우올습니다.”
“여우가 여기는 웬일로 찾아오셨는가?”
“호호호,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럼 손님으로 오셨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손님이라도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알고 있을 터.”
“네네, 그러합니다.”
“일단 손님으로 왔다니 들어오게. 내가 아무리 아무나 잡아먹고 사는 짐승이지만 손님으로 온 여우까지 잡아먹을 수야 없지. 나도 양심이 있는데 흐흐흐.”
여우가 암호랑이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호랑이 굴은 입구는 좁았지만 안에는 운동장처럼 넓고 좋았습니다. 여우는 자기들이 사는 굴이 얼마나 좁은지를 생각하며 호랑이 부부 앞에 찾아온 사연을 말했습니다.
“호랑이 각하. 절 받으시지요.”
“각하는 무슨 각하, 아부하는 사람들이 붙이는 아양 떠는 소리가 각하가 아닌가.”
“아닙니다. 존경한다는 뜻으로 붙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우는 납작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암호랑이가 깔깔거렸습니다.
“호호호, 살다 보니 여우한테 절을 다 받아보는구려. 각하.”
“허허, 당신까지 나를 각하라고 놀리는 게요?”
“놀리다니요, 당신한테 각하라고 하니 내가 왕비라도 된 느낌입니다.”
호랑이가 눈을 번쩍거리며 암호랑이한테 물었습니다.
“각하라는 말이 재판정에서는 무슨 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여우가 깜짝 놀라 변명했습니다.
“대호 각하, 제가 말씀드린 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굽어 살피시옵소서.”
“네 말투가 점점 내 비위를 상하게 하는구나. 어디서 배운 말씨였더냐?”
“사람들한테 배운 것이옵니다. 사람끼리 높은 분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옵나이다.”
호랑이가 눈을 더 크게 뜨고 호령했습니다.
“이놈! 네가 나를 올려놓고 흔들 생각이면 잡아먹기 전에 돌아가거라.”
“아니옵니다. 앞으로 각하가 하실 일이 많아서…….”
“허허, 이놈이 날 놀리려 드는구나. 내가 할 일이 무엇이 그리 많다는 것이냐?”
“각하가 산중에서는 왕중 왕이십니다. 산 속의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도 각하의 호령 한 마디면 설설 깁니다요.”
“이놈이 아부하는 재주는 본시 뛰어나다고 알고 있었지만 세 치 혓바닥이 저를 사지로 몰아넣는 줄은 모르는구나. 어어흥! 내가 널 잡아먹겠다.”
“각하, 저를 잡아 잡수셔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드리겠습니다.”
“유언이냐?”
“제가 죽으면 유언이 될 것이고 각하가 살려주시면 명언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너 같은 놈을 두고 요런 여우같은 놈이라고 하는 말도 알고 있느냐?”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여우들은 경우 하나는 밝습니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경우에 없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질투하여 그런 소리를 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유언은 무엇이냐?”
“각하는 왕중의 왕이십니다. 사람이나 산속 짐승이나 물고기나 공중의 새까지도 맨손으로 붙으면 아무도 각하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힘이 모자는 대신 꾀가 많아서 무기를 만들어서 그렇지 무기 없는 사람이 각하를 이길 자가 어디 있습니까.”
호랑이가 흐뭇하여 흐흐흐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말은 네 말이 맞다. 사람들이 총질만 하지 않고 일대일로 겨룬다면 모두가 내 밥이지. 흐흐흐.”
“그래서 말씀인데요.”
2. 호랑이 등을 탄 여우
“그래, 말해 보거라.”
“세상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자면 각하가 자비를 베풀어 주셔야 합니다.”
“자비를 베풀라고? 내가 뭐 가진 게 있어야 베풀지 않느냐?”
“그런게 아닙니다. 각하가 어떤 동물이 오든지 밥이라고 생각지 마시고 사랑해 줄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가 고플 때도 말이냐?”
“각하가 사랑을 베풀면 먹을거리는 얼마든지 쌓아 놓고 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냐? 그렇게 먹을거리만 많다면 굳이 나약한 짐승을 잡아먹을 필요도 없을 것이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무슨 동물이든 친구로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느냐?”
“제가 하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밖으로 나가서 저를 등에 태우고 산을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이놈이 나를 놀릴 생각이 아니냐? 네가 나를 각하라고 하면서 등에 타고 다니겠다고? 건방진 놈, 어어흥!”
“그렇게 무서운 눈을 뜨고 소리치시면 모두 달아나고 친구가 되지 않습니다.”
“너를 업고 다니라는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저를 업고 다니면 내가 등에서 호랑이는 내 친구하고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허허, 이놈이 감히!”
“그러시면 안 됩니다. 내가 소리치면 각하는 방둥이를 씰룩씰룩 흔들면서 정말 친구처럼 하시면 됩니다.”
“좋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하다가 나만 우습게 되면 널 잡아먹을 것이다. 알겠느냐?”
“제가 하자는 대로 하고 아무 소득이 없으면 즐겁게 각하의 밥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좋다. 나가 보자.”
호랑이가 밖으로 나와 여우를 등에 업고 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호랑이를 본 노루가 달아나도 늑대로 달아나고 원숭이 고슴도치, 산돼지가 기급을 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숨어서 호랑이가 어디 오나 보았습니다. 노루가 방귀를 뿡뿡 뀌어 가며 달아나다가 돌아보았습니다.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걷고 등에는 여우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노루가 중얼거렸습니다.
“어떤 놈은 팔자가 좋아서 호랑이나 타고 다니는데 난 뭐야? 키기킹킹!”
노루뿐이 아닙니다. 산돼지도 꼬리가 빠지게 달아나다가 숨어서 호랑이가 어디쯤 오는지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아니! 저게 뭐야? 여우 놈이 호랑이 등을 타고 오지 않나? 여우가 여우 짓을 한다더니 바로 저것이로구나, 꿀꿀꿀 꽤액!”
“이번에는 원숭이가 달아나다가 나무 위로 높이 올라가 호랑이가 어디 있나 하고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니! 저게 무슨 꼴이냐. 호랑이가 여우를 업고 돌아다니잖아 끽끽끽!”
크고 작은 동물들이 달아나다가 호랑이가 여우를 업고 다니는 것을 보고 모두 한 마디씩 했습니다.
“별꼴이야, 저 호랑이가 미쳤나. 여우를 업고 다니잖아.”
“꼴좋다. 호랑이가 점심 땟거리를 등에 업고 산책을 하네, 깨깨꺅!”
산짐승만 그런게 아닙니다. 부엉이도 꾸벅거리고 졸다가 동물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자 눈을 뜰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허허, 호랑이가 여우를 잡아먹는 것은 보았지만 여우가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건 처음 본단 부엉 부엉.”
귀가 밝은 호랑이나 여우는 동물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말했습니다.
“여우야,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저것들이 하는 소릴 들었느냐?”
“예, 다 듣고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망신을 당하는데도 참고 널 업고 다니라는 것이냐?”
“각하 조금만 참으십시오. 친구를 얻는데 그리 쉬워집니까?”
“친구라니 내가 저것들을 친구로 삼으란 말이냐?”
“말은 친구지만 각하의 부하들이 될 것입니다. 저것들이 모두 각하의 부하가 되는 날 제가 삼국지의 제갈공명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알았다. 한번 맘먹은 것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해보아 주마, 그래고 아무 소용이 없으면 넌 내 밥이 되는 것이다. 알겠느나?”
“압니다. 각하의 등을 탈 때 이미 그런 각오는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큰 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호랑이가 여우를 내러놓고 코 앞에 대고 눈을 번쩍이며 물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아도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어떡할 작정이냐?”
3. 한번 믿기로 했으니 믿어주마
“아직 몇 바퀴는 더 돌아야 합니다.”
“뭐야? 이놈이 날 가지고 놀자는 거 아니냐? 어흥!”
“지금까지는 제가 각하 등에 타고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았지요?”
“맞다.”
“이번에는 등에 타고 호랑이는 내 친구 하고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뭐라고?”
“내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달라집니다. 그럴 때마다 각하는 방둥이를 씰룩씰룩하며 뒷발질로 그렇다는 시늉을 하십시오.”
“이놈이 별 요상한 짓을 다 하라고 하는구나. 좋다. 이왕에 하자고 했으니 그리 하마. 그러나 네 말에 거짓이 있으면 잡아먹는다.”
호랑이가 산을 두 바퀴째 돌기 시작했습니다. 등에 탄 여우가 큰소리로 외쳐댔습니다.
“호랑이는 내 친구! 내 친구는 호랑이.”
그럴 때마다 호랑이가 방둥이를 씰룩거리고 뒷다리를 높이 들었다 내렸다 했습니다. 그 모습을 여기저기 숨어서 보던 동물들이 낄낄거리고 웃으며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히히히, 저것 좀 봐. 호랑이가 여우를 태우고 고양이 짓을 하네.”
“야! 호랑이가 씰룩씰룩!! 재미있다 히히힝!”
말이 목을 빼고 소리치는가 하면 산돼지도 꿀꿀거리며 심술궂게 흰자위를 껌벅거렸습니다.
호랑이가 뒤에 저만큼 떨어져서 많은 등물들이 숨어숨어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여우는 그 눈치를 채고 더욱 크게 소리쳤습니다.
“호랑이는 내 친구! 내 친구는 호랑이!”
호랑이는 방둥이를 씰룩거리며 산속을 걸었습니다. 그 뒤를 산 속에 있는 동물이 모두 나와서 따랐습니다. 여우가 호랑이한테 말했습니다.
“각하 잠깐 돌아보십시오. 많은 동물들이 우리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냐?”
호랑이는 힐끗 돌아보고 흐뭇해했습니다.
“흐흐흐 날마다 잡으러 다녀도 안 보이던 것들이 줄을 이어 따라오는구나. 오늘 점심은 땟거리가 많으니 잘 먹겠구나.”
“각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기 보아라. 사슴도 있고 토끼도 있고 산돼지, 늑대 모두가 내 밥이 아니냐.”
“각하 저것들은 장차 부하들이 될 것입니다. 잡아먹을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저 먹을 것들이 내 부하라고? 저런 것들을 부하 삼아 무엇에 쓰겠느냐?”
“바로 그 점이 이 제갈공명과 각하가 다른 점입니다.”
“네놈이 무슨 제갈공명이란 말이냐?”
“저는 각하의 책사가 될 것입니다.”
“책사가 무슨 말이냐?”
“지도자가 될 각하의 지혜를 도와줄 책임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냐? 세상에서 힘으로는 나를 당할 자가 없을 만큼 강하지만 꾀는 너만 못한 것을 알고 있다. 으흐흐흐.”
“이렇게 두 바퀴째를 돌고 나면 모든 동물이 줄줄이 따라 나오고 세 바퀴를 돌 때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기적이 뭐냐?”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는 말씀입니다.”
“네 말을 믿어도 되겠느냐? 보잘 것 없는 것들 앞에서 내가 망신이나 당하는 건 아니냐?”
“염려 마십시오.”
“좋다. 내가 한번 믿어 보기로 했으니 네 말대로 해 보마, 어흥!”
4. 돼지가 호랑이를 타겠다고?
호랑이는 정말 여우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의심하면서도 믿어주고 하자는 대로 세 바퀴째 산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줄래줄래 따라오던 동물들이 더 가까이 따라왔습니다. 그 중에 귀여운 토끼가 빨갛고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여우야, 네가 정말 호랑이님 친구냐?”
여우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암, 각하께서는 나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
“각하가 뭐냐?”
“각하란 사람들이 가장 높고 권위 있는 어른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우리 호랑이님이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위엄 있고 힘이 세지 않으냐? 너도 각하라고 불러야 한다.”
토끼가 호랑이 앞에 얼굴을 내밀고 귀여운 소리를 했습니다.
“각하, 저도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호랑이가 아주 착한 실눈으로 토끼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흐흐흐, 먹잇감으로 보지 않으니 귀엽기만 하구나. 너도 타거라.”
“감사합니다, 각하!”
토끼는 깡충 뛰어 여우 앞으로 올랐습니다. 여우가 토끼의 기다란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넌 무슨 귀가 이렇게 기다라냐? 창피하고 귀찮지도 않으냐?”
“여우 형, 나는 귀가 가려울 때 긁을 수가 없어서 불편하지만 아무리 먼 데서 하는 소리도 다 들을 수 있어서 좋아.”
여우가 좋아서 깔깔거렸습니다.
“호호호,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불렀느냐?”
“그래, 형.”
“건방진 놈. 형이라면서 반말이냐?”
“형님 하는 것보다 형형 하는 것이 더 정다워서 그랬어.”
“알았다. 앞으로 말 잘 듣거라.”
이때 원숭이가 다가와 호랑이한테 말했습니다.
“각하, 저도 태워주실래요?”
여우가 듣고 말했습니다.
“사람 닮다가 만 놈이 머리는 제법 쓰는 것 같다.”
“여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네 놈이 각하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걸 보니 사람만큼 영특한 데가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호랑이가 귀를 기울이고 뚜벅뚜벅 걸어가며 말했습니다.
“원숭이도 타거라.”
“각하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원숭이는 호랑이 꼬리를 잡고 날래게 올라 여우 등 뒤에 자리를 잡고 여우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
힘이 좋은 호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돼지도 호랑이를 타고 싶었습니다.
“범님. 나도 타면 안 될까요?”
호랑이가 마뜩치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타겠다고?”
“네.”
“올라 보거라.”
돼지는 굼뜬 몸으로 호랑이 등을 타겠다고 앞발을 추켜들고 매달렸다가 쿵 하고 벌러덩 나가떨어졌습니다. 그 모양을 본 노루가 껑충껑충 뛰면서 웃어댔습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동물들도 하하 호호 재미있다고 웃어댔습니다.
산을 다 돌았을 때 산속의 동물을이 모두 호랑이 등을 타고 싶다고 생각하며 줄줄이 따랐습니다. 호랑이는 자기 굴 앞에 우뚝 멈춰 서서 말했습니다.
“모두들 우리 굴속으로 들어가자.”
노루가 긴 목을 흔들며 늑대한테 속삭였습니다.
“우리를 모두 굴속으로 몰아넣고 잡아먹지는 않겠지?”
의심 많은 늑대도 그런 생각을 하던 터라 다른 동물이 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굴 입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호랑이굴을 구경하지 못한 동물둘이 넓은 굴과 그 안에 웅크리도 있는 커다란 바위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야, 운동장 같다. 저렇게 큰 바위가 굴 안에 있고!”
“부잣집 대청보다 넓고 좋은데 꿀꿀꿀.”
여우가 물었습니다.
“돼지야, 네가 언제 부잣집 대청을 보기나 하고 하는 소리냐?”
“어렸을 때 나는 부잣집에서 반려동물 노릇을 하다가 나보다 예쁜 강아지가 생겨서 날 내쫓아서 지금은 산돼지가 되었단다.”
이때 호랑이가 높은 바위 위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5. 각하 아저씨 마마 아줌마
“동물 제군 내 말을 잘 들어라.”
이때 암 호랑이가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여보 영감, 이렇게 많은 먹잇감을 몰고 왔으니 우리 부자 되었소. 오늘 점심은 어떤 것을 잡아먹어야 좋을까요?”
그 말에 모든 동물들이 벌벌 떨었습니다. 그것을 본 왕호랑이가 암호랑이를 꾸짖었습니다.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너희는 겁먹고 떨지 말라. 아무도 잡아먹힐 염려는 없다. 너희들은 모두 내 집에 온 손님들이다. 손님한테는 대접을 해야 하는 법.”
그러면서 암호랑이한테 명했습니다.
“아침에 먹던 고기를 내오시오. 손님 대접을 해야 하오.”
그러면서 친절하게 다음 말을 했습니다.
“너희 가운데 초식을 하는 동물은 나가서 풀을 마음껏 뜯어 먹고 오거라.”
암호랑이가 또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영감. 풀을 뜯어 먹으라고 풀어주었다가 달아나면 어쩌려고 풀어 주시오?”
왕호랑이가 크게 꾸짖었습니다.
“어찌 그리 예의가 없소?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 손님들이오. 달아날 것 같으면 예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
여우가 나섰습니다.
“각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여기 따라온 형제들은 나가라고 해도 나갈 대상이 없습니다.”
왕호랑이가 크크크 웃고 대답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여기서 나를 버리고 달아날 대상은 없느니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소식을 하는 동물이나 육식을 하는 동물이나 크고 작은 동물을 따지지 않고 서열을 정하여 주겠다. 자기보다 나이가 다섯 살 안에 든 동물한테는 친구로 너나 하고 불러라. 그리고 다섯 살이 넘어 열다섯 살이 된 대상한테는 형이라 하고 그 이상 높은 나이를 가진 대상한테는 어르신이라 하고 그보다 더 높은 늙은 대상한테는 어른님이라고 부르고 먹을거리가 생기면 위로부터 먼저 먹도록 하라. 만약 내 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사정을 두지 않고 잡아먹을 것이다. 알겠느냐?”
“예예, 네네, 네네.”
동물들이 모두 머리를 숙이고 대답했습니다. 왕호랑이가 다시 말했습니다.
“초식을 하는 동물은 나가서 풀을 뜯어먹고 오고 육식동물은 내가 주는 먹이로 배를 채우라. 오늘은 그렇게 보내고 내일부터 우리는 좋은 일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초식동물이 다 나가고 나자 암호랑이가 먹던 음식을 내놓으면서 말했습니다.
“이거 먹고 나가서 더 좋은 먹을거리를 잡아오너라. 알겠느냐?”
여우가 아첨하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마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앞으로는 각하와 마마를 잘 모실 것입니다.”
왕호랑이가 듣고 오금을 박듯 말했습니다.
“여우 녀석은 아첨하는 재주가 뛰어나서 별짓을 다한다마는 이제부터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내 마누라는 아줌마라고 불러라. 호랑이 주제에 각하가 무엇이고 마마가 다 뭐냐. 알겠느냐? 나는 너희들의 아저씨이다.”
여우가 샐샐거리며 대답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마마 아줌마 이렇게 부르면 안 될까요?”
이때 듣고 있던 노루와 사슴과 원숭이가 박수를 짝짝 치면서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각하 아저씨, 마마 아줌마가 좋습니다.”
왕호랑이가 꾸짖었습니다.
“여우 놈이 한수 더 떠서 아부하는구나. 어흥!”
원숭이가 사람처럼 허리를 펴고 늠름하게 말했습니다.
“아저씨라고 하면 권위가 안 서서…….”
암호랑이라 또 말을 가로챘습니다.
“호호호, 여우 말이 맞아요. 이왕이면 마마 아줌마 하고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다들 나한테는 마마 아줌마라고 불러라.”
“좋습니다. 마마 아줌마 날마다 우리를 사랑해 주세요.”
“암, 너희들이 나를 마마라고 부르는데 내가 가만히 있겠느냐? 토끼야 이리와 내 품에 안겨보아라.”
토끼가 깡충 뛰어 암호랑이 품에 안겼습니다. 그것을 본 다람쥐도 팔짝 뛰어 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크고 작은 것들이 암호랑이를 둘러쌌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왕호랑이가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모두 그리로 가니 내가 질투가 난다. 내 품에 안길 생각은 없느냐?”
들소가 가만히 있다가 호랑이 품으로 어슬렁거리고 다가가 안겼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보다 몸집이 커서 호랑이가 안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본 원숭이와 사슴들이 와와 웃어댔습니다.
그러는 동안 호랑이 부부와 동물들은 한 가족처럼 서로 안고 뒹굴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왕호랑이가 말했습니다.
6. 마마 아줌마, 사랑혀유우
“오늘은 각자 나가서 좋은 일을 한 가지씩 하고 와서 말하라. 알겠느냐?”
굴 안의 동물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예, 각하 아저씨.”
왕호랑이가 기가 차다는 듯 웃어댔습니다.
“하하하, 저것들이 나를 놀리는 소리 같구나. 하하하, 그래 내가 너희들 아저씨다.”
다람쥐가 왕호랑이 등으로 홀짝 날아가 타면서 깔깔거렸습니다.
“끼끼끼슈우, 각하 아저씨는 멋져!”
토끼도 날래게 달려가 호랑이 품에 안겼습니다.
“쪼쪼쪼, 각하 아저씨 사랑해요!”
왕호랑이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것을 본 암호랑이가 골이 난 소리로 말했습니다.
“요것들이 나는 안 보이는 모양이지, 꺄아악!”
그 소리에 원숭이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마마 아줌마, 사랑혀유우.”
그러면서 입을 쑥 내밀고 입에다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암호랑이는 그제야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말대로 다들 나가서 좋은 일을 하고 오면 상을 주겠다.”
모든 동물이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습니다.
“야호! 야아호! 마마 아줌마 만세!”
동물들이 모두 굴 밖으로 나와 제각기 좋은 일을 찾아 떠났습니다. 여우는 먼 길을 달려가 사막에서 캥거루를 만났습니다.
“캥거루 아줌마, 내 말 좀 들어 보실래요?”
캥거루가 놀란 눈으로 여우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너 같은 여우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지 않아. 여우 짓을 하는 동안 우리가 속거든.”
“아니야 아줌마, 아주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짧게 말해 봐. 난 길게 말하는 거 질색이니까.”
“저기 사막이 끝나는 들판 끝에 산이 있지요?”
“그래서?”
여우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저 백운산에는 마음씨가 아주 고운 호랑이가 있는데…….”
캥거루는 팔짝 뛰면서 눈을 뱅그르르 굴리고 놀란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야? 호랑이라고? 호호, 호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여우는 사정하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줌마, 정말 착한 호랑이가 살고 있어요. 사람보다 아니, 양보다 순한 호랑이가 살고 있는데요, 우리들이 모두 등에 태워달라고 하면 우리를 태우고 노래도 불러준답니다.”
“무슨 호랑이가 체신 머리 없이 그런다는 거냐? 거짓말을 해도 적당히 해야지, 안 그러냐?”
여우는 믿어주지 않는 캥거루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조상 때부터 여우는 모든 동물들한테 신용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꾹꾹 참고 말했습니다.
“아줌마, 믿을 수 없으면 나를 따라오셔서 보세요. 호랑이가 나를 등에 태우고 다니는 것을 보거든 내 말을 믿어주세요.”
캥거루는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랑이한테 잡혀 먹지나 말아라. 네가 무슨 재주로 호랑이를 타고 다닌단 말이냐?”
“정말이에요. 나를 따라와 멀리서 지켜보아 주세요. 그리고 내 말이 거짓이 아니거든 믿고 나를 따라 오세요.”
“그러다가 너 죽고 나 죽는 거 아니냐?”
“죽어도 제가 먼저 죽을 거예요. 제 말을 믿어주세요.”
“정말 네가 호랑이를 타고 다닐 수 있다 하니 그 꼴이 보고 싶구나.”
“고맙습니다. 캥거루 아줌마.”
그렇게 하여 캥거루는 여우를 멀리 따라가며 호랑이굴 근처로 갔습니다. 여우는 뾰족한 방둥이를 씰룩거리며 호랑이 굴로 들어갔습니다. 캥거루가 놀라 중얼거렸습니다.
“어라, 저게 정말 죽을 줄도 모르고 호랑이굴로 들어가네!”
7. 사람이 버린 아기
여우가 호랑이한테 가서 말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저는 캥거루를 우리 가족으로 데려오고 싶습니다.”
호랑이가 기이하다는 듯 눈알을 뱅뱅 돌리며 물었습니다.
“캥거루? 그것이 우리한테 오겠느냐?”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캥거루가 저쪽 숲속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각하 아저씨가 저를 등에 태우고 굴 앞을 몇 차례 왔다갔다 하면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 말을 믿어도 되겠느냐? 넌 여우 짓을 잘해서 믿을 수가 없어.”
“한번만 더 믿어 주세요.”
왕호랑이가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습니다.
“좋다. 네가 말한 대로 업고 왔다갔다 하여주겠다. 그래도 캥거루가 오지 않으면 너를 잡아먹겠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렇게 하여 왕호랑이가 여우를 업고 굴 밖으로 나와 언덕을 어슬렁거리며 꼬리를 툭툭 쳤습니다. 호랑이 꼬리 힘이 얼마나 센지 여우는 몽둥이로 맞는 맛이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각하 아저씨 한 바퀴만 더 돌아보십시오.”
“벌써 네 바퀴를 돌았는데도 아무 기척이 없지 않으냐?”
“다섯 번만 돌아보십시오.”
멀리 숨어서 지켜보는 캥거루가 중얼거렸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 호랑이가 여우를 잡아먹지 않고 업고 다니다니! 하나님 이런 걸 믿어도 될까요?’
캥거루는 의심을 하면서도 여우가 등에 업힌 채 생글생글 웃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목을 내밀고 여우를 바라보았습니다. 여우가 그것을 보고 앞발을 휘휘 저었습니다.
왕호랑이도 캥거루가 머리를 내민 것을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캥거루가 정말 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흐흐흐.”
“한 바퀴만 더 돌면 캥거루가 다가올 것입니다. 한 바퀴만 더…….”
“이놈이 나를 타고 놀자는 심보가 아닌가. 만일 한 바퀴를 더 돌도록 캥거루가 오지 않으면 널 그냥…….”
이때 캥거루가 팔짝 뛰어 일어서더니 호랑이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여우가 좋아서 소리쳤습니다.
“캥거루야, 고맙다. 빨리 와라 빨리.”
캥거루가 다가와 호랑이 앞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각하 아저씨, 인사 받으십시오.”
호랑이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네가 어찌 나를 보고 각하 아저씨라고 하느냐?”
“여우가 하는 소리를 들어서 알았습니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호랑이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암, 받아주고말고 너도 내 등에 타거라. 으흐흐흐.”
캥거루는 여우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호랑이 등으로 기어올랐습니다. 호랑이는 신이 나는 듯 들판을 멀리 한 바퀴 돌면서 말했습니다.
“사막에 사는 캥거루까지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냐.”
호랑이가 여우와 캥거루를 태우고 돌아오는 것을 본 토끼가 말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저도 태워주세요.”
호랑이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너는 어째서 좋은 일 한 가지도 안 가지고 와서 태워달라는 것이냐? 네 소원대로 태워줄 테니 올라라.”
토끼는 좋아서 깡충깡충 뛰어 캥거루 뒤에 탔습니다. 캥거루가 여우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폭신한 호랑이 등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며 물었습니다.
“토끼는 무슨 일을 하고 왔느냐?”
토끼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양하고 같이 좋은 일을 찾아다니다가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산 속을 돌아다니는데 사람 둘이 나타났습니다.”
여우가 급하게 물었습니다.
“사람이 나타나서 어쨌다는 거냐?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을 보고 달아나서 왔다는 것이냐?”
“형, 그게 아니야. 남자하고 여자 둘이 숲속에다 아주 어리고 빨간 아기를 포대기에 싸다 버리고 돌아가는 것이었어.”
“사람이 아기를 버리고?”
호랑이가 말했습니다.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은 가끔 그 짓을 한다. 거룩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그런 짓을 많이 하지. 허허허. 네가 못 볼 것을 보았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사람들이 멀리 가고 난 다음 양하고 제가 가서 아기를 돌보아주었습니다. 아기가 배고픈 듯 앙앙하고 울었습니다. 그러나 양 형님은 젖을 먹일 수가 없다면서 저를 보냈습니다. 마마 아줌마한테 알라려서 젖을 물려달라고 하라는 말을 듣고 달려오는 중이었습니다. 아기는 양이 품고 저기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호랑이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거기가 어디냐. 빨리 가서 아기를 돌보아 주자.”
그리하여 호랑이는 토끼가 가리켜 주는 대로 길을 달려 양이 아기를 품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호랑이가 토끼를 태우고 오는 것을 본 양이 소리쳤습니다.
“각하 아저씨 여기예요, 토끼야 고맙다.”
왕호랑이가 아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직도 피가 묻은 빨간 아기가 입을 벌리고 무엇이든 먹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호랑이가 서둘렀습니다.
“이 아기를 마마 아줌마한테 데리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캥거루가 아기주머니에 넣고 가면 되겠습니다.”
왕호랑이가 캥거루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하겠느냐?”
캥거루가 겸손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하 아저씨.”
왕호랑이가 웃음 띤 눈으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자. 아기를 네 주머니에 넣고 내 등에 모두 오르거라.”
8. 주머니에 든 사람 새끼
왕호랑이는 빨간 아기가 들어 있는 캥거루와 다른 동물들을 모두 등에 다닥다닥 태우고 굴로 돌아왔습니다. 굴에서 기다리고 있던 암호랑이가 그것을 보고 깔깔거렸습니다.
“호랑이 체면이 말이 아니로구려. 온갖 먹잇감을 잡아먹지도 않고 등에 태우고 돌아오다니, 별꼴이야 호호호.”
호랑이 등에 타고 있던 토끼와 양과 캥거루가 모두 내렸습니다. 암호랑이가 캥거루를 보고 눈을 번쩍이며 물었습니다.
“못 보던 주머니 달린 저 키다리는?”
왕호랑이가 대답했습니다.
“오늘 가장 큰 공을 세운 새 식구요. 따듯이 맞아주시구려.”
캥거루가 암호랑이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습니다. 암호랑이가 캥거루 인사를 받으면서 주머니에 든 아기를 보고 물었습니다.
“주머니에 든 것은 사람 새끼가 아닌가요?”
왕호랑이가 꾸짖듯 말했습니다.
“작아도 사람인데 사람 새끼라니 말이 되오?”
“새끼는 새끼지 어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사람은 사람인 거요. 저 사람은 운이 아주 좋은 아기요.”
암호랑이가 물었습니다.
“운이 좋다니 무슨 소리예요?”
“산속에 버려져서 죽을 뻔한 아기였소. 마침 아기주머니를 가진 캥거루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오. 만약 캥거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물고 왔을 것인데 오는 중에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소. 캥거루 주머니가 아기를 살린 것이오. 배가 고파 우는 것을 데려왔으니 당신이 빨리 젖을 물리시오. 아기를 우리가 키워 봅시다.”
“내 젖을 먹이라고요?”
“배고픈 아기가 무엇은 못 먹겠소. 어서 젖을 물려 보시오.”
“호호호 호랑이 젖을 사람 새끼가 먹는다고? 그럼 내가 키우면 누구 새끼가 되는 건가요?”
왕호랑이가 또 꾸짖었습니다.
“사람 보고 새끼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소? 아기라고 부르시오.”
“아기라고요? 호랑이 아기? 잘 안 어울려요. 오랑이 새끼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왕호랑이가 재촉했습니다.
“지금 말씨름 할 때가 아니오. 아기가 죽기 전에 젖을 빨리시오.”
암호랑이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받아 안고 젖을 물렸습니다. 빨간 아기는 젖을 맛있게 빨아댔습니다. 암호랑이가 말했습니다.
“별꼴이야, 사람 새끼가 내 젖을 쪽쪽 빨아대잖아. 아이 간지러워.”
왕호랑이가 또 꾸짖었습니다.
“허허, 사람 새끼라고 하지 말라잖았소?”
“사람 새끼 보고 뭐라고 불러요?”
“내 새끼라고 하시오.”
“사람인데 호랑이 새끼라고요?”
“호랑이 젖을 먹고 살아나면 호랑이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암호랑이는 젖을 빠는 아기를 들여다보면서 사랑을 느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아기는 다 예뻐요. 요 어린 것이 통통한 볼로 젖을 제법 잘 빨고 있어요.”
왕호랑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잘 먹여 기른 다음 당신 아들 삼으시구려.”
“호호호 사람을 내 아들로 삼는다고요? 좋지요.”
암호랑이는 아기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벙긋벙긋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원숭이가 말했습니다.
“마마 아줌마, 기르시다가 싫증이 나시거든 저를 주세요. 내 아들삼고 싶어요.”
암호랑이가 노여운 눈으로 원숭이를 쏘아 보았습니다.
“건방진 놈, 어디를 감히 네가 아들을 삼겠다는 것이냐? 네가 사람을 조금 닮았다고 오만한 것이냐?”
토끼가 끼어들었습니다.
“마마 아줌마, 아줌마는 이 아이한테 젖을 먹이고 놀러 다닐 때는 캥거루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하는 게 어떠세요?”
암호랑이가 캥거루를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수고 많았다. 이 아기를 네가 나보다 먼저 안고 왔으니 너는 이 아이 형이 되거라.”
캥거루가 좋아서 껑충 뛰었습니다.
“마마 아줌마, 감사합니다. 제 동생을 삼아 주시면 잘 데리고 다니겠습니다.”
왕호랑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만, 마마 아줌마가 아기 엄마가 되고 캥거루가 아기 형이 된다면 난 뭐야? 아들 둘을 한꺼번에 얻은 아빠가 아닌가베, 하하하.”
이런 이야기를 둘러서서 듣고 있던 동물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눈으로 캥거루를 축하했습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지 하루도 안 된 캥거루가 각하 아저씨 아들이 되었다니! 오오, 캥거루 축하, 축하!!”
이렇게 호랑이 굴에는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때 낯선 꽃사슴하나가 달려오면서 소리쳤습니다.
9. 호랑이를 닮은 아기
“살려주세요!”
왕호랑이가 무슨 일인가 하여 꽃사슴을 바라보는데 멀리서 하이에나가 비실비실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꽃사슴이 우글거리는 동물 사이로 뛰어들었습니다.
왕호랑이가 가까이 오는 하이에나에게 소리쳤습니다.
“무엄하다! 네가 어찌 여기까지 오느냐?”
하이에나가 헐떡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난 오래도록 먹지 못하여 힘이 빠졌다. 내가 따라온 꽃사슴을 잡아먹게 해다오.”
“뭐라고? 구원해 달라고 찾아온 꽃사슴을 네가 먹겠다고?”
“그건 내가 맡은 거다. 산이고 들판이고 심지어 사막에서도 잡아먹을 동물이 다 사라졌다. 알고 보니 네가 모두 잡아다 모아 놓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냐?”
왕호랑이가 소리쳤습니다.
“하이에나! 죽고 싶지 않으면 돌아가라. 너한테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고 배고파 죽겠다. 나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꽃사슴을 내놓아라.”
왕호랑이가 화가 나서 어흥 하고 위협을 주었습니다.
“당장 돌아가라. 우리는 이제 육식을 하지 않고 초식을 하고 있다. 너도 어울리지 않게 약한 동물이나 잡아먹을 생각 말고 풀을 뜯어 먹고 살아라.”
“내 체면에 풀을 뜯어 먹을 수야 없지 않으냐.”
“그렇다면 내가 너를 죽여주마. 거기 있어라.”
그 말에 놀란 하이에나는 납작 엎드려 빌었습니다.
“호랑아, 내가 풀을 먹으면 너희들 가족이 될 수 있느냐?”
“암, 내 말에 따르기만 한다면 살려주마.”
하이에나는 엉금엉금 무릎으로 기어 호랑이 앞에 숙였습니다. 호랑이가 너그러운 눈으로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약한 짐승을 잡아먹을 생각 말고 풀을 뜯어 먹으며 너답게 살아 보아라.”
“나답게 사는 건 짐승을 잡아먹는 것인데 너한테 굴복했으니 풀을 뜯어 먹고 너의 부하가 되겠다.”
이 말에 긴장해 있던 동물들이 모두 앞발을 높이 들고 환영했습니다.
“하이에나 만세, 만세.”
잠깐 긴장했지만 그 후로 평화가 오고 호랑이 젖을 먹고 살아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모든 동물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호랑이 젖을 먹어서 몸에는 호랑이 털이 북슬북슬 돋아서 엎드려 기면 아기 호랑이처럼 보였습니다. 여우가 호랑이 곁에 비서처럼 붙어살면서 아기를 열심히 돌보았습니다.
암호랑이는 젖을 빨지 않는 아기를 품에 안고 억지로 젖을 물리는 등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아기는 호랑이 부부 사이에서 먹고 자고 왕자처럼 길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우가 아기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아기야, 날 따라와 봐라.”
아기는 이제 원숭이보다 크고 힘도 세어졌습니다. 여우가 앞질러 달렸지만 아기가 더 빠르게 여우를 앞질렀습니다. 그것을 본 동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면서 환성을 올렸습니다.
“따봉! 아기 만세! 아기 만세!”
아기는 날마다 양을 타고 놀기도 하고 노루를 타고 놀기도 하는가 하면 황소를 타기고 하고 말을 타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모든 동물이 아기가 보여주는 재능에 존경심마저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평화스럽고 사랑이 넘치는 동물나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10. 바위 각하 만세! 동물공화국 만만세!
여우가 왕호랑이한테 고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큰일났습니다. 독수리가 날아와서 우리 토끼 한 마리를 채갔습니다.”
“무엇이? 독수리가 토끼를 채갔다고?”
“그렇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내리꽂히더니 토끼 한 마리를…….”
왕호랑이가 격노한 눈으로 굴을 나와 부하들을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뜯던 동물들이 한쪽으로 몰려 발발 떨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영리한 척하는 원숭이가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우리가 이러다가는 모두 독수리 밥이 될 지경입니다. 대책을 세우셔야 합니다.”
왕호랑이가 물었습니다.
“무슨 대책이라도 생각한 것이 있느냐?”
원숭이가 돼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돼지는 땅굴을 잘 팝니다. 돼지한테 굴을 파라고 명하시고 모두가 굴속에 들어가 숨었으면 합니다.”
눈을 껌벅거리던 황소가 끼어들었습니다.
“나같이 큰 덩치가 들어갈 구덩이를 판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생각입니다. 굴속에 있던 동물도 배가 고플 때는 풀을 뜯어먹으러 나올 것인데 그 순간 독수리가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왕호랑이도 황소말이 맞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황소 말이 맞다. 다른 대책은 없겠느냐?”
귀가 커다란 말이 한 마디 했습니다.
“우리 가운데 몸집이 큰 기린과 황소와 곰이 소대장이 되어 작은 동물을 이끌고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왕호랑이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럴 둣한 방법이지만 그래 가지고는 독수리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독수리를 잡아야 한다. 어찌하면 독수리를 잡을 수 있겠느냐?”
이렇게 여러 가지로 말하는 것을 호랑이 아들 아기가 가만히 듣다가 한 가지 생각을 해냈습니다.
“나한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동물 가족 여러분 염려 마십시오.”
누구보다 놀란 것은 왕호랑이였습니다.
“허허, 네가 무슨 대책이 있다는 것이냐?”
“있어요, 아빠.”
“그래? 그럼 말해 보거라.”
아기는 이제 아기가 아닙니다. 나이가 열다섯이나 된 청년입니다. 그런데도 모두가 아기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열다섯이면 아이같이 보이지만 호랑이 털을 뒤집어쓴 호랑이 아들이 된 아기는 원숭이 두 마리를 합쳐도 못 당할 만큼 크고 힘이 세었습니다.
청년 아기는 산으로 들어가 칡넝쿨로 실을 뽑고 뽕나무를 휘어 활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느다랗고 빳빳한 댓가지로 화살을 만들어 들었습니다. 왕호랑이도 다른 동물도 모두 기이한 것을 본다는 눈으로 본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왕호랑이가 물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기만 하세요.”
청년 아기는 활에 화살을 재우고 독수리가 날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때가 되자 어제 왔던 독수리가 무서운 기세로 하늘을 한 바귀 휘돌더니 몸집이 작은 염소를 향해 내리꽂혔습니다. 그 순간 활에 재워졌던 화살이 쑈옹하고 바람을 가르면서 날아가 독수리를 꿰뚫었습니다. 기세 좋게 공격하던 독수리가 휘청거리더니 가을 낙엽이 떨어지듯 바람에 날려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독수리 공격을 받고 긴장하여 발발 떨던 동물들이 와와 환성을 질렀습니다.
“독수리가 죽었다! 독수리가 떨어진다. 와와아!”
화살을 맞은 독수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푸드덕거렸습니다. 그것을 본 원숭이가 달려가 독수리 목을 잡고 소리쳤습니다.
“독수리를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아!”
왕호랑이가 아들 같은 청년 아기를 등에 업고 춤을 추었습니다.
“내 아들이 독수리를 잡았다아! 어흥! 어흥!”
왕호랑이가 한참 동안 춤을 추다가 내려놓고 사방에서 둘러보는 동물들을 향해 공포했습니다.
“내 아들 아기는 이제 아기가 아니다. 땅의 동물을 다스리고 하늘의 새까지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이다. 이제부터 우리나라는 동물공화국이라 칭하고 내 아들 바위를 지도자로 받든다. 나는 너희들의 아저씨로 불러라. 그리고 모두가 내 아들 바위를 바위각하로 불러주기 바란다. 아울러 각하의 명에 모두 복종하라. 알겠느냐?”
모든 동물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바위각하 만세! 동물공화국 만만세!”
“바위각하 만세! 동물공화국 만만세!”
“바위각하 만세! 동물공화국 만만세!”
기쁨에 넘친 동물들의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온 산을 타고 울려 퍼지고 들판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이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자 북망산에 둥지를 틀고 일대의 동물을 부하로 삼고 살이 뒤룩뒤룩 찐 곰이 듣고 말했습니다.
“저게 무슨 소리냐?”
11. 원숭이 부대의 총공격
곰을 가까이 모시는 늑대라 대답했습니다.
“저것은 남극산에 동물공화국이 생기고 새로운 지도자가 생겼다고 축하하는 소리입니다.”
곰이 화를 벌컥 냈습니다.
“뭐라고? 내가 엄연히 있는데 동물공화국이 생겼다고?”
“그렇습니다.”
“당장에 그 떼거리를 때려 부수어야 하겠다. 돌멩이 투석 훈련대장을 불러라.”
원숭이들에게 돌멩이 던지기 연습을 시키는 투석 훈령대장이 왔습니다.
“원수님, 부르셨습니까?”
“남쪽에 동물공화국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예! 들었습니다.”
“원숭이들한테 돌 투석 훈련은 잘 시켰겠지?”
“일당백으로 훈련을 시켜놓았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언제든지 어떤 적들이든지 한방에 박살을 내겠습니다.”
“좋아, 당장에 원숭이 돌팔매부대를 총 동원하여 남쪽의 동물공화국을 초토화시키도록 하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충성!”
우두머리 곰이 명령을 내리자 수천 마리의 훈련받은 원숭이들 총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사랑과 평화에 빠진 동물공화국 동물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동물둘이 늦잠을 자고 깨어 보니 북쪽에서 원숭이들이 돌을 들고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다급해진 여우가 왕호랑이한테 보고했습니다.
“각하 아저씨, 큰일 났습니다. 북망산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습니다.”
“원숭이들이?”
“그렇습니다. 양손에 돌멩이를 들고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돌멩이로 공격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우리는 돌멩이를 던질 만한 실력도 없지만 원숭이가 있기는 하지만 돌 던지기 훈련을 시키지 않아서 있으나마입니다.”
왕호랑이가 사람 아기 바위 각하를 부르라 하였습니다. 명을 받고 바위 각하가 왕호랑이 앞에 나타나 물었습니다.
“아빠, 무슨 일이 있어?”
“큰일이 났다. 북망산 곰 나라 군사들이 공격해 오고 있다는구나.”
“곰 나라 군사라면?”
“원숭이들한테 돌 던지기 훈련을 시켜놓고 있다가 우리를 공격한다는구나. 어쩌면 좋겠느냐?”
바위 각하가 된 아기가 크게 웃었습니다.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아무 염려 마 아빠.”
왕호랑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습니다.
“대책이 있는 것이냐?”
바위 각하라 불리는 아기가 여우한테 일렀습니다.
“원숭이 떼들이 쳐들어오면 우리 가족들은 모두 내 뒤로 모아놓고 겁먹지 말고 안심하라고 하시오.”
여우가 당장에 가족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지금 북망산 원숭이부대가 우리를 공격해 오고 있다. 두려워하고 달아날 생각하지 말고 우리 각하의 명을 따르라.”
멀리서 끽끽 찍찍 와와 소리를 치며 달려오는 원숭이들은 모두 제대로 먹지 못하여 비쩍 마르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허약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것들 앞에 살이 찌고 몸집이 큰 원숭이가 커다란 돌을 들고 으르렁거리고 달려왔습니다. 그 뒤로는 곰이 뒤룩거리며 부하를 거느리고 따르고 있었습니다.
맨 앞에 선 원숭이가 걸걸거리는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너희 대장 나와라.”
그 소리를 들은 왕호랑이가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저런 못된 놈, 하루 밥거리도 못되는 것이 감히 나를 나오라고? 내가 나가서 당장에…….”
아들 바위 각하가 막았습니다.
“아빠. 그러실 것 없어. 내가 간단히 처리할 테니 구경이나 해.”
그러면서 들고 있는 활에 화살을 메겼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줄을 당겨 원숭이 대장을 겨누었습니다. 원숭이 대장이 돌을 던지며 소리쳤습니다.
“한 놈도 안 남기고 이 돌로 때려죽일 것이다. 얏!”
원숭이 대장이 돌 든 팔을 높이 들고 던지는 순간 바위 각하가 쏜 화살이 쑈옹하고 날아가 그 가슴에 박혔습니다. 순간 돌도 던지지 못한 대장 원숭이가 푹 고꾸라졌습니다. 그것을 본 원숭이들이 멈칫 공격을 못하고 머물었습니다. 그 순간 바위각하가 쏜 화살이 앞장선 부대장 원숭이 목을 또 꿰뚫었습니다. 돌을 든 부대장 원숭이가 퍽 하고 쓰러졌습니다. 다른 원숭이들이 들고 있던 돈을 내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곰이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후퇴하지 말라. 후퇴하는 놈은 당장에 목을 베겠다.”
곰은 들고 있던 칼로 부하들을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맨 먼저 달아나는 원숭이 목을 쳤습니다. 원숭이들은 자기들의 대장이 죽는 것을 보고 겁이 난 것입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은 저쪽에서 호랑이같이 생긴 사람이 화살을 쏘아 맞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겁이 나서 싸울 용기를 잃은 것입니다. 앞에서는 화살이 날아와 바로 옆 있는 친구를 쓰러뜨리고 뒤에서는 곰이 칼을 들고 막고 있어서 원숭이부대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이 지경에 부하만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곰이 앞으로 나오며 칼을 번쩍이며 휘둘렀습니다.
“너희 대장 나오라.”
12. 만물의 영장 사람 앞에 경배하라
왕호랑이의 양자인 바위가 나섰습니다.
“이 미련한 곰아, 너의 부하들을 돌아보아라. 너만 살이 쪄서 뒤룩거리고 부하 원숭이들은 가죽만 남았잖으냐? 그러고도 네가 왕 노릇을 잘하고 있단 말이냐?”
곰이 화를 버럭 냈습니다.
“요런 호랑이 새끼가 감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네가 감히 내 칼을 받겠다는 것이냐?”
곰이 칼을 번쩍 치켜들고 뒤룩거리며 앞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그 순간 바위가 활에 살을 메기고 겨누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곰은 화살 맞기 좋은 거리로 다가왔습니다.
활에 재운 화살이 쑈옹 날아가 곰의 목을 팍 소리를 내면 꽂혔습니다. 순간 곰이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뒷다리로 버틴 채 빙그르르 한 바퀴 돌다가 쿵 하고 나뒹굴었습니다.
“와와, 끼끼끼! 독재자가 죽었다아!”
이게 웬일입니까. 공격해 오던 원숭이들이 반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 왕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왕호랑이는 아들 바위를 대견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오! 신기하도다. 네가 그 이상한 물건을 들고 곰을 쓰러뜨렸구나. 장하다 내 아들.”
이때 공격해 오던 원숭이 가운데 가장 큰 키다리가 앞으로 나아와 왕호랑이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왕 각하, 제가 북망산 동지를 대표하여 항복의 인사를 올립니다.”
왕호랑이가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너희는 자기의 왕이 쓰러졌는데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우리 앞에 항복을 하는 것이냐?”
키다리 원숭이가 고개를 쳐들고 대답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된 훈련만 받느라고 이렇게 비썩 말랐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 곰은 우리가 잡아오는 먹잇감을 좋은 것은 모두 제가 먹고 우리한테는 핥아도 먹을 게 없는 뼈다귀들만 내주어 모두가 이 꼬락서니입니다. 저 곰은 얼마나 사나운지 곁에서 돕는 부하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물어 죽였습니다. 한번은 여우가 고기를 먹고 이를 쑤셨다고 보기 싫다면서 여러 부하가 보는 앞에서 칼로 베어 죽였습니다. 모든 신하들이 원망이 가득했지만 너무 사납고 잔인하여 누구도 항변한 번 못하고 숨을 죽이고 살아 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던 소원이 풀리는 기쁨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환호를 지르고 손뼉을 치는 것입니다.”
왕호랑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하다가 물었습니다.
“너희가 모두 내 수하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받아주십시오.”
왕호랑이가 곁에 활을 들고 있는 아들 바위한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빠가 받아들인다면 나도 좋아.”
“그럼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자.”
바로 이때입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독수리가 날아와 머리 위를 맴돌았습니다. 전부터 북망산에 들어가 양이나 토끼를 잡아먹던 그 독수리였습니다.
독수리가 나타나자 북망산 동물들은 발발 떨면서 한곳으로 오르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쪽 동물들은 겁을 먹지 않고 여기저기서 평화롭게 풀을 뜯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왕호랑이 아들 바위가 화살을 뽑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오는 독수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습니다. 쑈용 소리를 내고 날아간 화살이 독수리 가슴을 꿰뚫었습니다. 눈 깜짝 사이에 독수리는 화살에 꿰인 채 곤두박질을 치고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것을 본 북망산 동물들이 모두 앞발을 모아들고 손뼉을 치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머리를 숙였습니다. 북망산 동물들은 물론 이쪽 동물들까지 바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 대장 만세! 만세!”
“하늘과 땅을 지배하시는 영도자 만세!”
이때 왕호랑이가 사방에 즐비한 동물들을 내려다보며 명령했습니다.
“내 아들 바위 전하는 온 세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지킬 영도자이시다. 비록 모양은 나를 닮아 전신에 털이 북슬북슬하지만 전하는 나도 존경하는 사람의 아들이시다. 우리는 동물일 뿐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활을 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우리를 영도할 전하는 동물공화국을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나라로 이끌어 가실 것이다. 만물의 영장 사람 앞에 모두 경배하라.”
이 말에 모든 동물이 한 목소리로 경하하는 동시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왕호랑이 아들 바위가 겸손히 말했습니다.
“아빠, 그러시면 안 돼. 나는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일 뿐 전하가 아니라고.”
이 말에 왕호랑이가 두 발을 높이 들었다 내리고 큰 절을 하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전하, 이 양아비의 절을 받으십시오. 저는 일개 산짐승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하는 만물의 영장이신 사람의 아들이십니다. 앞으로 우리 공화국을 행복한 나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호랑이 아들 바위는 맞절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아빠의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만 일어서시고 이 아들의 절을 받으십시오. 저를 길러주고 보호해 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호랑이의 양아들 바위는 겸손히 그 앞에 경의를 절하고 존경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끝
11.
호랑이 굴에 여우가 손님으로 왔다.
호랑이가 손님을 잡아먹을 수는 없고
여우의ㅡ 의 견을 들어본다
여우가 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호랑이가 고개 끄덕
이어서 토끼 노루 사슴 돼지 등을 초청하여 파티를 열고
마지막에 어린아이가 많이 버려지는 곳을 안 쪽제비의 정보로
버려진 아이를 캥거루가 주머니에 넣어 오고
원숭이가 뒷바라비를 하는데
암호랑이가 젖을 먹여 기른다.
어린 애는 짐승처럼 자란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포수가 사냥을 하다가 어린 아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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