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동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

웃는곰 2013. 1. 22. 10:21

거짓말과 강도들

 

 

세상에 태어나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친구네집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산모퉁이를 걷다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강도와 키가 작고 똥똥한 강도가 번쩍거리는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습니다.

“꼼짝 마라! 소리치면 찌른다. 가지고 있는 거 다 내놔!”

그 사람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가진 것 전부요.”

 

강도들은 지갑을 받고 말했습니다.

“이것 말고 가진 것 더 없어?”

“없소.”

“소리 지르지 말고 얌전히 걸어가! 알았지?”

“그러겠소.”

그 사람이 저만치 걸어가자 지갑을 열어 본 키다리 강도가 좋아했습니다.

“야, 오늘 횡재다. 돈이 잔뜩 들어 있어!”

“그래? 영감이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지?”

강도가 그렇게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그 사람은 저만치 가다가 돌아서서 이쪽으로 다시 오고 있었습니다. 뚱보가 말했습니다.

“영감이 돈 생각이 나서 돌아오는 거지? 달아날까?”

“아니야, 영감이 지갑을 도로 달라고 하면 여기서……”

 

“처치하자고?”

“아무도 없는데 죽이면 누가 아나?”

“그래도 좀 무섭다.”

“가까이 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키다리가 칼을 뽑아 들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영감, 더 가까이 오지마! 오면 가만 안 둔다!”

그 사람이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오, 내가 실수를 했소.”

“실수라니? 지갑을 도로 달라고?”

“아니오, 그게 아니라 나는 평생에 거짓말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당신들한테 거짓말을 했소”

뚱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엉뚱한 소리 말고 돌아가!”

그 사람이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미안하오. 내가 그만 실수로 당신들한테 거짓말을 했소. 이거마저 받으시오.”

“그게 뭐요?”

“금덩어리요. 내가 가진 것을 다 준다고 하고는 실수로 주머니에 깊이 들어 있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소. 내가 가진 것 다 내놓았다고 했는데 거짓말이 되었소. 이걸 다 주려고 돌아왔소.”

“거짓말 아니오?”

“나는 거짓말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오. 하마터면 오늘 당신들한데 거짓말을 할 뻔하였소.”

그 사람은 묵직한 금덩어리를 건네주고 돌아서서 저만큼 걸어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키다리 강도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냐?”

“글쎄 말이야. 영감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머리가 돈 것 같지는 않았어. 어딘가 보통 사람하고는 좀 다르지 않았나?”

“보통 사람은 아니지. 너 같으면 이 금덩어리를 우리 같은 도둑놈들한테 도로 갖다 줄 수 있냐?”

“나라면 어림도 없지, 넌?”

“나도 그렇다. 다 빼앗기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달아날 텐데 이렇게 큰 돈이 든 지갑을 빼앗기고도 금덩어리를 또 가지고 오다니!”

키다리 강도가 말했습니다.

“야. 우리 저 영감이 어떤 사람인가 알아볼까?”

“그러다가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럴 사람이라면 금덩어리까지 가지고 돌아오지 않았을 거다.”

“그건 그렇군. 강도짓을 하다 별일도 다 본다.”

“저렇게 거짓말을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이게 뭐냐?”

“솔직히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양심은 한강에 던져 버리고 이 짓을 하기로 했지만……”

"이러지 말고 우리 영감이 어떤 사람인가 알아 보고 이것을 받든지 말든지 하자."

“좋아, 그렇게 하자.”

강도들은 멀리 가고 있는 영감을 따라 달렸습니다. 걸어가던 영감이 뒤에서 두 사람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제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왜 따라오시오? 이제 내게는 아무것도 더는 없소. 정히 더 요구한다면 옷이라도 벗어 주겠소.”

키다리 강도가 말했습니다.

“아니오 영감,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오.”

“무얼 물어보시겠다는 거요?”

뚱보가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더 달라고 온 것이 아니오. 영감. 당신은 누구시오?”

“그것은 왜 묻소?”

“우리가 강도짓을 하였지만 영감 같은 사람은 처음 만났소. 무엇을 하는 누구신가가 궁금하여 따라왔으니 겁은 먹지 마시오.”

“그럼 여기서 몇 마디 나눕시다.”

그 사람이 길옆 잔디밭에 앉았습니다. 두 강도도 그 곁에 앉았습니다. 그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무엇이 궁금하다는 것이오?”

“영감이 금덩어리를 안 주고 가면 될 텐데 그것마저 주고 가는 것이 신기하고 궁금해졌소. 당신은 무얼 하는 사람이오?”

“나는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오. 그런데 당신들한테 거짓말을 할 뻔하였소.”

 

 

“그것 말고 영감은 직업이 무엇이오?”

“난 직업보다 더 중요한 것을 소중히 알고 사는 사람이오.”

“직업보다 소중한 것이라니 그게 말이 되시오?”

“나는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가지고 있소.”

“장로요?”

“교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오.”

뚱보가 물었습니다.

“그런 자리도 있소?”

“있다오. 아래에서는 어린아이들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위로는 목사님을 모시는 것이 장로가 하는 일이오.”

“장로가 그런 것이오? 그럼 직업은 있소?”

“있다오.”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돈과 금덩어리를 가지고 다니시오?”

“다니다 보면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만나오. 당신들 같은 사람을 만나면 주기도 하오.”

“이게 빼앗긴 것이지 준 것이오?”

 

 

 

“오죽이나 살기 힘들면 칼을 들고 그랬겠소?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겠소? 내가 조금 더 가졌으니 구걸하는 사람이든 칼을 들이대는 사람이든 다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여 나는 빼앗겼다기보다 주었다고 생각하오. 돈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하지만 주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도 하다오.”

 

키다리 강도가 감격하여 장로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곁의 뚱보도 무릎을 꿇고 지갑과 금덩어리를 내놓았습니다.

“어른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잘못 했습니다. 어르신님 같은 분의 돈은 우리가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러지 마시오. 이미 나는 당신들한테 준 것이니 그냥 받으시오.”

“아닙니다. 절대 못 받습니다. 어른님 같은 분을 만난 것만도…… 황송합니다.”

강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로 앞에 큰절을 하고 돌아서서 가려고 했습니다. 장로님이 두 사람을 잡고 말했습니다.

“고맙소. 나도 평생에 처음 만난 강도지만 속사람이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만났으니 내가 그냥 보낼 수가 없소. 내 말 한 마디만 더 들어주시오.”

 

 

“아닙니다 장로님. 고개를 들고 뵙기도 부끄럽습니다.”

“내 말 들으시오. 당신들은 그 동안 무엇을 하던 사람들인지나 알려 주시오.”

뚱보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둘이서 출판사를 했습니다. 저는 사장이고 이 사람은 상무였는데 스마트폰이 나와서 독자를 다 빨아들이는 바람에 많은 서점들이 무너지고 저희는 서점에서 받은 수표와 어음이 부도나서 망했습니다. 사업장 문을 닫고 나니 처자식 먹여 살릴 길이 없어서 둘이 이 짓을 몇 번 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무 일이나 직업을 얻으면 일하시겠소?”

 

 

“아무 직업이든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직장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알겠소.. 태령산업이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소?”

“태령산업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지요.”

“내 보기에 두 사람은 강도감이 아니오. 강도로 늙게 두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오. 이렇게 만났으니 나하고 바르고 정직하게 거짓말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땀으로 밥을 지어 먹고 사는 것이 어떠오?”

두 강도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 똑같이 물었습니다.

 

 

“네?”

장로님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주면서 말했습니다.

“나한테 아직도 명함 한 장이 더 남았소. 이 명함을 가지고 내일 태령산업 회장실로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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