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귀신 1 / 벽속에서 나는 소리 / 138매
1.
태리네 집은 큰 부자였습니다. 아빠가 큰 컴퓨터 회사 판매사장이고 엄마는 유명한 디자이너로 세상이 알아주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는 거래처 회사가 망하자 부도를 당하여 실업자가 되었고, 엄마는 의상실에 불이 나서 화상을 입고 아름다운 얼굴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태리네는 산동네 아주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태리는 좁은 다락방에 앉은뱅이책상을 하나 놓고 그 옆에서 자야 했습니다.
이사 온 첫날밤입니다.
넓은 방에서 고급 물침대에 뒹굴며 자던 태리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리 저리 뒤채고 있을 때 벽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마침내 성공이야. 우리가 해냈다고.”
“그렇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았잖아.”
“저까짓 어린애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지.”
“하긴 그래, 재벌이 될 뻔한 이사장도 무너뜨렸는데 저런 것쯤이야.”
태리는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알 수 없는 남자 목소리와 여자 목소리가 또 들려왔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부자를 거지로 만들어 코가 납작하게 해놓고 보는 맛은 아무도 모를 거야. 흐흐흐.”
“나도 예쁜 여자 뽐내는 꼴 보다가 코를 납작하게 망가뜨려 놓고 볼 때가 가장 해피했어, 호호호.”
태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쳐 물었습니다.
“누구예요?”
여자 목소리가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안 잤니?”
“아줌마는 누구지요?”
다른 남자 목소리가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과학귀신이다.”
“과학귀신이 뭐예요?”
“과학귀신이라는 말 처음 들어 보았지?”
“네.”
“우리는 과학귀신인데 말이다. 과학귀신은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콤비다. 알겠느냐?”
“과학적으로 귀신은 없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되나요? 과학적으로 안 맞잖아요?”
“이 녀석아, 넌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
“우리 아빠가 선물로 주신 컴퓨터하고 스마트폰이오.”
“맞았다. 바로 네가 좋아하는 그것들이 귀신이란 말이다.”
“엉터리 소리 말아요.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스마트폰이고 컴퓨터란 말이에요.”
“너나 어른들이나 다 똑같은 바보들이니 뭘 알겠니. 두고 보면 안다.”
“알기는 뭘 알아요. 아저씨, 아주머니 나가주세요.”
“못 나간다. 네 방이 좀 좁아서 불편하기는 해도 우리는 너 같은 아이들을 좋아해.”
“난 싫어요. 이왕이면 더 크고 좋은 집으로 가보세요.”
“우리는 너나 네 아빠 엄마가 마음에 들어서 너희 집에 살고 있는 과학귀신이야. 그런데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
“더 넓고 좋은 집이 있잖아요. 저 교회 옆에 큰 집으로 가세요.”
“거기는 절대 안 간다.”
“왜요?”
“우리는 너희 집 같은 과학을 사랑하는 집을 좋아해. 교회 옆에 있는 집은 아주 싫어한다.”
“왜요?”
“교회는 너무 시끄러워 그리고 우리 귀신들을 미워하거든…….”
“아저씨는 무얼 좋아하는데요?”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도 좋아하고요?”
“암, 좋아하고말고.”
“정말요?”
“네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한단다.”
태리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저씨 나하고 게임할래요?”
2. 맘속을 들여다보는 귀신
목소리가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하자. 네가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상대해 주지.”
“좋아요.”
“그럼 잘 자거라. 내일 보자.”
태리는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일어나라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태리, 너 어제 저녁에도 늦도록 컴퓨터 게임하다가 늦잠 자는 거 아니니?”
“아니에요. 일찍 잤어요.”
“그런데 웬 늦잠이야?”
엄마 목소리는 언제나 다정하고 곱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태리는 엄마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싫어졌습니다. 눈빛만 파란 호수처럼 맑을 뿐 예쁜 코도 고운 살결도 일그러지고 엉겨 붙어서 바라보면 무서웠습니다.
눈빛마저 구정물 같았으면 엄마를 귀신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씩씩하고 우렁차게 태리야 하고 부르시던 아빠도 갑자기 늙어 보이고 어깨가 축 처져서 가뭄에 시든 버드나무 같았습니다.
태리는 지난밤에 꿈을 꾼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 밤이 왔습니다.
어제 저녁 일이 머리를 꽉 채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 소리는 누구였을까? 아저씨 아줌마는 누구지? 꿈이었나? 꿈같지는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그렇게 의심스러우냐? 어제 너는 꿈을 꾼 게 아니다. 내가 누구냐고 속으로 묻고 있지 않으냐?”
태리는 기다리고 있던 목소리였지만 놀랐습니다.
“아저씨는 또?”
“과학귀신이다,”
“어디 계신 거지요?”
“네 방이 좁아 누울 수가 없어서 벽에 붙어 있다.”
태리는 벽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요?”
“기다려라 언젠가는 네가 보게 될 테니까.”
“지금 보여주세요.”
“어제 나하고 오늘 게임하자고 약속했지?”
“네.”
“게임에서 네가 이기면 보여주마.”
“좋아요.”
“컴퓨터를 켜라.”
태리는 평소에 하던 대로 컴퓨터를 켜고 잘하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누가 이기는지 경쟁하는 거다.”
“알았어요.”
태리는 밤새도록 해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상하다. 전에는 내가 다 이겼는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상하다고? 전에는 다 이겼다고? 거짓말, 네 실력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태리는 혼자 속으로 한 말을 알고 있는 과학귀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몸을 움츠리고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정말 내 생각을 다 알고 하는 소리에요?”
“물론이지. 무슨 생각이든지 해 보거라. 내가 맞출 테니.”
‘이건 정말 귀신이다. 아이 무서워, 귀신을 쫓아내야 하는데 어떡하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지금 ‘이건 정말 귀신이다. 아이 무서워, 저 귀신을 쫓아내야 하는데 어떡하지?’하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그걸 어떻게 아셨지요?”
“그러니까 내가 과학귀신이라는 거 아니냐.”
태리는 머리를 썼습니다.
“아저씨가 싫어하는 것도 있나요?”
“있지.”
“그게 뭔데요?”
“안 가르쳐주지.”
“왜요?”
“네가 나를 어떻게 하면 내쫓을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써서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아내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정말 귀신이다. 귀신!”
“녀석아, 그냥 귀신이 아니야. 과학귀신이야.”
“그래도 귀신은 귀신이잖아요?”
“보통 귀신하고 과학귀신하고 같다고 생각하면 나를 모독하는 것이다. 귀신하고 과학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느냐?”
“모르겠어요.”
이때 아줌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린것이 감히 우릴 내쫓을 궁리를 해? 호호호.”
“이 좁은 집에 있지 말고 부잣집으로 가 보세요.”
“너희 집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넌 알지?”
“알아요.”
“같은 부자라도 우리가 즐겨 가는 부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부자가 있어. 이 맹꽁아.”
“왜 우리 집을 좋아하지요?”
3. 과학귀신이 싫어하는 것
“말해 줄까?”
아줌마 목소리가 계속되었습니다.
“너의 집에서는 담배도 마음대로 피고, 술도 마음대로 마시고, 유행가도 마음대로 부를 수 있고, 너의 엄마를 따라가면 여자들끼리 즐기는 놀이도 같이 하고, 좋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런 좋은 집을 두고 왜 다른 집엘 가겠니?”
“알았어요.”
태리는 엄마 아빠한테 할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태리는 아빠한테 말했습니다.
“아빠, 이제부터 담배 피지 마세요. 그리고 술도 마시지 마세요. 집에서 유행가도 부르지 마세요.”
아빠가 어이가 없다는 듯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냥요.”
“그냥이라니. 내가 그 좋아하는 것들을 다 버리면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
태리는 또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엄마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제 엄마는 아무데도 안 나가고 아무도 안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놀러 다녀도 좋아요. 옛날 얼굴로 돌아가고 우리 엄마 예쁘다고 자랑하게만 된다면 좋겠어요.’
엄마가 아들의 마음을 아는 듯 말했습니다.
“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는 너무 교만하게 내 자랑만 하고 살았어. 이젠 네가 나가라고 해도 나갈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빨리 이 세상에서 아무도 안 보는 곳으로 가서 혼자 살고 싶어.”
사흘째 되는 날 밤입니다.
태리가 자리에 누워 자려고 하는데 벽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 목소리입니다.
“꼬마 녀석이 우리가 싫어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쓰는데?”
“그렇지만 안 가르쳐주면 제가 무엇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렇겠지? 저 녀석은 우리가 싫어하는 것을 안다 해도 부모가 반대하면 그만이지 뭐.”
여자가 비웃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세상 재미에 맛 들린 사람이 갑자기 교회를 가겠어요? 우리가 교회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모를 거야. 세상에서 교회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나는 게 문제란 말이에요.”
“사람들은 똑똑한 척하면서도 어리석어.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성경 속의 기적은 믿으면서 증명을 하여 주는 과학을 무시한단 말이야.”
“우리가 진짜로 싫어하는 건 교회와 성경이 아닌가요?”
“그렇지. 과학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기독교인들은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단 말이야.”
태리는 자는 척하고 숨소리도 작게 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자 목소리.
“저 꼬마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 애는 나한테 맡겨, 대신 그 엄마 아빠는 당신이 어떻게 해 봐.”
“알았어요.”
태리는 과학귀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교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아빠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엄마, 이제부터 교회에 다니세요. 아빠도요.”
아빠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얘가 갑자기 하지 않던 말을 자주 하네?”
그러나 엄마는 달랐습니다.
“저는 생각해 보겠어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내가 어디를 가겠어요. 하나님이라도 믿어 보면 위로가 될까?”
태리는 엄마가 하는 말에 힘을 얻었습니다.
“엄마, 우리 교회에 나가요.”
“알았다. 생각해 보고……”
그리고 다음 주일 아침 태리 엄마는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로 갔습니다. 그것을 본 과학귀신 부부는 새로운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4. 과학귀신 떠나다
태리는 밤마다 게임을 하다가 자고 교회에서도 목사님이 설교하는 동안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엄마는 교회에 나가신 다음부터는 더 밝아지셨고 목사님의 말씀대로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목사님은 가난한 태리네 집을 찾아 오셔서 기도도 해 주고 위로하며 찬송가 씨디와 카세트도 선물해 주셨습니다.
태리네 집은 날마다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엄마는 오직 하나님만 믿고 성경 읽기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기도는 ‘태리 아빠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비는 것이었습니다.
태리 아빠도 엄마의 기도에 감동을 받은 때문인지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보다 더 뜨거운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달라고 날마다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느 토요일 밤입니다. 태리가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고 있을 때 과학귀신이 저희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집에서 그만 떠나야 할 것 같소. 술 담배친구마저 교회로 가고 난 재미가 없어.”
“우리가 할 일이 남았는데 떠나요?”
“난 견디기 힘들어, 이 집이 너무 변했어. 잘 피던 담배도 안 피고, 술병도 본 지가 오래 되었고 게다가 날마다 듣기 싫은 찬송가가 카세트에서 하루 종일 들려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 그뿐 아니라 애 엄마가 하나님만 믿고 우리를 무시하는 꼴도 보기 싫고.”
“우리가 만든 저 카세트를 없애 버리면 어떨까요?”
“그래도 좋겠지만 그러면 더 손해야. 예수 믿는 집이나 그렇지 다른 집에서 카세트나 씨디가 하는 역할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것들은 우리 목표를 크게 돕는단 말이야.”
“떠나면 어디로 가요? ”
“바로 옆집에 꽤 잘 사는 집이 있는데 그 집 사람들이 이 집 부부가 예전에 하던 짓 그대로 하거든. 우선 과학을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하나님이라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거든. 그 집 부부는 담배도 마주 앉아서 피우는 줄담배 골초야.”
“그럼 그 집으로 갔다가 오지요.”
“그래, 난 가끔 저 녀석하고 게임이나 하러 올 테니 당신은 그 집 사람들 감시나 잘하오.”
그 후 과학귀신 부부가 한 달이 넘도록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태리 엄마가 기도를 해서 그런지 부도를 맞아 망하게 만들었던 회사가 살아나면서 태리 아빠가 떼었던 돈을 갚아주어 태리네가 전처럼 부자가 되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좋아지자 태리 엄마는 하나님이 도와주셨다면서 더 열심히 교회에 나가고 헌금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태리네는 산동네를 떠나 큰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태리 아빠는 고급 승용차로 출근을 하고 태리는 더 좋은 컴퓨터를 사서 엄청 업그레이드 된 게임 프로그램에 빠져 공부는 하지 않고 거기만 매달려 시시덕거렸습니다.
태리는 넓고 좋은 방에서 날마다 행복했습니다.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신이 났습니다.
어느 토요일입니다. 한 동안 조용하던 집에 과학귀신 소리가 났습니다.
“야! 이 아파트 몇 평짜리야?”
“백 평도 넘는 것 같지요?”
“넘겠어.”
“이젠 우리 방도 하나 만들어요.”
“암 만들어야지. 이 좋은 집에서 우리가 벽에나 붙어살면 되나.”
태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것들이 또 왔잖아?’
이때 남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 우리를 보고 저것들이라고 했지?”
태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에요. 미안해요.”
“잠깐 사이에 너희 집이 부자가 되었구나.”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넌 내가 없는 동안 궁금하지도 않았느냐?”
5. 하나님을 무시하는 과학
태리는 아주 쌀쌀맞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뭐가 궁금해요?”
“좋다. 너 게임 실력은 늘었냐?”
태리는 그 말에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요.”
“한판 붙어 볼까?”
“좋아요. 내가 이기면 아저씨들은 우리 집에서 나가야 해요.”
“그렇게 하자. 네가 이기면 우리가 짐 싸지. 컴 켜라.”
그렇지 않아도 혼자 하면 재미가 없었는데 잘 되었다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다섯 게임하고 많이 이기는 편이 승자가 되는 거예요. 아저씨가 지면 나가야 해요.”
“암, 나가고말고.”
아무리 열심히 잘 해도 태리는 3:2로 졌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하자고 하고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좋아 좋아하는 것입니다. 과학귀신을 내쫓으려고 온갖 머리를 다 썼습니다. 게임마다 아슬아슬하게 다 이겨 가지고 졌습니다. 그 때마다 과학귀신이 말했습니다.
“잘 하는데, 제법이야 조금만 더 하면 내가 지겠어. 어린 녀석이 천재야.”
태리는 이 말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만 해요. 다음에 해요.”
“그러자, 나도 피로하니까.”
태리는 동네 피씨 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동네 형들한테 게임하는 것을 더 배워서 과학귀신을 이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네 형들하고 해 보면 아무도 태리를 이기지 못하고 똑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야, 너 기차다. 쎔이 누구냐?”
“쎔? 혼자 배운 거야.”
“네가 하는 것 좀 나한테 가르쳐줄래?”
태리는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그 아저씨하고 하다가 실력이 늘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 형들은 아무도 상대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태리는 과학귀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 그때 과학귀신이 타나났습니다.
“어때? 심심하지, 한 게임 할까?”
“좋아요.”
“넌 나한테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 안 드냐?”
“배우고 싶어요.”
이렇게 하여 태리는 과학귀신하고 친해지고 말았습니다.
한편 태리 엄마를 맡은 여자 과학귀신이 태리 엄마 마음속에다 이런 생각을 넣어주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뭘 해? 남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재미없는 교회 사람들이나 만나고. 요새는 갑자기 다들 친절해졌어. 그렇지만 교회 사람들은 내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야. 돈이 많다니까 친한 척하는 거야. 김집사가 하는 걸 보면 알아. 김집사는 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나하고는 밥도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고 상대도 안 하려고 하는 것은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야.’
바로 이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요새는 과학이 발달해서 성형수술을 하면 얼마든지 예뻐질 수 있어요.”
“성형수술이라고요?”
“그것도 모르셨어요?”
“나 같은 사람도 고칠 수 있나요?”
6. 과학귀신의 능력
“물론이지요. 그보다 더한 사람도 고치는데요. 한번 해 보세요. 요새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과학이 발달하고 있어요.”
“그렇지요?”
“장님도 눈을 뜨게 하고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완전히 고쳐요. 과학적으로 못 하는 게 뭐 있나요? 사람이 우주 밖으로 나가 놀다 오는 세상이잖아요.”
“그렇지요. 과학! 과학은 바로 신이야.”
“맞아요. 과학은 하나님보다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을 믿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고요.”
태리 엄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달라요.”
“다를 게 아무것도 없어요. 하나님은 바로 과학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신으로 존경받는 것이라고요.”
“그런 골치 아프고 불경한 말은 싫어요. 아까 하던 말이나 해요.”
“성형수술 말인가요?”
“네.”
“과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는 성형수술을 해 보면 아시지요. 태리 엄마는 타고 난 미인이지만 지금은 절망적이지 않아요?”
“내가 태리 엄마라는 걸 어떻게 아셨지요?”
“나는 과학귀신이라고 해요.”
“과학귀신?”
“네, 태리 엄마, 잘 들으세요. 성형외과에 가시면 피부도 더 예뻐지고 전에 턱이 좀 길다고 생각했던 것도 고칠 수 있어요. 턱을 약간 수정하고 피부를 곱게 다듬어 주면 옛날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마릴린몬로나 오드리햅번보다 더 예뻐지지요.”
“정말 그럴까요?”
“과학을 믿지 못하면 무엇을 믿겠어요. 교회에 가서 하나님한테 그렇게 고쳐 달라고 죽을 때까지 빌어 보세요. 어림도 없지요.”
“네?”
“나를 믿으세요. 과학귀신인 나를 믿으면 세상만사가 뜻대로 된단 말입니다.”
“그럴까요?”
“의심은 바로 부정의 귀신이 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과학만큼 위대한 것은 없고 나 과학귀신의 능력을 앞지를 신은 없어요.”
“어마!”
태리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한테 아무리 빌어도 성형수술까지 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과학귀신이 더 아름답게 성형수술을 해 준다는 말은 믿을 수가 있는 말입니다.
“과학귀신이라면서 어디 계시지요?”
“그건 내 맘대로지요.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으면 보여주고 아니면 안 보여주고요.”
“한번만 보여주세요.”
“태리 엄마가 나를 확실히 믿고 그 증거를 보여주면 그때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이만.”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태리 엄마는 살을 꼬집어보았습니다.
‘내가 꿈을 꾼 건가 아니면 정말 과학귀신을 만난 건가?’
7. 변신한 미인
태리 엄마는 과학을 믿으면 잃어버린 아름다운 옛날 얼굴을 되찾을 수 있다는 꿈에 빠졌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성형외과를 찾아갔습니다.
과연 의사는 과학귀신이 말한 대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성형수술을 해 달라고 돈을 듬뿍 내놓았습니다.
성형외과에서는 불과 보름 만에 얼굴을 미인 형으로 고치고 피부를 곱고 아름답게 다듬어 놓았습니다. 태리 아빠까지도 자기 아내를 몰라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워진 아내를 보고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호수처럼 맑은 엄마의 눈을 잊지 못하던 태리는 다시 고와진 얼굴에 볼을 비비며 좋아했습니다.
태리 엄마는 기뻐서 교회 목사님을 가장 먼저 찾아가 만났습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 같은데…… 누구신지요?”
“저 태리 엄마예요.”
“초면에 농담이 심하십니다. 그러시려거든 돌아가세요.”
목사님은 누군지 몰라보았습니다. 태리 엄마는 목사님이 믿어주시지 않아 교회를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동네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태리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더니 못생긴 부인을 내쫓고 젊고 예쁜 여자를 아내로 새로 들였대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예쁘기는 참 눈부시게 예뻐요. 그 여자가 목사님한테 가서 자기가 태리 엄마라고 했다는군. 미친 여자 아니야.”
이런 저런 소문이 나서 교회를 가도 아무도 반겨주지 않고 냉랭했습니다. 태리 엄마는 교회를 나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뻐진 태리 엄마는 그 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들을 찾았습니다. 한동안 친구들은 태리네가 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 하다가 다시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 주어야지 하고 나왔습니다.
친구들 다섯이 빵집으로 나와서 태리 엄마를 찾았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보면서도 의자에 앉아 있는 태리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태리 엄마가 먼저 친구 이름을 불렀습니다.
“미숙아!”
친구 미숙이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돌렸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친구를 불렀습니다.
“정애야!”
친구 정애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눈길을 돌렸습니다.
“수미야, 나 채린이야, 박채린.”
“박채린이라고?”
다섯 친구가 똑같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박채린이라고 했어요?”
“그래, 나 채린이야. 미숙아, 정애야, 수미야, 수연아. 정미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들 이름을 다 알고 있는 걸 보면 채린이 맞는 것 같은데?”
정애가 물었습니다.
“박채린이 맞아요?”
“그렇다니까. 나 채린이야, 박채린.”
“너 정말 박채린이야? 네 아들 이름이 뭐냐?”
“이태리.”
“맞아 이태리, 맞는 것 같은데 너 언제 이렇게 변했니?”
친구들은 믿어주는 눈으로 다가서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달라졌니?”
“달라진 정도가 아니야. 들어보니 목소리가 채린이 틀림없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뭐가?”
“너 화상을 입고……”
“그랬지, 화상을 입고 귀신이 되었다가 과학귀신을 만나 이렇게 되었단다.”
“과학귀신이 뭐냐? 세상에 과학귀신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나도 그랬지.”
모두가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피부와 예쁜 얼굴에 반한 친구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8. 과학귀신이 가르쳐준 돈 버는 법
“어떻게 하여 너는 딴 사람이 된 거냐?”
“무엇이 딴 사람이라는 거야.”
“네가 모르는 척하면 아무도 너를 몰라볼 거야.”
“그렇게 많이 변했니?”
“변한 정도가 아니야. 우리나라에 너보다 예쁜 배우나 탤런트도 없을 거야. 부럽다. 네 남편이 전보다 더 출세도 했다며?”
“돈 많이 벌었다고 출세하는 거냐? 돈은 많이 번 것 같아.”
“어떻게 하여 부자가 된 거야?”
“다 하나님 은혜지.”
“네가 언제부터 하나님, 하나님 은혜냐?”
“내가 죽고 싶을 때 나를 구해주신 것이 하나님이었고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신 것도 하나님이야.”
“너 정말 예수쟁이가 다 되었구나.”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 못 받고 가장 절망에 빠져 몸부림지고 있을 때 하나님의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나는 알았어.”
“얘, 그 하나님 타령은 집에 가서 하고 어떻게 예뻐졌는지 그것이나 말해.”
“과학귀신 덕이야.”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나님 덕이라고 했다가 또 다른 귀신 덕이라고 했다가 너 미쳤니?”
“둘 다 진짜야.”
“하나님은 우리가 다 아는 것이고, 과학귀신은 처음 들어본다. 과학귀신 이야기나 좀 해다오.”
“과학귀신 말을 들자면 돈이 엄청 들더라.”
“얼마나 드는데?”
“삼억!”
“삼억?”
“과학귀신이 가르쳐 준 성형외과를 갔는데 이렇게 고쳐주는 데 삼억을 내라더라.”
“그렇게 큰돈을 주고 고쳤다고?”
“크기는 큰돈이지만 얽음뱅이 코찡찡이로 살다 간다고 생각해 봐라. 삼억이 돈이냐?”
친구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엄청난 수술비에 질려 말을 못했습니다. 그만한 돈을 들였으니 이렇게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감히 자기들은 수술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태리 아빠는 사장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누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소리는 분명히 났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이상하다 무슨 소리가 나기는 분명히 났는데……’
이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사장 조금도 이상할 것 없네. 나야.”
“나라니 누구요?”
“과학귀신일세.”
“과학귀신이라니?”
“자네는 날 모르지만 나는 자네를 잘 알고 있어.”
“당신 정체가 뭐요?”
“그런 것은 물을 것 없고, 돈벌이 잘 되는 사업 하나 가르쳐줄까?”
“언제 보았다고 반말이오?”
“반말을 할 만하니까 하는 거야. 그런 생각 버리고 내 말이나 들어. 돈 더 많이 벌고 싶지?”
“돈이야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것 아니오?”
“가르쳐줌세.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무슨 기업이 가장 잘 될 것 같은가?”
9. 온 세상이 안경잡이
“자동차와 아이티 산업 아니오?”
“출판 사업은 어떤가?”
“그건 사업이 아니오. 문화 사업이라고 하는 거지만 사양산업이고…… 왜 하필이면 출판 사업 이야기요?”
“옛날에 책 많이 보면 눈 버린다고 걱정하던 시절도 있었지?”
“그렇소. 우리 어려서는 책 많이 보면 눈 버린다고 주의를 많이 받았소.”
“그 때 안경 쓴 사람이 몇이나 되었나?”
“한 반에 한 명 정도나 될까.”
“그랬지. 그때는 안경 쓴 아이는 약간……”
“그랬소. 안경 쓴 아이는 좀 모자라는 아이 취급을 받았다고 할까?”
“그런데 지금은 안경 쓴 아이가 얼마나 되나?”
“한 반에 반은 썼을 거요.”
“안경 쓴 아이가 점점 많아질 것 같지 않소?”
“그럴 것이오.”
“맞아. 예전에 책 보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아이들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에 매달려 게임하고 시시덕거리느라 눈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장차 무슨 사업이 유망한 사업이겠나?”
“과학귀신이라고 했소?”
“그랬지.”
“듣고 보니 당신은 과학귀신이 맞는 것 같소. 앞으로는 안경 제조 사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렇지? 안경을 만들면 세상 아이들이 모두 안경을 쓰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더 높은 도수의 안경을 바꾸어 쓸 테니 온통 세상은 안경잡이로 넘칠 것이고, 안 그렇소? 굉장한 유망사업이 될 거야.”
“좋은 아이디어를 주어 고맙소.”
태리 아빠는 곧바로 안경공장을 차려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끔 나타나는 과학귀신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사장, 돈 많이 벌었지?”
“그렇소. 고맙소.”
“오늘은 좀 이상한 충고를 하려는데 어떤가?”
“말해 보시오.”
“이사장이 교회에 내는 헌금이 가장 많을 걸?”
“그런 말은 왜 하시오?”
“내 말 잘 들어 봐. 아이들 눈이 나빠져서 모두 안경을 쓰고 다니고 그 덕에 이사장은 부자가 되고. 그런데 말이야, 교회에 가서 들어보면 부모들이 아이들 문제로 기도를 하는데 다들 똑같은 기도야. 자기 아이 눈이 나빠서 걱정인데 하나님 아버지 아이들 눈 좀 고쳐주세요 하고 사정하는 거야. 자네도 잘 알지?”
“그 말은 맞는 것 같소.”
“사람들이 아무리 하나님 앞에 기도로 아이들 나빠진 눈을 고쳐달라고 한들 고쳐주겠나? 하나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단 말이야. 즉 이사장이 사람들 눈을 밝혀주는 기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님 능력보다 더 크다는 거야. 알겠나?”
태리 아빠는 듣고 보니 자기가 하는 일이 하나님이 못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야……”
“겸손할 것 없어. 교회에 헌금할 돈 있으면 안경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가난한 집 애들한테 거저 나누어 줘 봐. 얼마나 고마워하겠는가?”
“듣고 보니……”
“과학적인 충고야 알아서 해.”
쌩-
갑자기 과학귀신이 떠나고 사방이 조용했습니다. 마침내 태리 아빠는 안경공장에만 온 힘을 기우렸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만 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태리도 눈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태리는 아버지가 안경 공장을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눈에 맞는 안경을 만들어 썼습니다.
그렇지만 태리는 눈이 아주 나빠져서 안경을 럭비공처럼 불룩하게 만들어 씌웠습니다. 그래도 아무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도 못하고 스마트폰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어폰 소리를 너무 크게 써서 귀도 난청이 되어 무슨 소리인지 구별을 못했습니다. 과학이 눈도 귀도 망가뜨린 것입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좋은 안경을 만들어 씌워도 다 허사였습니다. 이런 현상이 태리한테만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온 나라 아이들이 모두 개구리처럼 툭 불거진 안경을 무겁게 코 위에 걸치고 달리기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눈과 귀가 나빠져서 공부도 제대로 시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태리 아빠는 교회에도 안 나가고 교회에 바칠 헌금을 안경을 만들어 가난한 집 아이들한테 거저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바꾸어 써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서 더 이상 거저 나누어 줄 것도 없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10. 마음을 읽는 아이
아이들이 안경을 써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자 안경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경을 함부로 씌우면 오히려 눈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안경을 피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집 안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없애버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인터넷과 티브이와 스마트폰이 점점 세상에서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책으로 돌아와 죽었던 출판사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때 과학귀신이 태리 아빠한테 말했습니다.
“어떤가. 안경사업도 사양사업이 되어 가지?”
“그런 것 같소. 뭐 좋은 아이디어 없소?”
“있지. 그러나……”
“그게 뭐요?”
“안경보다 천 배는 좋은 것이지.”
“가르쳐주시오.”
“안경 대신에 두뇌 시신경에 아주 작은 칩을 장치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사장 아들 태리한테 먼저 시험을 해 보고 그 다음에 다른 집 아이들이 사가도록 해 보게.”
“알았습니다.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좀 주시오.”
“알았어.”
과학귀신은 태리 아빠 귀에다 대고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말해 주었습니다. 태리 아빠는 듣고 좋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싱글벙글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생각지 못하는 단계의 시신경 안경 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태리야. 이리 와.”
보청기를 꼽은 태리가 다듬거렸습니다.
“아빠, 거기가 어디야?”
“그렇게 안 보이냐?”
“안 보여.”
“이제 아빠가 너의 눈을 엑스레이보다 더 밝게 해 줄게.”
“정말?”
“그렇다니까. 너는 이제 새 눈을 갖는 거야.”
그리고 태리 아빠는 태리의 머릿속에다 아주 작고 특이한 시신경 칩을 장치해 주었습니다. 그 순간 태리는 죽는 소리를 지르며 뒹굴었습니다.
“아야! 아야 나 죽어, 죽어 아빠!”
태리 아빠는 당황했습니다. 태리는 펄펄 뛰다가 벌렁 자빠져 꼼짝도 않았습니다. 태리 엄마가 보고 엉엉 울며 아들을 끌어안았습니다. 태리 아빠는 큰 고민에 빠져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태리는 가는 숨을 쉬며 삼일 동안 꼼짝 않았습니다.
“이러다 아이 죽이겠어요. 병원으로 가요.”
태리 아빠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런 것으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간청에 못 이겨 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들은 여러 가지로 진찰을 해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권위 있는 정신신경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환자를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두뇌 신경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다른 환자와 다릅니다.”
결국 병원에서는 고칠 수 없다고 하여 태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삼일이 지나고 새벽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태리가 눈을 떴습니다. 밤새도록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말했습니다.
“태리야, 엄마야 엄마.”
“엄마?”
태리 아빠도 반가워하며 물었습니다.
“태리야, 아빠다, 아빠 보이니?”
“아빠, 보여요, 아주 잘 보여요.”
태리 아빠는 자기 연구가 성공한 것을 알고 뛸 듯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태리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아빠, 아빠 머릿속도 보여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아빠뿐 아니라 엄마 머릿속도 보여요.”
“그게 부슨 소리야?”
“몰라요. 아빠가 숨기고 있는 비밀도 보이고요 엄마 마음속도 보여요.”
“얘가 너무 굶어서 헛소리를 하는 거야. 헛것이 보이는 거야. 무엇이든 가져와요. 배를 채워야지.”
태리 엄마는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데워다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우유는 싫어요.”
“그럼 뭘 줄까?”
태리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가져다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엄마, 바나나도 싫어요.” 했습니다.
이때 태리 아빠가 전에 사온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가지러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태리가 먼저 알고 말했습니다.
“아빠, 아이스크림도 싫어요.”
그 순간 태리 엄마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남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태리가 또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이상할 게 없어요.”
“어떻게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을 다 아니?”
“생각하는 것뿐 아니라 엄마 아빠 몸에 있는 병도 보여요. 치료하는 법도 알 수 있어요.”
“뭐야?”
태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빠, 그 동안 엄마 몰래 숨겨둔 비밀이 있잖아요?”
태리 아빠가 놀라 대답했습니다.
“비밀이라니?”
“말하지 않을게요.”
이때 엄마가 다그쳐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니?”
“엄마도 아빠한테 숨기고 있는 비밀이 보여요.”
“뭐라고?”
11. 과학귀신이 된 아이
태리 아빠 엄마는 서로 바라보고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이때 태리가 말했습니다.
“아빠는 엄마 모르게 지고 있는 빚이 있잖아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아빠 머릿속에서 계산하고 있는 금액이 다 보여요.”
태리 엄마가 놀란 듯 물었습니다.
“당신 사업하여 돈 많이 번다면서 무슨 빚이 있어요?”
“태리 눈을 보이게 하려고 연구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소.”
“그런데 왜 말을 안 했어요?”
“원래 큰돈이 들기 때문이었지. 그 덕분에 태리가 눈을 다시 뜨지 않았소?”
태리는 아버지가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알았습니다. 시력창치를 하기 전에는 모르던 것입니다.
태리 아빠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숨기고 있었소?”
태리가 엄마 대신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성형 수술하는데 아빠 모르게 삼억을 썼어요.”
태리 아빠가 눈길을 아내에게 돌렸습니다.
“왜 그것을……?”
“미안해요.”
이때 태리가 아빠의 마음을 말했습니다.
“엄마, 염려 말아요. 아빠는 지금 그렇게라도 해서 예쁜 얼굴로 돌아온 것이 기쁘다고 생각하고 계셔요.”
태리 아빠가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엄마가 물었습니다.
“당신 정말 태리 말대로 생각하고 계셨어요?”
“놀랍소. 어떻게 내 생각을 얘가 알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요.”
태리가 밝은 눈을 회복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시력장치가 마음까지 읽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때 과학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세 식구가 다 한 자리에 모였군.”
태리 아빠가 먼저 물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요?”
과학귀신이 대답했습니다.
“뭐가 말인가?”
“이 애가 눈만 뜬 게 아니라 마음까지 보는 눈이 되었으니 어찌 하면 좋소?”
이때 태리 엄마가 끼어들었습니다.
“과학귀신님 감사합니다. 우리 집을 살리시고 아들 눈까지 보게 하여 주시었으니 감사합니다.”
과학귀신은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고마워할 것도 없소. 과학이란 누구든지 머리를 쓰면 쓴 만큼 보응을 받는 법이오.”
태리가 물었습니다.
“아저씨, 저는 어떻게 되지요?”
“넌 과학귀신이 되는 거지.”
“귀신은 싫어요.”
“이미 되어 있는데 어떡하겠느냐? 이제부터 나는 너하고 게임도 못한다. 알겠느냐? 남의 속을 다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누가 너하고 상대할 수 있겠느냐? 세상에 너하고 게임할 사람은 없어. 이제 너는 사람들이 하나님보다 더 알아주는 과학귀신이 된 거다. 과학은 하나님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겠지.”
과학귀신은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아저씨! 하나만 물어볼게요.”
태리가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때 태리 아빠 친구 정사장이 찾아왔습니다. 태리가 갑자기 정사장 앞으로 가 엉뚱한 질문을 했습니다.
“아저씨, 지금 사업관계로 아주 미워하는 조사장이라는 분이 있으시지요?”
12. 과학으로 못 고치는 병
“그게 무슨 말이냐?”
태리가 말했습니다.
“빨리 조사장님을 용서하세요.”
정사장이 물었습니다.
“네가 어떻게 조사장을 안다는 거야?”
“조사장님이 파산할 때 아저씨가 돈을 떼이지 않았나요?”
“그랬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냐?”
“아저씨가 조사장님을 미워하는 그 미움이 아저씨 폐와 식도 사이에 굳어서 음식을 먹어도 잘 넘어가지 않아요. 지금 고생하시잖아요?”
조사장은 너무 놀라 눈이 황소 눈만큼 커졌습니다.
“뭐야?”
“제 말을 믿으세요. 빨리 그 가슴에 엉겨 붙은 응어리를 풀어 주셔야 해요. 그냥 계시면 아저씨는 앞으로 404일 되는 날 돌아가세요.”
“네가 점점 모를 소리를 하는구나. 그걸 어떻게 풀면 되는 것이냐? 이왕이면 그것도 가르쳐다오.”
이때 태리 아빠가 태리를 나무랐습니다.
“태리야, 어른들 말을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네가 어른들 일을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거냐?”
태리 눈은 엑스레이 광선보다 강력하고, 보이는 분야가 다양하고 넓었습니다.
“제가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 눈에 다 보여서 알기 때문이에요. 내 말이 맞나 틀리나 아저씨한테 물어 보세요.”
태리 아빠가 정사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미안하이. 우리 아이가 장난이 심했네. 용서하시게.”
“아닐세, 태리가 다 알고 하는 소리야. 다 맞는 말이란 말일세.”
정사장은 태리에게 정색을 하고 물었습니다.
“태리야, 네가 아는 대로 말해다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아저씨는 그 돈 없어도 잘 살 수 있잖아요? 마음에서 미움을 완전히 지우셔야 해요.”
“그걸 어떻게 지우겠느냐. 너무 억울해서 못 잊고 있고 그것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아저씨가 병나시면 그 돈 받아도 못 고치세요.”
“그러냐? 잊는 방법을 말해다오.”
“아저씨한테는 무척 힘든 일인데……”
“무슨 일이든 하마. 그렇게만 되면 몇 년이나 더 살겠느냐?”
“앞으로 오십 년을 더 사실 수 있어요.”
“그래, 네가 하라는 대로 하마. 말해다오.”
“미워하는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과학이나 사람이 할 수 없어요.”
“의학이 이렇게 발달했는데도 말이냐?”
“과학도 의학도 못 고치는 게 있어요.”
“그게 뭐냐?”
“몸에 난 병은 과학이 고칠 수 있지만 마음에 난 병을 과학으로 못 고쳐요.”
“그러면?”
“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이지요.”
“신이라면 동네 장승한테 빌까? 무당을 찾아갈까?”
“안 되지요. 장승이나 무당은 참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지요.”
“참신이라면 절에 가서 부처님께 빌면 되겠느냐? 조상님께 빌면 되겠느냐?”
“부처는 도덕적 지도는 하지만 마음속을 바꾸지는 못해요. 조상은 이미 산 사람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그럼 무엇으로 바꿀 수 있느냐?”
“가르쳐드리면 싫어하실 거예요. 아저씨는 여기저기 다니며 굿도 하고 시주도 했지만 하나님한테는 아무것도 드린 것이 없고 또……”
“또?”
“아저씨가 가장 싫어하는 하나님……”
“네가 결국 나를 예수꾼 만들 생각인가 본데 그것만은 안 된다.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안 도와주는 하나님이 있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이 아니다.”
“저도 과학이 감당할 수 없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지금 깨닫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래도……”
“맘대로 하세요. 마음속에 박힌 원한과 미움은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못 고치는 병이니까요. 그만 가 보세요. 404일이 되면 다시는 우리 집도 못 오실 거예요.”
“어린 것이 위협을 다 할 줄 아네. 하하하하.”
정사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한테 태리가 신이 내렸다고 소문을 냈습니다.
13. 점에 약한 사람들
그 소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맨 먼저 찾아온 사람은 옆집 할머니였습니다.
“듣자 하니 태리가 용한 신이 내렸다는데 그게 참말이우?”
태리가 그 소리를 듣고 나왔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세요. 저는 신이 내린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 이렇게 된 거예요.”
“과학이 뭐여?”
“무엇이 알고 싶으세요?”
“난 몇 년이나 더 살 것 같으냐?”
“할머니는 마음병을 고치면 십 년을 더 살고 안 고치시면 내년에 돌아가세요.”
“뭐야?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야?”
“할머니 체질을 보기 때문이에요. 할머니는 십삼 년 동안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과학의 힘이지요.”
“과학이 귀신이냐?”
“귀신보다 높아요.”
“그럼 네가 세상에서 가장 높다고?”
“저보다 높은 분은 따로 있어요.”
“그게 누군데?”
“그분한테 가면 고칠 수 있어요.”
“가르쳐 다오. 당장에 가서 만나봐야 하겠다.”
“할머니가 그분을 만나려면 아주 힘들어요.”
“누군데, 어디 있는 분이냐?”
“교회에 가시면 만나볼 수 있어요.”
할머니가 버럭 화를 냈습니다.
“어린 것이 별 소리를 다하여 노인네를 놀리는구먼. 내가 평생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 살았고 지금도 우리 절에서는 나를 보살로 모시는데 나를 보고 감히 교회를 가라고? 죽으면 죽었지 거기는 안 간다. 내가 주는 것 없이 미워하는 것들이 예수쟁이인데 쯧쯧 너도 한심하다. 신이 내려도 아주 더러운 귀신이 내렸어!”
할머니는 화가 나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갔습니다. 할머니가 가고 난 다음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기 운명을 점쳐 달라고 줄을 섰습니다.
태리를 만난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가 모시는 신의 이름으로 빌었습니다.
“부처님, 보살님 내 운명 좀 보아 주십시오.”
“영험하신 눈으로 내 사업이 잘 되겠는지 보아주십시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들었는지 과학신도 불렀습니다.
“과학신님 우리 아들 내년에는 대학 시험에 붙겠습니까?”
태리는 누가 무엇을 물어도 대답할 말이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태리 엄마한테 돈과 금품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14. 과학의 한계
앞에 나서지는 않아도 태리 아빠도 돈이 펑펑 들어오는 것을 보고 좋아서 싱글벙글 한 해를 넘겼습니다. 태리의 예언과 병 치유 처방은 매우 정확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태리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용하다, 용하다 하니 옆집 할머니도 동네 사람이 안 보이는 먼 곳에 있는 교회를 몰래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사장도 소문이 크게 퍼지자 태리의 말을 믿고 교회를 나가고 마음에 박힌 미움을 하나님 앞에 내놓고 자기 힘으로는 안 되니 하나님이 고쳐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미움이 사라지고 막힌 가슴의 응어리가 풀려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어린 태리 덕이라고 하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몰래 몰래 교회에 나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서도 왜 갑자기 자기가 교회를 나오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태리가 대단한 점쟁이라는 말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통하여 빠르게 멀리 퍼졌습니다.
태리 아빠는 태리한테 만들어 준 시신경 청각 치료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약 다른 아이들한테 만들어 주면 자기 아들이 유명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수입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태리가 절망적인 말을 했습니다.
“아빠,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왜 그러느냐?”
“시력 청각 장치에 저장한 배터리가 오늘 밤 끝날 거예요.”
“무슨 소리냐?
“배터리가 다 되었어요. 저한테 맡는 배터리를 갈아 끼워야 해요.”
태리 아빠는 크게 낙담했습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자기 기술을 빼내 가면 안 되기 때문에 공장의 모든 설계도와 기록을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큰일 났구나. 배터리가 없으면……”
“배터리가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사람들이 와도 대답을 못해요. 이것이 과학의 한계예요.”
“그 과학귀신은 어디서 무얼 하기에 전혀 나타나지를 않는 거냐?”
“과학귀신이 바로 저예요.”
“뭐라고?”
“앞을 못 보고 귀가 안 들려도 태리는 아빠 아들이에요.”
“네가 내 아들은 맞다만 넌 내 마음에 신처럼 다른 기이한 인물로 새져졌으니 걱정이다.”
곁에서 듣고 있던 태리 엄마가 말했습니다.
“잘됐어요. 우리가 과학을 너무 믿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더 이상 과학을 의지한다면 사람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것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해요. 과학귀신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버렸잖아요. 가장 어려울 때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었던 거예요.”
“그러나 너무 허무하지 않소?”
“그게 욕심이에요. 우리 짐 싸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가서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잊고 산 잘못을 용서받아요. 그러면 치료의 하나님이 태리의 눈을 다시 보게 해 주실 줄 믿어요. 설사 눈이 안 보여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영안으로 보며 평안을 얻고 구원의 믿음을 가지고 즐겁게 살 수 있어요.”
내용 개요
과학은 겉 사람을 고치고 하나님을 속사람을 고친다.
부자가 가난해져서 산동네 꼭대기로 이사를 하였다. 모든 것을 다 잃은 부모는 귀여운 아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와 스마트폰만을 아들을 위하여 가지고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하고 자려는 아들이 옆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과학귀신이다.
둘이 그 집안이 망치게 된 이야기를 하고 아들을 망가뜨릴 계획을 세운다. 아들은 그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귀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아낸다.
그 귀신들은 과학이라는 힘 즉 사람이 사람끼리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나 그렇지 못한 기적 같은 것은 부정한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교회와 성경이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방탕하고 신은 없다고 하는 것이며 과학에만 의존한다.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고 컴과 스마트폰에 빠져 게임을 하고 공부를 멀리하며 전자파를 지나치게 받은 아이는 눈이 나빠지고 청각이 마비된다.
눈을 안과에서 고치다 보니 안경이 원형에 가까운 안경을 만들어 써야만 초점이 맞는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못가 무효가 된다.
아이에게 과학에 의존하여 인공 안구를 만들어 눈을 교정한다. 인공 안구는 엑스선보다 무서운 투시력일 있어서 사람들 머리를 들여다보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안다. 그리하여 아이는 신처럼 된다. 부모는 아이에 의해 돈을 번다.
그러나 아이 머리에 장치한 배터리 성능이 사라질 때 아이의 투시력도 사라진다. 결국 사람은 하나님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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