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자랑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화장실은 물론 식당에서 물도 얼마든지 공짜인데 유럽은 모든 화장실 사용료 0.4유로(약 600원)를 내야 하고 물도 한 병에 1.5유로인데 병을 반환해 주면 0.5유로를 공제해 준다. 맥주값보다 물값이 조금 싸다.
그렇게 거금을 내고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변기 두 개가 있고 한 사람은 서서 용변을 보는데 다른 청년 하나는 비어 있는 변기를 두고 멍하니 서 있었다.
내 생각에 그는 큰일을 보려고 대변실에서 사람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줄 생각하고 비어 있는 남자 소변기에 낼름 들어서서 볼일을 보고 돌아서니 큰외손자가 서서 나를 보고 살짝 웃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온 다음 외손자가 말했다.
"할아버지 화장실에서 새치기 하시면 안 되어요."
"내가 무슨 새치기를 해?"
"여기서는요, 남자 화장실 변기에 작은 칸막이가 있으면 아무 때나 용변을 볼 수 있지만 이 화장실처럼 칸막이가 없을 때는 그 사람이 끄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변기를 사용하는 거예요. 할아버지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셔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들어가시니까 그 사람과 소변 보던 사람이 다 놀라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어요. 저는 할아버지가 그러시는 바람에 창피했어요."
"그러냐? 너한테 미안하고 그 사람들한테 사과를 하고 싶구나."
"몰라서 그러신 건데 어쩌겠어요. 다음에는 주의하세요."
이거 어디 쪽팔려서 할아버지 노릇하겠나.
남자 여러분, 유럽 가시거든 이런 것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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