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포도밭에 나가시는 날 나는 하루 종일 집을 봅니다. 그러다가 해가 질 때쯤 들길로 나가 엄마를 기다리면 엄마는 온 종일 포도밭에서 일을 하시고 포도처럼 까만 얼굴로 돌아오십니다. 나는 달려가 엄마 손을 잡고 부지런히 걸으면서 말했습니다. “엄마는 좋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엄마는 온 종일 포도를 따먹다가 오시는 거 아녜요?”
“포도밭을 하는 사람이 포도를 다 따먹으면 무엇을 가지고 팔겠니?” “정말 하루 종일 포도 한 송이도 안 따 잡수셨어요?” “한 송이가 아니라 한 알도 안 따 먹었단다.” “오늘 엄마가 이고 오는 포도는 파실 거예요?”
“이건 올 농사를 지은 첫 열매란다.” “그래서 우리 식구가 먹을 건가요?” “아니야, 이건 아주 귀한 분에게 드릴 거야.” “우리 식구들보다 더 귀한 분이 있나요?” “그럼, 우리 식구보다 더 귀한 분이 계시지.” “아빠보다요?” “그 분 다음이 아빠지.” 우리 집에서 아빠보다 더 귀한 분이 누굴까? 다음 날 아침 엄마는 곱게 차려 입으셨습니다. 그리고 포도 바구니를 이고 내 손을 잡으셨습니다. “가자.” “장으로 가실 거예요?” “아니다. 교회로 간다.” “포도를 가지고 교회로 가요?” “이 포도는 하나님께 바칠 것이란다.” “하나님이 포도를 잡수시나요?” “그럼, 하나님은 이 포도를 받으시면 아주 기뻐하시면서 혼자 잡숫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단다.” 엄마는 포도를 교회 강대상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목사님이 아주 기뻐하시면서 설교를 마치고 광고 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아주 기쁜 날입니다. 서울에서 귀농하여 포도밭을 개간하고 삼 년 동안 땀 흘리신 우리 교회 한천자 자매님께서 오늘은 금년에 처음 딴 포도를 하나님 앞에 먼저 바치셨습니다. 네 처음 소산을 하나님께 바치라고 한 말씀을 따라 드린 이 귀한 포도가 앞으로 열 배 백배의 수확을 보장할 것입니다. 한천자 자매님께 축하의 박수를 드립시다.”
많은 교인들이 온 얼굴에 웃음으로 화장을 하고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렇게 칭찬받을 일을 하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내가 먹지는 못해도 엄마가 박수 받는 것이 아주 기뻤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께서 포도 바구니를 들고 식당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축복 기도를 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식사 후 디저트로 이 포도를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한 알이라도 드시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농사를 잘 지으신 한천자 자매님께도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한천자 자매는 일찍이 서울 일등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하시다가 우리 고장으로 오셔서 포도원을 개간하여 오늘 삼년 만에 첫 수확을 하셨습니다. 그 귀한 것을 하나님께 바치셨고 우리 고장에 오신 날이 오늘 천 번째 되는 날입니다. 귀농을 결정하신 용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식당 안에는 다시 천둥 같은 박수 소리가 넘쳤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분들이 목사님이 나누어 주신 포도를 한 알씩 입에 넣으면서 눈을 감으셨습니다. 모두가 포도를 입에 넣고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귀한 농사를 짓게 하시고 소득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귀한 것을 주신 하나님 한천자 자매에게 백배 천배의 복을 내려주시옵소서.”
포도 맛을 보시던 장로님께서 큰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포도 맛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포도 중에 가장 맛이 달고 향이 진합니다. 금년에 지으신 한천자 자매님의 포도는 모두 제가 사서 우리 교회 성찬식용 포도로 바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으로 포도주를 담가 성찬식에 사용하면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 말에 더 큰 박수가 식당이 흔들릴 정도로 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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