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계단

웃는곰 2008. 5. 3. 21:10
 

계단

아현동 지하철 삼층 계단

이층 계단 턱에

남루한 외투에 머릴 박고

얄따란 양은 그릇 하나 내놓고

새까만 손 달달 떨며

구걸하는 사람


계단 입구

시주하고 복 받으라 쓴

보시함 앞에

두꺼운 실목도리

두툼한 두루마기

폭신한 모자로 귀까지 덮은

스님 하나

목탁을 친다

딱 따르르 딱딱

딱 따르르 딱딱


목탁 소리는 천만 근 무게로

아래 엎딘 걸인 머리에

우박처럼 떨어진다


한 사람은 보상 없이

구걸하고

한 사람은 복을 준다며

동정 청한다


시주함엔 지폐가

백만 천 배 보상 빌며

줄래줄래 들어가고

양은그릇엔 인색한 동전 몇닢

우는 소리로 떨어진다


딱 따르르 딱,

딱 따르르 딱

목탁 소리는 천둥소리로

경쟁자 머리 위에

저주의 독경으로 구르고


스님은 돈 가득한 시주함 메고

몇 닢 동전에 삶을 건

걸인 앞을 무심히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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