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현동 지하철 삼층 계단
이층 계단 턱에
남루한 외투에 머릴 박고
얄따란 양은 그릇 하나 내놓고
새까만 손 달달 떨며
구걸하는 사람
계단 입구
시주하고 복 받으라 쓴
보시함 앞에
두꺼운 실목도리
두툼한 두루마기
폭신한 모자로 귀까지 덮은
스님 하나
목탁을 친다
딱 따르르 딱딱
딱 따르르 딱딱
목탁 소리는 천만 근 무게로
아래 엎딘 걸인 머리에
우박처럼 떨어진다
한 사람은 보상 없이
구걸하고
한 사람은 복을 준다며
동정 청한다
시주함엔 지폐가
백만 천 배 보상 빌며
줄래줄래 들어가고
양은그릇엔 인색한 동전 몇닢
우는 소리로 떨어진다
딱 따르르 딱,
딱 따르르 딱
목탁 소리는 천둥소리로
경쟁자 머리 위에
저주의 독경으로 구르고
스님은 돈 가득한 시주함 메고
몇 닢 동전에 삶을 건
걸인 앞을 무심히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