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겨울 나무

웃는곰 2008. 5. 3. 21:08
 

겨울나무

언 땅에 다리 묻은

겨울 나무

가지 끝에 달 걸어놓고

금식 기도중


달은 가지 끝에

얼굴을 올려놓고

역사책을 읽는다


나무 밑엔

하얀 지팡이 장님이 가고

한 다리 짧은 늙은이

자벌레 걸음으로 간다


장님은 눈감은 은혜로

죄를 모른 채

하늘로 가고

절름발이는

욕심을 좇지 않아

하늘로 갔다


정치인은

거짓말 상 차리고

연회를 열고

부자는 술잔에

달 띄우고 놀더니


둘은

화롯불에 빠져 죽었다


도도한 달은 책을 덮고

새 역사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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