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시 93

죽은 사람 산 사람

죽은 사람 산 사람 죽은 사람이 산 사람 괴롭히는 건  죽어서도 죄 짓는 것/  영혼 떠난 육신은 내 것이 아니고  산 사람 몫/  산 사람들은 남은 시체를  그가 살아서 행한 가치를  평가하여 처리 /  시체를 버리고 떠난 영은  하나님 몫/  하나님도 그가 영적으로 행한  가치를 따라 처리/  아직 살았으므로 하고 싶은 말 죽어서까지  남한테 욕을 먹어서야 되겠나. 죽으면 화장하여  유골을 강물에 띄우든지 깊은 산 속에 뿌리면 될 것을 거창한 묘를 만들고 납골당에 모시는 효도 몇 년이나 갈까? 백년? 만년? 다 부질없는 것.

문학방/시 2025.02.02

뒤죽박죽 인생

뒤죽박죽 인생 뒤죽박죽 사는 인생잘난 놈도 죽고 나면 땅 반평에 누워 썩고못난 놈도 죽고 나면 반평 땅에 묻혀 썩고그렇게 흙으로 돌아갈 인생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고뒤죽박죽 이리저리 굴러 다니다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웃고 울며 친구 삼고 즐기다순서없이 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아직 살아 있음에 족하나몸뚱이는 흙으로 들어간다 치고내 의식과 영혼은 어디다 맡길 건가?그만은 알고 가야 하지 않는가  허허 당신도 나도 아직 영원인 줄 알고 살지 않는가어차피 뒤죽박죽 인생어울려 즐겁게 웃고 삶이 어떤가?

문학방/시 2024.12.22

과꽃과 어머니

과꽃과 어머니 나는 과꽃이 국화로 알았다 어머님이 짜장면 플라스틱 대접에 어디서 흙을 구해다 낯선 새싹을 심어 놓고 날마다 물을 주고 보시다가 잎이 활짝 펴고 팔 벌리던 날 어머니는 사랑하는 꽃을 못 보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그 플라스틱 화분에  어머니 대신 물을 주며 어머니 사랑을 심었다 그리고  '국화가 피는 날 나는 울 거야' 라는 시를 쓰고  시집을 펴냈다. 그 꽃이  과꽃인 줄 모르고 국화로 알았지만  지금도 그 꽃을 보면 물 주고 들여다보시던 어머니 작은 등이  내 가슴에서 아직도 어려 나를 떠나지 않아 나는 과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문학방/시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