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54 / 하늘은 구름이 떠야 보인다
이런 날도 있다.
52-2번 버스
승객이 나 하나뿐이었다.
나만 타고 가도 되는 건가?
그러면서 창밖을 보았다.
차창 밖은 바람도 맑고 하늘도
새파란 좋은 날씨다
하늘은 마치 열어놓은 창처럼 시원하다.
하늘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
하늘은 구름이 떠야 보이고
바다는 배가 떠야 넓어 보이며
사람은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위대해 보인다.
여자는 남자 옆에 있을 때 아름답고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았을 때 그림 같다.
하늘의 별들이 다 내려와 한 곳에 모인다 해도
들녘 작은 꽃 한 송이보다 못한 것은
나비가 별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을버스가 한가롭다.
사람이 없으니 볼 것도 없고
들리는 소리 없으니 할 말도 없다.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 일상이
못 볼 것 보고,
못 들을 소리 듣고
깔짝대는 것보다
좋다.
열 가운데 일곱은 만나지 말고 싶은 것들이고
겨우 세 개가 만나도 좋고 안 만나도 좋은 것들이니
내 마음은 선한 것을 외면하는
못된 눈이
따로
있어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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