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52 / 비단벌레 노신사
오래, 아주 오래 전에 산 고갯길을 넘던 기억이 새롭다.
6월해가 쨍쨍한 날 산 고개 길을 가다 보면
흙 자갈길 옆 숲에 온갖 곤충들이 나타나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땅개비, 때까치, 여치, 풀묵지, 송장풀묵지, 오줌싸개, 소똥굴이 일개미. 왕거미.
그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고 흔한 것은 송장풀묵지였고
그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예쁜 것은 비단벌레였다.
다른 것들은 잡으려 들면 쉽게 밥을 수 있었으나
오만하고 화려한 비단벌레는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었다.
비단벌레를 아는 사람은 기억하리라.
파랗고 반짝거리고 날렵한 비단벌레.
오늘 내가 왜 이런 곤충 추억을 회상하는가 하면.
전철 신길역에서 아주 희한한 차림의 70대쯤 보이는 신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늘 보는 차림의 의상이지만 맞은편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황금 찬란한 노신사가 쇼킹했다.
그는 바로 산길에서 흔히 보았던 곤충들 가운데 탁월하게
눈길을 끈 비단벌레처럼 경로석을 환하게 빛냈기 때문이다.
다른 노인들은 시든 야채 같은 느낌을 주는데
노란 상고모자에 파란 띠가 둘러 있고 상의 하의가
황금빛 찬란한 양복에 비단벌레 같은 넥타이.
손에도 하얀 장갑을 끼고 갈색 안경테에 연갈색 안경알,
빨간 양말에 구두가 일품.
구두코는 빨갛고 구두 등은 파랗고 황금색 구두에 빨간 양말을 신었다.
나 보고 그런 구두에 양복을 입어 보란다면 어느 것
하나도 착용한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70대 노신사의 늠름한 자세가 부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나는 혼자 보기 아까워서 몰카를.
이 티스토리는 아카데미칼하다고 할까 좀 별난 느낌의
몇 안 되는 분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그 사진을 올렸다가
바로 내리기로 하고 보여드리기로 했다.
정말 보기 드문 황금빛 패션이다.
여러분도 이런 차림을 한번 해 보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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