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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48 / 술과 나이는 정비례한다

웃는곰 2026. 5. 31. 09:39

옆 사람 148 / 술과 나이는 정비례한다

 

전철 옆 좌석에 술이 거나한 영감 둘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머리숱이 많고 얼굴이 팽팽한 대춧빛 영감.

 

자네도 인생 다 되었구먼.”

대머리 영감.

다 되었지.”

팽팽한 영감,

어렸을 때 자네는 학교를 다니고 나는 공장에 다닐 때

자네가 참 부러웠어.”

나는 지금의 자네가 부러운 걸, 허허허허.”

부러울 것도 많다.”

 

나도 젊어서 모험을 했어야 하는데 화이트칼라가

나를 버려놓았어. 이력서 들고 다니며 얻은 자리가

지금 생각하면 남의 감나무 지켜주며 감나무

주인이 주는 감만 받아먹다가 나이 들어 늙으니

감나무 지킬 능력 없다고 주인한테

쫓겨난 신세가 된 꼴이야.”

 

그래도 자네는 출세한 거야. 한국 굴지 기업에서

상무까지 하지 않았나.”

상무가 뭐 대순가. 비석에도 못 쓰는 직책을…….

내가 공부한 것이 겨우 그런 일이나 하자고 한 것이었나

생각하면 학비가 아까워.”

나는 학벌이 없어서 이력서 한 장 못 써보고 인생을 살았어.”

대머리.

늙고 보니 학벌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같더군.

누가 내 학벌 쓰겠다는 사람 있나?

학벌 없는 자네가 지금은 대학 나온 사람들을

골라가며 가려 쓰고 있지 않은가.

사람 늙어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것이 학벌이야.

난 학벌보다 자네가 부러워.”

 

아니야, 나는 채우지 못한 것이 학벌이고 한이야.”

늙어서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자네는 몰라.

누가 자네를 정년이라고 밀어낼 것도 아니고

대학 나온 사원들을 거느리고 일하는 자네야 말로

학벌 안 부러운 사람이지, 하하하.”

 

나는 여기까지 듣고 목적지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사무실로 오면서 생각했다.

 

사람은 나이를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을수록

망령을 떨고 추한 모습을 보이고 술도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주정하고 추태를 보인다.

 

나이 많이 먹는 것과 술 많이 마시는 건 정비례한다.

그리고 나이를 똑같이 많이 먹으면 학벌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학벌과 나이가

정비례한다.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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