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방/수필

허세 부자 알찬 부자

웃는곰 2026. 5. 24. 15:49

내 친구 중에는 아주 멋쟁이가 있고

멋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친구가 있다.

멋쟁이 친구는 언제나 반듯하게 맑은 안경을 쓰고

반르르한 머리에 향수까지 뿌리고 구두를 반짝거리게 신고

칼날 바지 주름에 핸섬한 차림이다.

그러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서라도

몸 치장에는 비단벌레 저리 가란다.

 

"입은 거지는 얻어 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외모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차림새가 구질구질하면 돈도 안 꾸어 준다."

이렇게 말하는 그에게 줄줄이 달린 것은

여기저기 빚쟁이에 돌려막기 카드가 전부다.

카드도 수십 장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런데 멋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친구는 언제 샀는지 모를 양복을

솔깃이 나달나달하도록 입고 다닌다.

그래서 결혼식장 등에 가서 그 친구 찾기는 쉽다.

수십 년 전에 입은 옷을 그냥 입고 다니기 때문에

옷만 보면 그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다.

 

그래도 그는 미운 소리 안 듣고 구두쇠소리 안 듣고 산다.

누구네 경사든 상사든 소식만 받으면 가장 먼저 봉투를 챙겨들고 찾아간다.

봉투도 두둑하다.

언제나 가장 많은 부조를 하는 사람이다.

말도 많지 않다. 웃으며 친절하게 따듯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거기다 옷이나 잘 입으면 얼마나 더 멋이 있을까 싶기도 한 친구다.

 

친구들이 모이면 그 사람은 늘 자기 발로 맨 끝에 가서 앉는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이 억지로 가장 좋은 자리에 끌어다 앉힌다.

그러나 멋쟁이 친구는 늘 제 발로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가 앉는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다른 힌구들이 밀고 올라와 자리를 차지하고 그는 밀려난다. 

 

친구들은 누가 먼저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좌석의 서열은

덕이 있는 사람이 위로 밀려 올라가고 껍데기만 갖춘 친구는 문앞까지 밀려간다. 

돈이 있고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옷을 잘 차려 입고 돈을 꾸러 다닌다는 생각이 문제다.

허름하게 입어도 성실한 사람은 인간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치장을 하고 나서도 자기 힘으로 살아갈 생각은 않고

여기서지서 돈만 꾸어들이는 친구는 밀려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말쑥한 차림의 친구를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허름한 차림의 친구곁으로 다가가고 싶은 건 돈 때문일까?

 

요새 공장에서 손에 물 하나, 기름 한 방울 안 묻히고 주둥이로 살던 

잘난 지도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 인물들을 보면서 특이한 두 친구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