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144 / 큰 나무 작은 나무
오늘은 집사람이 차를 태워 주어 편하게 출근했다.
우리는 늘 그렇듯이 시시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시시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마님 : 교회는 열심히 나오는 부부가 자주 싸우는데 왜 그럴까요?
나 : 잘난 사람끼리 살면 잘 싸우는 것 같던데……
마님 : 우리는 못나서 싸움도 할 줄 모르는 사이지요?
나 : 그렇지. 우리는 못난이 부부니까.
마님 : 그 사람들은 둘 다 대단히 똑똑한 것 같아요.
나 : 나무가 똑같이 크면 바람이 불 때마다 부딪치듯
사람도 똑같이 똑똑하면 부딪치는 것 아니겠소.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있으면 큰 나무는
위 바람과 씨름하고 작은 나무는
아래 바람과 어울리다보니 부딪칠 일이 없는 것이오.
(마님, 운전대를 잡은 채 불만스럽다는 듯 웃으며 한 마디.)
마님 : 그럼 자기는 크고 나는 작아서 싸우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이크! 이러다가 정말 싸우겠다!)
나 : 천만에 마님은 내가 올려다보기도 힘들만큼 높아서
상대가 못 되어 감히 싸울 엄두도 못낸오.
마님 : 키는 내가 작은데요.
나 : 작아도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있잖소.
마님 : 차를 태워드리니 아부도 잘하시네.
나 : 날마다 태워준다면 아부가 문젠가 하하하하.
이렇게 시시한 이야기만 하다가 60년이 넘도록 싸움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늙었으니 얼마나 억울한가.
우리는 정말 바보라 그런 것 같아서 한번 싸워볼까
궁리해 보았으나 시빗거리를 못 찾겠어서
웃는곰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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