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옆좌석에 누가 앉을 것인가가 가장 관심거리다.
제발 담배 냄새 나는 사람 좀 오지 말아다오.
제발 진한 향수 뿌린 여자 오지 말아다오.
그런데 내 소망은 이렇게 망가졌다.
늑대 같은 50대가 턱 앉는데 이크! 이 냄새 진한 담배 찌든 냄새
너 어디까지 가니? 빨리 내려라 내려 하는데 두 정거장 가서
다행히 내 소원대로 늑대가 내렸다
아! 이젠 살았다.
빈 자리를 가만 둘 리 없는 승객
이번에는 70대로 보이는 배불뚝이 할망이 와서 두꺼운 오바를 퍼질러 놓고 앉았다.
여자라 다행이라 생각했거늘
이크! 이게 무슨 냄새야?
담배 냄새보다 더 구역질 나는 이상하고
쿨쿨한 냄새가 코를 공격했다.
아! 난 어디로 가야 하나 아직 갈 길이 먼데...
또 두 정거장 지나서 그 할망이 내렸다.
이번에는 까치같이 날렵하고 날씬한
아가씨가 구름처럼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 순간부터 나는 듣락 도착!
하얀 볼에 긴 머리가 한 가닥이 곱게 흘러내린 아가씨
쏙빠진 미인은 아니지만 귀여운 얼굴이었는데
그녀에게서는 봄안개 젖어오듯 가늘게 흘러드는 분꽃 향!
나는 나비가 되어 그 향에 코를 달고 빌었다.
아가씨, 내가 가는 곳까지는 떠나지 말아주오
아가씨는 내가 내리는 정거장까지 와서
동쪽길로 갔다.
나는 마음을 동쪽길에 깔아놓고
서쪽 지하철을 바꾸어 탔다.
분꽃 향기 아가씨
고마운 아가씨
행복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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