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씨앗의 운명은 바람이 정해 준다.
아파트 돌계단 돌쪽 틈새 좁고 모진 곳에 태어난 작고 이름도 알 수 없는
풀이 예쁘게 돋아 있다

그냥 스쳐보면 잎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보다 예쁜 꽃이 오그르르 피어 있다.
그 풀꽃은 누가 거기다 심었을까?

사람?
새?
강아지?
다 아니다.
바람이 거기까지 날라다 놓은 거다.
들꽃 씨앗은 어떤 것이든 바람에 날려
아무 땅이든 흙에 묻히고 새싹으로 태어나
거기서 살다 가는 것이다.
뿌리로 번식하는 장미도
척박한 땅에 묻히면 초라한 풀처럼
싹을 틔우고 손톱만한 장미를 피우고
아무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스러진다.
이름 없는 씨앗도
기름진 옥토에 떨어지면 제 기량껏 자라
화려한 모습으로 살다가 떠난다.
장미도 그렇다.
옥토에 뿌리를 내리면 화려한 꽃 장식을 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 떠난다.
아파트 계단 돌 이음새 틈 사이에
하루 종일 오르내리는 발길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데
어떻게 이리도 예쁜 일곱 팔을 벌리고
꽃까지 달고 웃고 있는가.
사람도 그렇다.
돌판 사이에 태어나 풀처럼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는
가는 인생이 있고
옥토에 떨어진 씨앗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풍성한 잎과 꽃을 피우고 살다 가는 인생이 있다.
모진 삶에 지친 사람은 그것이 자연이 맡긴
내게 준 사명이려니 받아들이고
돌 틈에 핀 꽃처럼 작으면 작은 대로 예쁘게 꽃을 달고
웃고 살다 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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