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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41 / 잊을 수 없는 여인

웃는곰 2026. 5. 9. 09:38

옆 사람 141 / 잊을 수 없는 여인

나는 금요일마다 오후 3시 정각에 무궁화호를 타고 퇴근한다.

부산행 3호차 39번석이 내 자리로 알고 차에 올라 가 보니 그 자리에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내가 스마트 폰을 내밀며 내 자리가 거기라고 하자 그 여자도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39번석이 맞았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실랑이를 하는데 승무원이 와서 내 표를 확인했다.

선생님, 차를 잘못 타셨어요. 이 차는 15시 정각 차이고 예약하신 차는 1513분차입니다. 어디까지 가시지요?”

수원이오. 그럼 다음 정거장에서 뒤차를 바꾸어 타야겠네요,”

이 차는 수원에 한 번 섭니다. 수원까지 가시면서 뒤차를 타시겠다고요? 죄송하지만 수원까지 서서 가셔야 합니다.”

나는 얼결에 수원에서 다음 차를 기다렸다가 타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미련한 소리인가. 수원역에 내려서 어디로 가는 차를 탈 건데?

나는 4호 칸이 입석자들을 위한 칸이라는 것을 아는 터라 4호칸으로 갔다. 거기는 이미 좌석이 꽉 차서 서서 갈 생각을 하는데 뒤에서 고운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수원까지 가신다요?”

돌아보니 잔잔한 꽃무늬 세타에 가냘프고 예쁜 50대 여자가 나를 보고 묻는 것이었다.

, 그런데 왜 물으시나요?”

저를 따라 오세요. 자리가 있어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꽃네를 따라 3호칸으로 갔다. 꽃네는 49번석으로 가더니 빈자리를 보여주며 앉으라고 했다. 자리가 있다는 말에 따라 오고 보니 그 자리는 그 꽃네 자리였다.

여기는 부인 자리잖아요?”

저는 수원까지 갈 정도는 서서 가도 되어요. 편히 앉아 가세요.”

죄송하게 되었네요.”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가방에서 울타리를 꺼내주면서 말했다.

나는 고맙게 해주시는 분께는 감사표시로 이 책을 드립니다.”

안 주셔도 되는데. 책이 작고 예뻐서…….”

그러면서 받아들고 4호칸으로 갔다. 내가 서서 가야 할 길을 꽃네가 서서 가는 것이 매우 고맙고 죄스러웠다.

수원역에 도착하자 가냘프고 예쁜 꽃네가 돌아와 허리 인사를 했다. 편히 왔느냐는 인사였다. 나는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나는 내리면서 그 자리에 얌전히 앉는 꽃네를 한번 더 보았다. 날마다 보아도 더 보고 싶을 예쁘고 사랑스런 얼굴이었다.

어디까지 가는지 성함이 누구신지 많이 알고 싶지만 그럴 시간도 여건도 아니어 서운한 마음으로 내렸지만 울타리라도 감사의 표시로 건네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쁜 감정의 체험은 처음이었다.

고마운 꽃네님 어디까지 가시든 건강하고 행복하시고 울타리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