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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42 / 그놈이 그놈이었다

웃는곰 2026. 5. 13. 10:27

옆 사람 142 / 그놈이 그놈이었다

지하철 바닥이 꺼질까 걱정이라도 되는 듯

살금살금 사뿐사뿐 허리를 얌전히 숙이고 다가오는 반백 사내.

빨간 넥타이에 반질반질한 구두, 말끔한 옷차림.

내 옆 비어 있는 자리로 겸손히 다가오더니 허리를 숙이며

여기 좀 앉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정히 앉더니 왼쪽 팔을 썩 걷어 올리고 한 팔을 내놓는데

엄청나게 큰 황금 시계가 나 보란 듯 번쩍거렸다.

나는 그런 시계는 처음 보는 터라 거기에 눈길을 박고 저런 것은 얼마나 비쌀까?

저런 것을 차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부자인가 보다

생각하는데 그가 겸손히 격식을 차리고 물었다.

이 차가 금정역을 가지요?”

.”

 

나는 아직도 금시계에 빠져 대답했다.

한 삼십 분이면 가겠지요?”

, 그럴 겁니다.”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은 보지 않고 시계만 보았다.

금정역에서 수원 가는 차가 있습지요?”

.”

그랬더니 그가 또 한 마디 했다.

저는 시골서 왔습니다.”

 

나는 이 말에 얼굴을 돌리고 그 사람을 똑바로 보았다. 언제인가 들어 본 같은 말이었다.

저는 시골서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를 바로 쳐다보는 순간 어디서 본 사람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차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

그 사람은 벌떡 일어서며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가겠습니다.”

하고 일어나 나가 버렸다.

나는 그 사람을 어디서 보았나 생각해 보니 작년에 당산역에서

시골 강릉에 있는 태양 모텔 주인인데 도둑을 맞아서 차비가 없으니

15만원만 꾸어주시면 갚겠다고 자기 주소 전화번호까지 적은

종이쪽지를 내보이며 매달려 딱하기에 10000원만 주고 난 뒤에

그가 바로 사기 친 도둑놈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시 전화를 걸어보니 그런 번호가 없다는 것이고

주소도 그런 곳이 없고 태양 모텔도 없다고 했다.

저는 시골서 왔습니다.’

 

그 소리. 아직도 그 놈은 전철을 타고 다니며 사기를 치고 있었던 거다.

그런 그가 우연히 나를 만나 눈치를 채고 이크! 큰일 났다하고 달아난 거였다.

그 놈이 그 놈이었다

멀쩡한 놈이 할 짓이 없어 그 짓을 아직도 하고 있는지.

길에서 과도히 상냥하게 굴고 금 팔지 금반지 번쩍번쩍 자랑하는자

처지가 딱한 척 사정하거든 딱 잘라 거부하시고 조심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