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면 날마다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도 글로 옮기면 작품이 된다.
오늘도 그랬다. 전철 맞은편에 마스크를 한 아가씨가 마주앉았다.
눈이 예쁘고 밝은 인상이라 눈여겨 건너다보았다.
그런데 아가씨가 내 쪽을 바라보는 눈이 이상했다.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인가 생각을 더듬었다.
그러는 순간 아가씨가 갑자기 내 쪽으로 오더니
내 자리 의자 밑으로 허리를 굽히고 기어들었다.
나는 당황하여 놀랐다.
‘이 사람이 왜 이래? 이상한 사람이네!’
그러면서 다리를 오므렸다. 잠깐 의자 밑으로 들어갔던
아가씨가 허리를 펴고 일어서더니 무엇인가
손가락 끝으로 집어 들고 나한테 내밀었다.
손끝에 까만 무엇인가가 들려 있었다.
아가씨가 살짝 웃으며 그걸 받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자세히 보니 단추였다.
그 순간 내 외투 가운데 단추를 더듬어 보았다.
그 단추가 없었다. 나는 두 손으로 받아들며 고맙다는 눈인사를 했다.
아가씨는 단추를 넘겨주고 제자리로 돌아가 나를 건너다보았다.
나는 손가락을 펴들고 토끼인사를 했다.
그녀도 고개를 까딱하고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인사를 하고 내렸다.
그리고 떨어진 단추를 집에 와서 아내님한테 내밀며 말했다.
“이 단추가 떨어진 것을 맞은편에 앉았던 예쁜 아가씨가 보고
내 좌석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가 찾아주어 이렇게 가지고 왔소.”
내 말에 아내님이 그 아가씨가 찾아주지 않았으면
이런 단추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며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만약 건너편 아가씨든 누구든 단추가 떨어져
그 사람 의자 밑으로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았다.
절대 노우다.
보았어도 못 본 척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단추 하나를 찾아주기 위해
복잡한 전철 의자 밑으로 머리를 박고 찾아주는
친절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오늘 눈이 예쁘고 마음이 고운
천사를 만난 것이다.
세상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천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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