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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165 / 눈으로 하는 말

웃는곰 2026. 3. 27. 19:48

옆 사람 165 / 눈으로 하는 말

오늘 15시 정각 영등포역에서 부산행 3호차 15번석에 올랐다.

늘 그렇듯이 내 옆자리에 오늘은 누가 와서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내 자리로 가니

첫인상이 봄꽃처럼 고운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내가 가자 단정한 자세로 앞을 터주었다.

자리에 앉으며 힐끗 보니 지금까지 옆자리에

동석한 사람 가운데 가장 예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아가씨는 머리띠 이어폰을 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다.

너무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에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말을 걸면 머리띠 이어폰을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끼칠 것 같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보다 책이 재미있지요?

어쩌고 하며 말을 걸고 울타리도 주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종달새처럼 깔끔하고 예뻐서 더 그랬던 것이다.

 

영등포에서 수원까지는 22분 걸린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옆 사람과 인사할 시간도 실은 모자란다.

아주 잠깐 사이에 차가 수원역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가씨는 발딱 일어나 길을 열어주며

나를 향해 예쁘게 묻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아가씨의 예쁘고 동그란 맑은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나도 가만히 웃으며 답례를 하고 나오다가 다시 되돌아보았다.

아가씨도 나를 향해 또 짜릿한 눈빛으로 살짝 웃어주었다.

! 호수처럼 아름다운 눈이라는 게 바로 저런 거구나,

하고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고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한 사이에

눈으로만 야릇한 말을 주고받고 굿바이.

 

아가씨가 탄 차는 떠났다.

어디까지 가는 누구냐고 물어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울타리>라도 주었으면 내 마음도 주는 것이련만

그것마저 못하고 돌아서니 묘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어 엊그제 버스에서 만났던 옆자리 점잖은 신사 생각이 떠올랐다.

그분하고도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내가 먼저 살짝 웃고 그분이 활짝 웃어주었다.

웃음은 동석하자고 것이었다.

순간 눈빛을 통하여 따듯하고 풋풋한 감정을 느꼈는데

오늘은 예쁜 웃음에 홀려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입으로 하는 말보다

눈으로 나누는 말이 얼마나 더 가슴 깊이 파고 드는지.

 

말로 하는 사랑은 귀로 듣지만

눈으로 하는 사랑은 가슴으로 새긴다.”

 

이런 삶의 의미를 깨달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