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의 아이들. 22 / 두 제자의 우정①
그렇게 가난하게 자란 제자들이 우정을 가지고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썼다는 말을 듣고
그 이야기를 서람 속의 아이들 이야기 속에 담아 옮긴다.
이제는 두 제자 이야기이다
친구는 그런 것 / 찐빵 장수의 슬픔
가난한 친구가 세 들어 당하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세를 준 부자 좁쌀영감이 빽빽거리는 소리로 다짐했습니다.
“알았어? 낼까지야!”
“…….”
“왜 말이 없어? 알았느냐고? 낼, 낼이야!”
좁쌀영감이 빽빽거리는 소리를 지르고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았습니다.
찬바람이 확 밀어드는가 싶은 순간 누군가가 쑥 들어섰습니다.
“낼까지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찐빵 가게 주인 덕구는 갑자기 나타난 친구 준태가 묻는 말에 어물거렸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낼까지라는데 왜 대답을 못했어?”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뭐냐고?”
덕구는 엉뚱한 말로 대답을 피했습니다.
“막 쪄낸 찐빵이 따듯하다. 하나 먹어 볼래?”
“하나면 그만 둬. 삼천 원어치라면 몰라도.”
“삼천 원이 뭐야? 친구 사이에.”
“너는 땅 파다 장사하는 거냐?”
“알았어. 삼천 원어치에 덤 두 개 더 준다.”
“덤도 싫다. 영감이 낼까지라고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말하면 덤도 받겠지만 아니면 안 받아.”
“네가 알 일은 아니야.”
“내 친구 동창 맞아 너?”
“물론, 친구지.”
“친구 사이에 비밀은 배신이다. 알간?”
“미안해, 내 일로 너까지 괴롭힐 건 없잖아.”
“나 빵 안 먹어. 우리 사이에 말 못할 비밀이 무엇이 있어서 그래?”
찐빵가게 주인 덕구가 마지못해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친구라도 고민까지 나누는 건 못할 일이야.”
“친구니까 고민도 나누는 거다. 그것도 모른단 말이냐?”
“행복은 나누어 가져도 좋지만 고민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거야. 더구나 친구끼리는.”
“돼지 같은 소리! 친구끼리 고민을 나누어 갖는 게 진정한 친구라는 걸 모른단 말인가?”
“그런 건 이상적 이론이고 생각일 뿐이야.”
“이론이고 삼론이고 들어보자. 솔직히 네가 사업에 망하고도 나한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건 섭섭한 일이야.
내가 네 사정을 일찍이 알았더라면 네가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나냐?”
“너를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너 모르게 문을 닫았던 것뿐이야.”
“네가 사업체를 넘기고 이 콧구멍만한 찐빵 가게를 차린 걸 보고 놀랐다.
고생하여 세운 그 큰 공장을 엉뚱한 사람한테 빼앗기고 이런 빵가게를 차릴 줄은 몰랐어.
하지만 너의 그 용기만은 인정한다.”
“부끄럽다.”
이때 덕구 아들 문식이 들어왔습니다.
“아빠, 학교 다녀왔어요.”
“그래, 잘 다녀왔어?”
그러면서 친구 준태를 소개했습니다.
“이 아저씨는 아빠 친구시다. 인사 드려라.”
문식이 납신 배꼽인사를 했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아주 잘생겼구나. 아빠를 닮은 것 같다.”
“감사합니다.”
“몇 살이냐?”
“여덟 살이에요.”
“그러면 알 건 다 알겠구나.”
“무슨 말씀인데요?”
“너의 아빠가 왜 갑자기 찐빵가게를…….”
덕구가 말을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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