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장군 이야기 (총 12편 중 /4- 5까지)
4. 땅속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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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가 비탈을 타고 내려가다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바로 아래는 큰 버드나무가 있고 옆에 수정같이 맑은 샘이 펑펑 솟고 있었다.
그리고 잘 익은 복숭아 같고 사과 같고 대추 같은 아가씨 셋이 발가벗은 채 목욕을 하고 있었다.
바위산에 정자산한테 말했다.
“형님, 보이시오?”
“너만 보는 줄 아느냐?”
그러면서 반쪽이를 보고 빙긋이 웃어 보였다.
“형님도 보셨소?”
“난 반쪽밖에 안 보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우?”
“저런 것은 보았어도 안 본 것처럼 해야 한다.”
바위산 말했다.
“큰형님, 저는 아무래도 안 본 것처럼 하기가 어렵네요.”
“그럼 어쩔 생각이냐?”
“우리 삼형제가 저 아가씨들을 하나씩 차지하면…….”
큰형이 꾸짖었다.
“쓸데 없는 소리.”
그러는 동안 세 아가씨는 목욕을 마치고 고운 옷을 걸치고 옆에 있는 아름다운 별채로 들어갔다.
내려다보이는 굴 안에는 대궐 같은 큰 건물이 한가운데 있고 별채가 몇이 둘러 있었다.
삼형제는 내려가 샘물을 퍼셨다. 이때 갑자기 몽둥이를 든 장정들이 둘러싸며 소리쳤다.
“이놈들 누구냐?”
바위산이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길을 잘못 들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대장인 듯한 털보가 눈을 부라리고 삼형제를 노려보다가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얘들아, 저것들을 잡아 묶어라.”
“예! 예!”
장정들이 몰려들어 오랏줄로 삼형제를 잡아 묶었다. 털보가 반쪽이를 무시하는 눈으로 훑어보고 물었다.
“이건 뭐야? 사람이냐 짐승이냐? 한쪽은 어째고 반쪽이 이런 데까지 왔느냐?”
반쪽이 겸손히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반쪽밖에 없어서…….”
“알았다. 그래도 사람같이 생겼으니 사람으로 쳐주지.”
삼형제를 꽁꽁 묶고 난 털보대장이 명령했다.
“감히 여기까지 들어온 것을 보면 첩자가 틀림없다. 전하가 계신 궁전으로 가자.”
삼형제는 오랏줄에 묶인 채 끌려 왕 앞에 엎드렸다. 털보 대장이 왕에게 고했다.
“전하, 이 자들은 우리 지하궁전을 염탐하러 온 것 같사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잡아왔사오니 엄벌하여 주소서.”
왕은 얼굴이 고운 백발노인으로 엄숙히 물었다.
“너희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
바위산이 대답했다.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어딘지도 모르고 오다니. 정말 여기가 어딘지 모른단 말이냐?”
정자산이 대답했다.
“전하, 우리는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들입니다. 우연히 이상하고 큰 바위가 있어서 들어보다 하도 신기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왕이 머리를 숙이고 물었다.
“이상한 바위가 있어서 들어보다가 이렇게 왔다고 했느냐?”
“예.”
왕이 다시 물었다.
“큰 바위를 너희 세 사람이 들었단 말이냐?”
정자산이 반쪽이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여기 형님이 들어 올렸습니다.”
왕이 기이하다는 눈으로 반쪽이를 보고 물었다.
“그 무슨 소리인고? 저렇게 생긴 자가 바위를 들었다고?”
바위산이와 정자산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왕이 또 물었다.
“너희가 짐을 우롱하는 것은 아니렷다? 저렇게 생긴 인물이 바위를 들었다 하니 너희 둘은 무엇이냐?”
“우리는 삼형제로 저 형님이 큰형입니다.”
이때 털보가 나섰다.
“전하, 이 자들은 첩자가 맞습니다. 온전한 사람도 아닌 바쪽이가 바위를 들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옵니다. 당장에 감옥에 가두고 엄벌에 처해야 하옵니다.”
왕이 신중히 입을 열고 명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만 여기까지 들어온 것을 보면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네가 저 인물들의 힘을 시험해 보아라.”
“예.”
그러면서 삼형제를 향해 털보가 위협적으로 명했다.
“똑똑히 들어라. 내가 너희를 시험해 보겠다. 누가 나하고 대결을 해 보겠느냐?”
막내 바위산이 나섰다.
“내가 해 보겠소.”
그러면서 꽁꽁 묶여 있는 팔을 쭉 펴자 오랏줄이 썩은 동아줄처럼 끊어져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왕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여봐라, 저 사람한테 묶인 오랏줄이 썩은 것이 아니었더냐?”
털보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저것이 그런 재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소신이 힘을 시험해 보면 알겠사옵니다.”
그러면서 왕이 용상에 오를 때 딛고 올라가는 커다란 바위계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돌계단의 바위를 들어 보아라. 저 돌은 내가 들어다 놓은 것이다.”
바위산이 왕을 향해 겸손히 인사를 하고 돌계단 앞으로 갔다. 그리고 돌덩이를 번쩍 들어 털보한테 휙 던졌다. 털보가 그 돌을 받으려다 그만 바위를 안고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것을 바위산이 다가가 들어다 원래 있던 계단에 맞추어 놓았다.
털보가 일어나 화를 버럭 냈다.
“비겁한 놈, 내가 미처 준비도 안 했는데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 다시 하자.”
이때 정자산이 대답했다.
“그럴 것 없소. 내가 대신 하겠소. 무엇으로 겨루기를 하겠소?”
그러면서 어깨에 힘을 주자 꽁꽁 묶인 오랏줄이 끊어져 스르르 풀렸다. 털보가 속으로는 놀랐지만 자존심 때문에 다시 힘겨루기를 시도했다.
5. 삼형제 장가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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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대장이 제안했다.
“저기 샘가에 큰 정자나무가 있다. 여기서 똑같이 달려가서 누가 먼저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나 해보자.”
정자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탈보가 달릴 준비를 하고 소리쳤다.
“출발!”
털보는 날쌔게 정자산이보다 앞서 달려가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정자산은 그 뒤를 따라 느긋이 다가가 정자나무 아래 벌렁 누웠다.
둘러보던 왕도 신하들도 그 모양을 보고 비웃었다.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별꼴이야 별꼴! 저게 무슨 꼴인고?”
털보대장이 나무 중간쯤 올라 나무 밑에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비웃었다.
“으으흐흐, 하하하 별 미친놈 다 보겠다. 이봐라 빨리 오르렷다.”
정자산이 대답했다.
“알았다. 나무나 잘 잡고 조심해라.”
그러면서 배에 바람을 잔뜩 넣었다 후우하고 내뱉는 순간 정자가 뒤로 휘청하더니 앞으로 절을 하듯 푹 숙였다. 그렇게 정자산이 숨을 들이 쉬고 내쉴 때마다 나무가 휘어졌다 펴졌다 절하듯 하자 털보가 나무줄기를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그것을 본 왕도 신하들도 털보가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가슴을 조였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가 정자산이 일어서서 털보한테 말했다.
“어떻소? 재미있다고 하시면 몇 번 더 놀아주겠소.”
털보는 정신이 뱅뱅 돌아 비틀거리며 나무를 타고 내러와 정자산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군, 미처 몰라보아 미안했소. 그만하면 항복하오.”
“항복까지 할 게 뭐요. 나는 장군감도 아니고 그저 장난을 좀 쳤을 뿐이오.”
털보는 남자답게 자기 실력을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했다.
“아닙니다. 앞으로 두 분을 저의 상전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자산이 큰형 쪽을 가리키며 털보한테 말했다.
“우리는 감히 큰형님 앞에서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소. 먼저 큰형님께 인사를 올리시오.”
털보는 아무리 보아도 오랏줄에 둘둘 말린 반쪽이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한마디 했다.
“형씨 미안하오. 내가 손수 오랏줄을 풀어드리겠소.”
그러면서 가까이 다가가자 반쪽이가 허리를 숙였다. 털보가 거드름을 펴며 자비라도 베푸는 양 손을 들어 오랏줄을 잡았다. 그 순간 오랏줄이 스르르 풀리며 토막을 내고 밑으로 흘러내렸다.
털보도 놀랐지만 왕도 다른 신하들도 놀라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왕이 크게 놀라 용안 가득 기뻐하는 빛으로 말했다.
“여봐라, 여기 계신 귀객을 어전으로 모셔라.”
마침내 삼형제는 왕의 거실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왕이 대접하는 성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왕이 공주 세 자매를 불러들였다.
햇과일처럼 생생하고 아름다운 세 자매가 들어와 인사를 드렸다. 삼형제는 아름다운 공주들 앞에 눈을 감고 말았다. 차마 바라볼 수 없는 미녀들인 데가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왕이 말했다.
“오늘 나는 세 장사를 만났고 그 동안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딸 세 자매를 결혼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걸출한 장수를 만났으니 부부의 연을 맺어주려 한다.”
그리고 삼형제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우리 공주를 배필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삼형제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너무 감동적인 하명이기 때문이었다. 마음으로는 당장 좋습니다 오늘이라도 성혼을 허락하소서 하고 싶었다. 그러자 반쪽이 입을 열었다.
“황공하옵니다. 공주님들이 허락하시면 전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왕은 흡족하여 공주들에게 일렀다.
“듣거라. 저 장사들이 허락하였으니 너희의 뜻을 따라 결혼을 시키리라. 각기 마음에 드는 젊은이 앞에 가서 서거라.”
그 하명에 기다렸다는 듯이 큰언니 공주가 정자산이 앞에 섰다. 이어 둘째 공주는 바위산이 앞에 섰다. 마지막 남은 막내공주는 할 수 없이 보기도 흉한 반쪽이 앞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여 삼형제와 공주 세 자매는 짝을 이루고 별채로 갔다. 그리고 며칠 후 예식을 올리고 별채에서 각기 신방을 꾸리고 새 가정을 이루었다.
왕은 한 동안 그들을 지켜보다가 하루는 조용히 삼형제를 밀실로 불러들였다. 왕은 사방 문을 단단히 단속하고 조용히 비밀을 물었다.
“그대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는고?”
반쪽이 대답했다.
“예, 애민국에서 왔습니다.”
“그 나라에 살면서 왕을 보았는가?”
“감히 저희 같은 것들이 어찌 용안을 보겠습니까.”
“음…….”
이때 바위산이 끼어들었다.
“전하, 우리 같은 것들에게 그런 하명은 마시옵소서.”
“어째서 그런고?”
“우리 같은 것들은 초야에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도 없었고 신분 높은 관원은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랬구나. 내가 이제 삼형제를 사위로 삼았고 딸들도 짝을 정해주었으니 내 뜻과 비밀을 들려주마.”
* 계속 6-7회 / 그런대로 거짓말이 재미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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